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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修球初心)]⑤코리안 투어에 돌아온 '황새' 최천호 프로

  • 2019.12.06(금) 08:00

[골프워치]
'뱁새'가 따라잡겠다고 억지부린 '황새' 최천호 프로
부상 떨치고 7년 만에 '2020 코리안 투어'에 복귀

 

7년 만에 코리안 투어로 돌아온 최천호 프로(30). 그는 '뱁새' 김용준 프로가 가랑이 찢어져라고 따라가려던 바로 그 '황새'다. 최 프로는 부상으로 코리안 투어에서 밀려난지 7년만에 다시 투어에 복귀했다.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좌절감과 싸워 이긴 그가 내년 시즌에 꼭 생애 첫 승을 거두기 바란다. 그래야 그의 샷 하나 믿고 수 년간 무명인 그를 후원한 후원자들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그를 키워낸 그의 부친 최병복 프로도 '원풀이'를 할 것이고!

 

[수구초심(修球初心)] 김용준 전문위원이 풀어가는 골프 레슨이다. 칼럼명은 '여우가 죽을 고향 쪽을 향해 머리를 둔다' 뜻인 고사성어 '수구초심(首丘初心)' 살짝 비틀어 정했다. '머리 ()' 자리에 '닦을 ()'자를 넣고 '언덕 ()'자는 ' ()'자로 바꿨다. 센스 있는 독자라면 설명하기도 전에 이미 뜻을 알아챘을 것이다. 처음 배울 마음으로 돌아가 골프를 수련하자는 뜻이라는 것을 위원은 경제신문 기자 출신이다. 그는 순수 독학으로 마흔 네살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골퍼가 됐다 위원이 들려주는 골프 레슨 이야기가 독자 골프 실력을 조금이라도 늘리는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해도 해도 안 될 때’ 독자는 어떤 생각이 드는가? 간절히 바라는 목표에 미친 듯 덤벼들어도 이룰 수 없을 때 말이다. 그것도 무려 7년 간을.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꿈을 쫓는 처절함이란. 어지간히 질기다고 자부하는 나라도 포기하고 말 것 같다. 그런데 그 지독한 좌절감과 싸워가면 목표를 이뤄낸 골퍼가 있다. 누구냐고? 바로 최천호 프로(30. 진영에스텍)다.

내 칼럼 애독자라면 내 별명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 그렇다. ‘뱁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는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에 나오는 그 뱁새. 뱁새인지 처음 알았다고? 이제 알았으니 애독자 축에 든다고 볼 수 있다.

뱁새가 따라잡겠다고 억지를 부린 그 ‘황새’가 바로 최천호 프로다. 그가 ‘기어코’ 코리안 투어에 돌아왔다. 장장 7년만에.

지난 11월15일. 나는 내 평생 가장 오랫동안 코리안 투어 ‘실시간 스코어’를 지켜봤다. 그날 홈페이지 리더 보드 보기에서  ‘다시 고침’ 버튼을 수 백 번도 더 눌렀을 것이다. 바로 바로 올라오는 최 프로 홀 별 점수를 보려고 말이다.

최천호 프로는 이날 끝난 ‘2020 코리안 투어 퀄러파잉 스쿨’을 14위로 당당하게 통과했다. 내년 시즌 코리안 투어 풀 시드를 받은 것이다. 퀄러파잉 스쿨은 줄여서 ‘큐스쿨’이라고 한다. ‘시드전’이라고 하기도 하고.

그가 코리안 투어를 뛰는 것이 내년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스물 세 살이던 지난 2013년에도 코리안 투어 멤버였다. 그 해 첫 발을 디딘 그는 첫 세 개  대회를 컷 통과하며 기세 좋게 출발했다. 그런데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연습 라운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쳤다. 그 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투어에서 밀려났다. 이듬해 투어 복귀를 노리며 훈련하던 중에 또 낙상 사고를 당해 부상이 겹쳤고. 눈물 겨운 재활로 부상은 이겨냈지만 다시 코리안 투어로 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번번히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것이다. 그렇게 그는 6년을 철저히 무명으로 지냈다.

“제 샷 하나 믿고 이름 없는 저를 수 년간 후원해 준 진영에스텍 박성진 대표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올해 꼭 생애 첫 승을 거둬서 그 은혜에 보답하겠다.” 지난 4일 점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최천호 프로가 소감을 밝혔다.

“몇 번이나 큐스쿨에 낙방하고 선수생활을 포기하려는 제게  ‘네가 꿈을 포기하면 내가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해서 붙들어 세운 아버지께도 감사드린다.” 말 수 적은 최 프로가 내뱉은 이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부친은 KPGA 최병복 프로다. 제자 육성에 전념하는 그가 프로로 만들어낸 골퍼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아들 최천호 프로를 포함해서. 최병복 프로는 사회 생활을 하다가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골프에 입문했다. 그러다가 뱁새처럼 아주 ‘골프에 미쳐서’ 삼십 대 중반에 프로 선발전을 통과했다. 최병복 프로와 비슷한 길을 걸은 나는 이해할 수 있다. 늦깎이가 겪는 설움을. 그리고 아쉬움을. 못 다 이룬 꿈을 자식이 대신 이뤄주기 바라는 그 마음도.

