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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 "먹는 `예뻐지는 균` 곧 나옵니다"

  • 2015.07.17(금) 14:16

[심재헌 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
기능 특화된 '똘똘이 균' 찾아 39년 동분서주
웰빙·뷰티 트렌드 타고 프로바이오틱스 '순풍'

"드넓은 모래벌판에서 진주알을 찾아 헤매는 거죠."

 

16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에서 만난 심재헌 중앙연구소장(사진)은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임상시험을 거쳐 '똘똘한 균'을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이 '모래사장에서 진주 찾기'와 같다고 평했다.

 

세상 어느 곳에나 균은 존재한다. 땅, 물, 공기는 물론 인체 내에도 균은 있다. 야쿠르트 중앙연구소는 이 세상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균 중 인체에 유익하고 기능성을 갖춘 '똘똘이 균'을 찾고 있다. 전문용어로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이라고 한다. 유산균은 프로바이오틱스 균의 일종으로 야쿠르트가 주력해 연구하고 있다.

 

◇'균' 찾아 방방곡곡..올해 두 배 늘린다

 

심 소장은 중앙연구소 연구팀이 신생아 산후조리원실, 부안·나주 등 장수마을, 동남아 일대 등을 돌아다니며 균을 채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 전통시장에서 발효식품 시료를 가져올 때에는 연구원들이 진땀을 뺐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시료에서 나는 발효음식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찌르고 액체시료를 담은 봉지가 새기도 했다.

 

1976년 연구소 설립 이후 지난 39년간 연구원들이 동분서주한 결과 야쿠르트는 '균주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는 다양한 시료에서 추출한 유익균을 순수 분리해 모아 놓은 것으로, 말 그대로 도서관(library)과 같다. 중앙연구소는 특허등록 121건, 특허균주 56종, 자체 개발 유산균 20종 등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저희가 등록한 균주는 2000여종입니다. 작년부터 균주 라이브러리를 확장하려고 몰두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새로운 균주 2000여종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38년에 걸쳐 했던 일을 1년 새 두 배로 늘리는 거죠."

 

특정한 기능이 있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은 이미 구축해 놓은 균주 라이브러리 내에서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거쳐 찾는다. 균주 라이브러리가 방대할수록 좋은 균을 찾을 확률은 높아진다.

 

야쿠르트 중앙연구소는 작년부터 프로바이오틱스 전담팀 두 개를 새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석박사급 연구원 83명은 다양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과 고기능성 건강기능식품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날 연구소에서 만난 연구원들은 좋은 균을 선발할 때까지 수천 번, 수만 번씩 실험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를 얻은 후에도 타사 제품과 비교해 성능이 떨어지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실험한다. '될 때까지 실험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피부·다이어트에 좋은 유산균 연구 집중

 

▲ 야쿠르트 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이 현미경에 연결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유산균을 찾고 있다. (출처: 야쿠르트 제공)

 

야쿠르트는 발굴해 낸 균을 들고 향후 '이너뷰티'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는 목표다. 이너뷰티는 '먹는 화장품'이라는 뜻이다. 알약·드링크제 등 먹는 형태의 제품을 통해 피부보습, 주름개선 등의 미용 효과를 볼 수 있다.

 

'피부 유산균' 발굴은 야쿠르트 중앙연구소가 지난 2011년부터 가장 공을 들인 프로젝트다.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에서 콜라겐을 없애는 효소가 활성화됩니다. 이 효소가 콜라겐을 분해하면 주름이 패이는 거죠. 피부 유산균은 이 효소의 활성을 막아 주름이 생기는 것을 막는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야쿠르트는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초에 '피부 유산균'인 HY7714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다이어트와 체지방 감소에 효과적인 유산균 개발도 거의 막바지 단계에 있습니다. 미용에 효과적인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으로 2020년까지 1000억 정도의 시장이 형성될 것입니다. 야쿠르트는 그 중 800억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설탕·칼로리 낮춘 제품..발 빠르게 선봬

 

미용과 건강에 관심이 높은 웰빙 트렌드에 맞춰 당함량 절감 캠페인도 '순풍'을 타고 있다. 야쿠르트는 당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경우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지난 2013년부터 제품의 당함량을 낮추는 연구를 추진해왔다. 심 소장은 이왕이면 50~60% 정도 당을 '획기적으로' 줄이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1년 6개월여의 연구를 거쳐 지난해 8월 업계에서 처음으로 '당 줄이기 캠페인'을 내 놨습니다. 이번달 말까지는 전제품을 저당화해 출시할 계획입니다."

 

당 함량을 낮춘다고 하면, 단순히 제품에 들어 있는 설탕을 덜어내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살아있는 균으로 만들기 때문에 설탕을 조금 덜어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발효가 진행되면 제품 속의 유산균이 당 성분을 분해해 신맛을 내는 새로운 물질을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제품 특유의 '풍미'가 생긴다.

 

"기존 제품에서 당을 덜어내 칼로리를 낮추면서도 상대적으로 단맛을 잡아 야쿠르트 본연의 풍미를 최대한 유지하는 게 연구의 관건이었습니다.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재료의 '황금 비율'을 찾아내는 거죠."

 

지난해 12월 출시한 '야쿠르트 라이트'의 경우 간판 제품인 '야쿠르트'의 당 함량을 13.8g에서 7.7g으로 45%가량 줄였다. '세븐 허니'는 당 함량을 28%, '윌 저지방'은 30%, '야쿠르트 400 라이트'는 52% 낮췄다.

 

야쿠르트는 향후 2만종까지 균주를 확보한다는 장기적인 계획도 세워 놨다. 전세계적인 프로바이오틱스 기업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앞으로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을 더욱 많이 발굴해 해외에도 수출하려고 합니다. 해외의 유명한 균주 기업들과 접촉해 채널을 확보하면서 기반을 쌓아 놓고 있죠."

 

■심재헌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은 고려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축산가공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6년 야쿠르트 연구원으로 입사해 현재까지 중앙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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