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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주류회사 점령한 국세청 낙하산

  • 2014.02.26(수) 10:35

고위 세무공무원 퇴직 후 주류 CEO 부임
전관예우·로비 불씨…法도 '사각지대'

'경제를 보는 스마트한 눈' 비즈니스워치가 SBS CNBC '백브리핑 시시각각' 프로그램을 통해 각계 최고경영자(CEO)의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관행에 강력 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국세청 출신 관료들이 주류회사 CEO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고질적 관행을 이번 회에서 짚어보겠습니다.  본 기사는 콘텐츠 제휴를 통해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와 SBS CNBC 방송 공동으로 제공됩니다.[편집자]

 

 

<앵커1>
온라인 경제매체 <비즈니스워치> 기자들이 전하는 CEO 소식 임명규 기자 연결합니다.

임 기자! 오늘 어떤 소식입니까?
 
<기자1>
오늘은 주류회사를 이끌고 있는 국세청 출신 CEO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정부의 산하기관 인사에서 불거지고 있는 낙하산 관행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2>
국세청과 주류회사. 둘 사이에 무슨 관계길래 주류업체들 CEO 자리가 국세청 출신들로 채워지고 있는 겁니까?
 
<기자2>
국세청은 주세법에 따라 주류업계 전반의 면허 허가와 취소 등 관리 감독권을 갖고 있습니다. 주류회사가 국내에서 제대로 영업을 하려면 국세청의 협조가 필수적이구요. 만약에 국세청에 잘못 보이면 영업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주류회사들은 국세청의 눈치를 보게 되는 건데요. 일례로 주류회사가 맥주나 소주 가격을 올리는 것도 먼저 국세청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상당히 긴밀한 관계가 유지돼야만 영업이 편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3>
그러니까 한쪽은 전형적인 규제기관, 한쪽은 피규제 기업 이렇게 딱 나눠진다는 거군요?(네. 맞습니다.)

 

그럼 궁금한 것이 주류회사에 국세청 출신들이 얼마나 가 있길래 낙하산의 원조라는 얘기까지 나옵니까? 국세청 출신들이 장악한 주류회사 중에는 상장사들도 있습니까?
 
<기자3>
상장사 중엔 한국알콜산업이란 곳이 있습니다. 주로 소주 원료를 만드는 곳인데요. 여긴 국세청 차장을 지냈던 지창수 회장이 20년 넘게 CEO를 맡고 있구요. 대한주정판매라는 곳에 소주 원료를 모두 공급하고 있습니다.

 

대한주정판매는 중부지방국세청 출신 장성섭 사장이 작년 3월부터 가 있구요. 서안주정은 역시 중부청 국장으로 퇴직한 정이종 사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국세청 출신 공무원들의 모임인 '세우회'가 소유한 건물에 입주해있습니다. 서안주정의 경우 세우회가 10%의 지분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국세청과 주류회사들은 CEO뿐만 아니라 입주건물이나 지분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겁니다.
 
<앵커4>
세우회, 퇴직했다지만 여전히 국세청에 어느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을 법한 사람들인 것 같은데, 공교롭게도 주류회사들이 같은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상태군요. (맞습니다.)

 

재밌네요. 임기자.(네) 주류회사를 대변하는 협회도 국세청 쪽 사람이 나가 있다면서요? 그건 또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4>
주류 관련 단체 중에 가장 큰 곳이 한국주류산업협회라는 곳인데요. 여기 회원사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를 비롯해 수입 위스키 업체까지 웬만한 회사들은 다 들어가 있습니다. 주류산업협회는 대구국세청장을 지낸 권기룡 회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사업권을 내주고 있는 납세병마개 업체들도 국세청 출신들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병마개 2위 업체인 세왕금속은 국세청 본청 출신의 황재윤 사장이 있구요. 병마개 1위인 삼화왕관에도 부회장과 부사장이 국세청 퇴직 공무원입니다.

 

그외에도 임원이나 감사, 사외이사까지 넓혀보면 주류회사엔 국세청 퇴직자들이 상당히 많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앵커5>
임기자. 다르게 생각해보면 "내 일자리 내가 찾아가는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겁니까? 취재기자 입장에서 얘기를 좀 해봐주시죠.
 
<기자5>
그렇습니다. 국세청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좀 억울하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모피아 출신들이 공기업이나 금융회사로 진출하는 것에 비하면, 국세청에서 주류회사 임원으로 가는 건 좀 약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일자리 문제보다 더 중요한 건 과세의 공정성 문젭니다. 국세청 사람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건, 그 만큼 주류 관련 과세 행정이 불투명하다는 얘기가 되겠구요. 상하관계를 중요시하는 국세청에서 선배에 대한 전관예우나 로비의 가능성도 계속 남게 됩니다.

 

국회에서도 매년 국정감사마다 지적되는 문제지만, 개선되진 않고 있구요. 공직자윤리법에서도 주류 회사로 가는 국세청 출신 직원들은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습니다.
 
<앵커6>
공직자윤리법에선 걸러내지 못하지만, 최근 국세청 직원의 주류회사 임원 재취업을 따로 금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면서요?
 
<기자6>
현재 2월 임시국회에 계류된 법이 있습니다. 바로 국세청법안인데요. 지난 달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낸 법안에는 국세공무원이 주류 제조면허를 받은 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내용입니다.

 

당장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1년의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주류회사의 낙하산 관행은 한번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주류회사 CEO들은 대부분 3년 임기로 내년 초부터 교체될 예정인데요. 주류회사의 새 얼굴들이 또 국세청 출신들로 채워질지도 눈여겨봐야겠습니다.
 
<앵커마무리>
지난해 국세청 전임 수장들의 비리로 들썩일때 김덕중 국세청장이 자정결의를 하고 그랬는데, 한쪽에선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밥그릇을 챙기고 있었네요.

 

올해 세수행정, 엄정한 집행을 위해서라면 국세청 OB들의 자정노력도 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네, 임기자 잘들었습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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