코리안 투어 큐스쿨은 '스테이지 3'까지 총 8일 경기로 치른다. 최천호 프로는 '스테이지 1'과 '2'를 내 예상대로 가볍게 통과했다. 그리고 나흘짜리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사흘째 공동 12위로 마쳤다. 마지막 하루만 무난하게 치면 내년 풀 시드를 얻을 판이었다. 그 마지막 라운드가 지난 11월15일이었던 것이다. 내가 ‘다시 고침’을 수 백 번 눌렀던 바로 그날 말이다.

최 프로는 경기를 시작하고 첫 두 홀을 무사히 ‘파’로 마쳤다. ‘출발 좋은데!’하고 내가 마음을 놓으려는 찰라. 그의 3번 홀 점수가 ‘8’이라고 올라왔다. 나는 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파4홀인데 더블 파라니? 오비를 두 방이나 냈다는 얘기야?

최 프로에게 들은 그날 사정은 이랬다.

3번홀은 왼쪽에 아웃오브바운드(OB)가 있다. 그 홀에서 바람이 얼마나 강하게 부는지 안전하게 티샷 한다는 것이 그만 오른쪽 카트 도로와 러프 사이 푹 파인 틈에 들어갔다. 도저히 그대로 칠 수가 없어 무벌타 구제를 받고 깊은 러프 속에 드롭한 다음 할 수 없이 페어웨이로 꺼냈다(두 타째). 다음 샷은 맞바람이 너무 세서 110미터 남짓한 거리를 7번 아이언으로 쳤다(세 타째). 그런데 그만 바람에 볼이 날리더니 그린 왼쪽으로 OB가 나고 말았다. 다시 그 자리에 드롭하고 친 볼은 핀에 잘 붙었다(다섯 타째). 집어넣겠다는 생각은 못하고 투 퍼팅으로 마무리 하려 했는데 첫 퍼팅이 한 없이 굴러 내려갔다(여섯타째). 결국 그 자리에서 두 번 더 쳐서 마무리했다(여덟 타째). 그렇게 더블파가 된 것이다.

“전날까지 성적이 워낙 좋아서 마지막 날 3~4 오버파를 쳐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람은 너무 세고 아직 남은 홀이 많아서 앞 일을 짐작하기 어려운데 3번 홀에서 더블 파를 하고 나니 가슴이 조여왔다.” 최 프로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그 다음 홀은 세 뼘쯤 되는 버디 퍼팅 기회를 놓쳤다고 한다. 그렇게 몇 홀은 기회를 놓치고 몇 홀은 겨우 막았다.

“후반 첫 홀(10번홀)에서 첫 버디를 떨어뜨리고서야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그리고 16번홀에서 다시 버디 한 개를 추가하면서는 평상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승부 볼 기회가 오면 공격적으로 플레이 해 우승을 노려보겠다”고 그는 내년 투어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어떤 뜻인지 절감하지 못하고 갸웃하는 '하수' 뱁새에게 그는 “안정적으로 경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승부처에서는 밀어부치는 게임 플랜을 세워야 우승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을 보탰다. 내가 어디 코리안 투어를 뛰어봤어야 그런 깊은 속을 알지!

 

"어려서부터 시합하러 제주도에 많이 왔지만 이렇게 바닷가에 놀러와 본 적은 처음이다". 지난해 최천호 프로와 제주도에 대회를 준비하러 갔다가 시간을 내서 함덕해수욕장 안에 있는 아름다운 카페에 함께 갔을 때 이 얘기를 듣고 코끝이 찡했다.왼쪽이 '황새' 최천호 프로. 당연히 나이가 더 많은 오른쪽이 '뱁새' 김용준 프로.

 

나는 지난해 여름 그와 함께 대회를 준비하러 제주도에 간 적이 있다. 물론 나 말고 최 프로가 나가려던 대회 준비다. 흠. 그 때 짬을 내서 함덕해수욕장 내 풍경이 아름다운 카페에서 휴식을 가졌다. “어려서부터 제주도에 시합하러 많이 왔는데 한 번도 이렇게 바닷가에 와서 놀아본 적이 없다”는 그의 말에 나는 코끝이 찡했다. 연습하고 시합하고 쉬고 다시 연습하고 시합하고 쉬고. 그 사이 제자들 가르치고. 그가 흘린 땀이 그리고 눈물(이건 순전히 뱁새 짐작이다)이 내년 투어에서 열매를 맺기 바란다.

참. 그는 지금 여자 친구가 없다. 그는  ‘여자 앞에서는 말을 잘 못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지난 4년 동안 치켜 본 내 눈에 그는 따뜻한 남자다.

김용준 골프전문위원(더골프채널코리아 해설위원 KPGA 경기위원 &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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