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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스토리] '기적을 기다리며…'

  • 2014.04.18(금) 16:08

▲ 17일 새벽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어두운 사고해역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지난 사흘은 300년 보다 긴 고통의 시간이었다. 속수무책으로 바다만 바라보는 1분1초가 억겁 같았다. 그래도 절망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캄캄한 여객선 어딘가에 살아남아 있을 이들을 생각하면 그래야 했다. 마지막 남은 희망을 끈을 가족들은 차마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희망도 아이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가족들은 이렇게 굳게 믿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8시 58분께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남서방 1.7마일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6800톤 급 국내 최대급 여객선이었다. 수학여행을 떠나는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과 일반인, 승무원 등 475명을 태운 이 배는 순식간에 뒤집히며 바다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처음에는 구조대가 일찍 도착해 승객들 대부분이 구조된 걸로 알았다. 학생들은 무사하고, 구조인원도 많은 것으로 발표가 됐다.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큰일 날 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정부당국의 구조자 발표는 엉터리 집계였고, 선장은 승객안전에 대한 책임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침몰하는 배에서 누구보다 앞서 탈출했다. 초대형 참사의 전조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비보를 전해들은 학부모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미 자녀들로부터 다급함이 느껴지는 메시지를 받고 노심초사하던 터였다. 믿기지 않는 초대형 참사 소식에 학교는 울음바다를 이뤘고 오열을 넘어 실신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생때같은 아이들이 겁에 질려 있을 갇혀 있을 여객선. 학부모들은 서둘러 진도로 향했다. 진도에서는 믿기지 않을, 차마 믿고 싶지 않은 소식들이 이들을 다시 충격에 빠트렸다.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도 선내 안내방송은 움직이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고,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무책임과 몰상식, 부도덕의 극단을 보여줬다. 아이들은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상황속에서 바다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던 것이다. 
 
낮과 밤의 구별이 무의미했다. 잠을 잘 수도,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다. 확인되지 않은 문자 메시지와 SNS는 또 다른 상처를 남겼다. 배 안의 가족들은 도움이 손길이 절실했지만 이들에게 닿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실종자들을 쉽게 구조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 이들을 절망케 했다. 계속되는 구조 지연과 당국의 헷갈리는 발표, 침몰 당시 드러난 무책임과 부조리는 분노의 촉매가 됐다.
 
그래도 이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침몰 사흘째, 생존자들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은 에어포켓 속 산소처럼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가족들이 배 안에 있는 한 희망을 버릴 수 없다. 1분, 1초가 고통의 연속이지만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도 야속하기만 하다. 침몰 49시간 만에 선체 진입을 앞두고 있지만 실제 구조와 인양이 이뤄지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뱃머리 부분만 간신히 내놓고 가쁜 숨을 쉬던 여객선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안타깝고 막막하다. 실종자 가족들과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한 마음으로 기적을 기다리고 있다.
 
▲ 17일 오전 전남 진도군 사고해상에서 해경과 SSU대원들이 빠른 조류 속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16일 오전, 경기 안산 단원고에서 비보를 듣고 달려온 학부모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17일 새벽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애타는 마음으로 사고해역을 바라보고 있다.
▲ 17일 오전 전남 진도군 사고해상에서 해경과 SSU대원들이 빠른 조류를 헤치며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 17일 오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정신을 잃은 실종자 가족을 어루만지고 있다.
▲ 17일 새벽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조명탄으로 밝혀진 사고해역을 바라보며 실종자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17일 오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수색작업 지연 소식을 듣고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 17일 새벽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어두운 사고해역을 바라보고 있다.
▲ '주인 잃은 책상들'..수학여행을 떠난 안산단원고 학생들이 탑승한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16일 단원고 2학년 교실에 TV특보를 통해 사고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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