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어…."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ㆍ등사 가처분신청 4차 공판에서 재판장인 조용현 부장판사는 심리 시작과 함께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8일 롯데쇼핑의 사업 손실을 확인한다는 취지로 회계장부를 열람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당초 3차 심문을 끝으로 종결키로 했던 재판은 4차로 연장됐다. 재판부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조 판사는 "양측이 법정에서 다투고 있던 롯데쇼핑 회계서류에 대해 지금까지 많은 다툼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채권자(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에서 강하게 요청한 자료에 대해 채무자(롯데쇼핑 측)가 다시 한번 입장을 밝히겠다고 해서 심리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번 공판에 앞서 양측 변호사들은 물밑에서 칼끝을 겨누며 격전을 벌였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변론 종결 후 법률대리인들이 법원에 참고용으로 내는 참고서면은 많으면 2회에 걸쳐 제출되지만, 이번 재판에서 양측은 4회에 걸쳐 참고서면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열린 공판에서 롯데쇼핑 측은 신 전 부회장 측이 요구한 회계자료 중 일부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롯데쇼핑 측 변호인은 "신 전 부회장 측에서 요청한 12건의 회계자료 중 7건의 자료를 제출한다"며 "나머지 5건은 중국 종속 회사이거나 주식가치에 대한 평가를 안해서 서류가 없다"고 못박았다.
롯데쇼핑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 서류는 ▲칭따오 롯데마트 부동산 매입당시 가치평가서 ▲롯데비엔나 베트남 주식지분 가치평가서 ▲타임즈 출자지분 가치 평가서 ▲롯데프로퍼티 청두 주식가치 평가서 등이다.
특히 이날 쟁점은 롯데쇼핑이 칭따오 롯데마트 부동산을 취득하고 매각할 당시의 회계서류를 가지고 있는지에 맞춰졌다.
롯데쇼핑 측 변호인: "외부적으로 확인한 바로는 영업점 매입당시 부동산 가치 평가서류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
재판부는 롯데쇼핑의 추가자료 제출 기한을 오는 29일로 지정하며 다음주 초에는 가급적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히며 심문을 마쳤다.
일각에서는 롯데쇼핑 측이 서류를 의도적으로 제출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이진화 기업법무연구소 변호사는 "재판 중에는 상대가 요청한 서류를 다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대부분 숨겨야할 서류에 대해서 없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신청은 보통 '예비소송'의 성격이 강하다"며 "신 전 부회장 측이 배임혐의로 추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날 공판보다 이틀 앞서(25일) 호텔롯데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그룹의 여타 계열사에 대한 조사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