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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장수화장품이 안 팔린다

  • 2015.03.02(월) 09:15

[화장품 브랜드별 매출 분석]
저가·고가만 매출 신장..'양극화'
90년대 출시·중간 가격대 '외면'

어중간한 가격대와 낡은 브랜드 화장품이 안 팔린다.

LG생활건강 화장품 브랜드의 6년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다. 우선 가격 측면에선 아주 비싸거나 싼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었다. 반면 중가 화장품은 고전했다. 화장품 브랜드의 ‘양극화’ 현상이다. 출시 시기로 보면, ‘장수 화장품’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라끄베르’, ‘오휘’ 등 1990년대에 출시된 화장품 매출은 최근 감소세가 뚜렷했다. 반면 2000년대 나온 ‘신상’ 화장품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래픽 = 김용민 기자]

 

◇ 아주 싸거나 비싸야 팔려

2일 LG생활건강에 따르면 고가 화장품 브랜드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5144억원(이하 출고가 기준)을 기록했다. 3분기 만에 2013년 한 해 매출(4775억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2010년 3000원대에 머물던 고가화장품 매출은 5년 만에 두 배가 됐다.

고가 화장품 중 ‘후’의 성장세가 가장 도드라졌다. ‘후’의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은 2010억원으로 2013년 한 해 매출(1658억원)을 뛰어넘었다. 후 매출은 2010년 1187억원에서 2011년(1385억원), 2012년(1486억원), 2013년(1658억원)으로 매년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판매 가격 기준으로는 '후'의 작년 매출은 4300억이 넘었다. 2003년 출시 이후 십 년 만에 간판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2010년 출시된 ‘빌리프’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2010년(4억원), 2011년(80억원), 2012년(244억원), 2013년(388억원), 2014년 3분기(384억원) 등 매년 매출이 늘고 있다.

‘숨’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07년  론칭한 이 브랜드의 매출은 2009년 279억원에서 2012년 862억원까지 성장했다. 2013년 매출(797억원) 성장세가 한풀 꺾였지만, 지난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은 665억원.

아울러 저가화장품도 급성장 중이다. 3654억원(2011년), 4586억원(2012년) 5145억원(2013년) 등 매년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다. 2013년엔 중가대 화장품을 제치고, 가격별 매출 1위에 올랐다.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은 4474억원으로, 4분기 실적만 뒷받침하면 6000억원 고지도 밟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저가 화장품 매출의 대부분은 더페이스샵에서 나온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0년 더페이스샵을 인수한 뒤 5년 만에 덩치를 두 배 키웠다.

 

 

◇ 유행에 밀린 장수화장품

중가대 화장품은 성장 엔진이 서서히 꺼지고 있다. 중가 화장품 매출은 2010년 3996억원에서 2012년 5070억원까지 늘었지만, 2013년 매출은 4996억원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성적도 부진했다.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은 3342억원으로, 이 성장세로는 2013년 매출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중가 화장품 브랜드 중 성장세가 가장 둔화된 것은 ‘라끄베르’다. 2011년 522억원이었던 매출은 2013년 314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작년 3분기 누적 매출도 197억원으로, 한 해 매출이 200억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자녹스’는 1000억원대 브랜드에서 탈락할 위기다. ‘이자녹스’는 지난 2009년 이후 5년째 1000억원 초반대 매출을 올렸다. 2012년 1458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3년 1275억원으로 성장세가 꺾인 뒤, 작년 3분기 매출은 714억원에 머물고 있다. 중가 브랜드 ‘보닌’도 2012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들 화장품의 또 다른 특징은 모두 장수화장품이란 점이다. 이자녹스(1995년), 라끄베르(1996년), 보닌(1998년) 등 모두 1990년대에 출시됐다. 고가 화장품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오휘’도 1997년에 론칭됐다. ‘오휘’ 매출은 2011년 1458억원에서 2013년 1231억원으로 줄었다. 작년 3분기 누적 매출도 926억원 수준.

반면 중가 화장품 중에서도 2000년대 이후에 출시된 화장품은 선방하고 있다. 2005년 출시된 ‘비욘드’ 매출은 2010년 629억원에서 2013년 882억원으로 증가했다.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은 674억원으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2003년 출시된 ‘수려한’은 2011년 이후 3년째 매출이 11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로드샵의 인기로 저가 화장품 실적은 좋아졌지만, 중가대 화장품은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 대비 좋은 품질의 저가대 화장품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중가대 화장품의 가격적 차별화가 어려워 지고 있다”며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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