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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修球初心):김용준 골프 레슨]④스윙궤도 최저점

  • 2019.11.29(금) 08:00

[골프워치]
클럽 헤드 궤적의 '최저점'은 골프 핵심 중 하나
최저점이 볼보다 전이냐 지나서냐가 굿 샷 관건

전북 임실 옥정호 여명.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있다는 이치를 왜 일찍 알지 못했을까? 골프 스윙에서 최저점도 그랬다. 최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은 것은 내가 마흔 네 살 나이에 프로 골퍼가 되고 나서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내 골프도 지금보다 낫지 않을까?

[수구초심(修球初心)]은 김용준 전문위원이 풀어가는 골프 레슨이다. 칼럼명은 '여우가 죽을 때 고향 쪽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뜻인 고사성어 '수구초심(首丘初心)'을 살짝 비틀어 정했다. '머리 수(首)'자 자리에 '닦을 수(修)'자를 넣고 '언덕 구(丘)'자는 '공 구(球)'자로 바꿨다. 센스 있는 독자라면 설명하기도 전에 이미 그 뜻을 알아챘을 것이다. 처음 배울 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 골프를 수련하자는 뜻이라는 것을. 김 위원은 경제신문 기자 출신이다. 그는 순수 독학으로 마흔 네살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골퍼가 됐다. 김 위원이 들려주는 골프 레슨 이야기가 독자 골프 실력을 조금이라도 늘리는 데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왜 더 일찍 깨닫지 못했을까? 최저점 말이다. ‘스윙 궤도에도 최저점이 있으며 샷에 따라 최저점이 달라야 한다’는 사실을. ‘아이언 샷은 볼을 지나서’ 반대로 ‘드라이버 샷은 볼 전에’ 최저점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서였을까? 한 번도 골프 교과서에서 본 적이 없어서였을까?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클럽을 처음 잡은 지 얼마 안 돼서부터 숱하게 들은 얘기다. 몇몇 교과서에서도 봤고.

아이언 샷은 다운 블로(down blow)로 치고 드라이버 샷은 업퍼 블로(upper blow)를 쳐야 한다는 말이 바로 그 말이다. 아이언 샷은 찍어 치고 드라이버 샷은 올려쳐야 한다는 말도 같은 말이고. 물론 두번째 말은 잘못 이해하면 엉뚱하게 스윙 하게 되지만. 무슨 얘기냐고? 음. 드라이버 샷과 아이언 샷은 다른 스윙이 아니라 같은 스윙이라는 얘기다. 여기까지만 말하고 다음 기회에 자세히 얘기하겠다. 하여튼 틈만 나면 딴 길로 샌다. 다시 최저점 얘기로 돌아가자.

많은 듣고 가끔 봤는데도 왜 나는 그 원리를 가슴에 담지 못했을까? 진즉 최저점 원리를 알았다면 훨씬 좋았을 것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니 그것은 내가 교만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 얘기를 했어도 건성으로 들었다는 얘기다. 초보 시절 빅 슬라이스를 내고도 비거리가 상당했던 탓에 주로 짧은 클럽으로 어프러치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된 것이다. 샷의 기본 원리가 뭔지도 모르고 무작정 휘둘러대던 나. 엉터리로 타수가 조금씩 줄어들었으니. 내가 잘난 줄 알고 쥐뿔도 모르면서 설치던 내 모습이라니. 아이고 창피해라. 그런 나를 보고 상수들은 얼마나 코웃음 쳤을까?

골프볼을 내려 놓고 물끄러미 바라보라. 굳이 연습장이 아니어도 괜찮다. 집이나 사무실 혹은 지하철을 기다리면서도 좋다. 아차. 공공장소에서 골프볼을 꺼내놓고 내려다 보고 있으면 민망하긴 하겠군. 하여간 아이언 헤드가 내려오면서 볼에 먼저 닿고 더 내려와서 잔디를 뚫고 들어갔다가 나오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그렇다. 아이언 샷 최저점은 저 잔디보다 더 밑인 것이다. 바로 땅속 말이다. 절대 볼 바로 뒤가 아니다. 또 볼을 티에 올려놓았다고도 상상해보라. 그리고 드라이버 헤드가 내려오다가 잔대를 쓸다시피 하면서 최저점을 이루고 이어서 올라오는 길에 볼과 만나는 모습을 그려보라. 맞다. 드라이버 샷 최저점은 잔디에 닿을락말락 하는 그 지점이다. 항상 볼보다 조금 뒤에 있여야 한다.

스윙을 배우고 익히는 이유는 바로 클럽을 이렇게 휘두르기 위해서다. 최저점을 올바른 자리에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김용준 골프전문위원(더골프채널코리아 해설위원 겸 KPGA 경기위원 &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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