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비즈人워치] 미국 파티문화를 바꾼 한국인, 영송 마틴

  • 2015.08.25(화) 18:00

이벤트 디자인회사 와일드플라워 린넨 대표
화려함보다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파티` 추구
"한국 결혼식은 천편일률적..본인 취향 살려야"

▲영송 마틴 와일드플라워 린넨 대표. /이명근 기자 qwe123@

 

"목욕탕에서 인터뷰를한들 어떻겠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인데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실이 중요하죠."

 

지난 20일 와일드플라워 린넨 한국지사 창립 2주년 파티를 앞두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있는 영송 마틴 대표를 만났다. 그는 기자가 "초면에 민망하다"고 말하자 이같이 응수했다.

 

영송 마틴 대표는 한국계 출신의 대표적인 '파티 피플'이다. 와일드플라워 린넨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본사를 둔 이벤트디자인 회사다. 꽃, 초, 냅킨, 테이블보, 조명 등을 재료로 이벤트 장소를 장식하는 일을 하고 있다.

 

▲ 와일드플라워 린넨이 선보인 이벤트디자인. (출처: 와일드플라워린넨 홈페이지 캡쳐)

15년째 와일드플라워 린넨을 이끌고 있는 영송 마틴 대표는 미국 현지에서 파티 문화에 새로운 트렌드를 불어온 것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의 주요 고객은 미셸 오바마, 오프라 윈프리, 제니퍼 로페즈, 엘튼 존 등 미국 연예계와 정재계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부와 명성을 갖춘 이들을 상대로 화려한 이벤트를 기획한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그는 인터뷰 내내 '사람내음 나는 파티'를 강조했다.

 

"파티에 와서 비싼 거 먹고 가는 게 뭐가 중요할까요? 얼마짜리를 입고 왔는지, 신고 왔는지, 들고 왔는지는 전혀 중요치 않아요.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좋아하는 지인들과 만나 뜻깊은 자리를 즐긴다는 게 중요하죠."

 

영송 마틴 대표는 파티란 지극히 인간적인 행사라고 못박는다. 그가 하고 싶은 일도 고객들과 파티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이다. 화려한 파티 보다는 일생에 기억이 남는 '특별한 파티'를 기획하고 싶단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도 할리우드의 연예인이 아닌 미국의 가난한 커플이다. 당시 이들이 제시한 액수는 적었지만 예산에 맞춰 결혼식장을 최대한 아름답게 꾸미려 했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배우들의 화려한 결혼식장 같지는 않았지만 영송 마틴 대표는 신랑 신부의 아름다운 웨딩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한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그가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온 것도 한국의 웨딩문화를 바꾸는 일이었다. 그는 한국의 예식장을 처음으로 보고 '삭막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결혼식장에서 새로이 출발하는 신혼부부를 따뜻하게 맞아, 지인들이 함께 담소하며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 그는 커다란 예식장에서 방문객들이 밥만 먹고 금세 가버리는 한국의 웨딩문화를 바꾸고 싶었다.

 

"100억원짜리 결혼식을 치를 수도 있고, 80만원으로 결혼식을 치를 수도 있죠.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돈의 액수가 아니에요. 천편일률적인 웨딩 패키지에 끼워 맞춰 결혼식을 진행하기보다는 본인의 예산과 취향에 맞춰 결혼식을 기획하자는 거죠."

 

그는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불고 있는 웨딩 트렌드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페나 미술관 등을 빌려 진행하는 방식의 새로운 웨딩 트렌드다.

 

 

"15년 전 미국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에도 이상한 여자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고들 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파티는 디자인이나 장식과는 거리가 멀었거든요.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었죠.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며 미국의 파티 문화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세계 웨딩트렌드를 이끄는 회사로 알려진 와일드플라워 린넨을 이끌면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송 마틴 대표는 그러나 특별히 힘든 기억이 단연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어디에 '포커스'를 두느냐다. 힘든 기억에 집중하면 힘든 것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차별 대우도 받았죠. 하지만 가난하든 부유하든 차별이나 편견은 누구나 받는다고 생각해요. 그저 24시간 주어진 하루를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해요. 뭔가 이루겠다고도, 특별히 내일 달라질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하루를 사는 거죠."

 

인터뷰를 진행할 당시 마침 슬리퍼와 운동복 차림으로 행사 준비를 하다 땀에 절은 직원들이 영송 마틴 대표를 보러 왔다. 그는 직원들과 업무 얘기를 주고 받은 후 직원들이 방을 나가는 틈을 타 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고 파티장을 누비는 게 제 모습이 아니에요. 저 직원들처럼 대충 차려입고 현장에서 땀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는 게 진짜 제 모습입니다."

 

그는 한국계, 150cm 남짓한 키 등 미국 현지인들의 편견과 차별을 받기 쉬운 자신의 모습을 조금도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름의 '영송' 역시 한국 본명인 송영숙에서 발음하기 힘든 '숙'자를 떼어내고 미국식대로 성과 이름 순서를 뒤바꿔 지은 것이다. '마틴'이라는 성은 남편의 성을 따왔다.

 

한자로 꽃부리영, 맑을숙. 이름이 너무 좋아 굳이 미국식 이름으로 바꾸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영송 마틴 와일드플라워 린넨 대표는 1958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서울 종로에서 자랐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21살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캘리포니아 FIDM(The 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을 졸업한 후 로스앤젤레스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Parsons Art Institute’s School of Design)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지난 1986년 자신의 이름을 건 Y.S.라는 패션 브랜드를 론칭해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하다 2001년 와일드플라워 린넨을 창업했다. 지난 2013년 한국에 지사를 내어 운영하고 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