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 안준형기자]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았습니다"
김현준 CJ그룹 부사장(전략2실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문화산업 20주년 미디어 세미나'에서 이 같이 말했다. 한류가 일시적 현상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 새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한류가 4.0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CJ그룹이 2020년 문화사업 매출을 15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밝힌데 이어 구체적인 전략을 공개한 것이다.

▲ 김현준 CJ 부사장 [사진 = CJ 제공] |
한류 4.0은 한국 문화가 단순히 마니아 문화에서 벗어나 세계인의 일상으로 녹아드는 단계를 말한다. 김 부사장은 "한류 4.0은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달 2~3번 한국음식을 먹고, 매주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류는 1990년대 대장금 등 드라마(1.0)로 시작됐고, K팝(2.O)과 K무비·K뷰티(3.0)가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한류가 드라마와 영화, 음악 등을 제외한 외식, 패션 등 분야에서는 아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CJ는 한류를 4.0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 KCON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2012년 미국 어바인에서 처음 열린 KCON은 콘서트와 전시(컨벤션)을 동시에 진행해 한류를 알리는 행사다. KCON은 올해 아부다비, 도쿄, 파리, 뉴욕, LA 등으로 개최지를 7곳으로 늘렸다. 참가인원은 2012년 1만명에서 올해 20만명으로 증가했다.

▲ 2016년 미국 LA서 열린 KCON. [사진 = CJ 제공] |
글로컬라이제이션(Global + Localization)은 한류 4.0을 위한 또 다른 핵심 전략이다. 한류의 세계화와 현지화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14년 국내에 개봉해 관객 866만을 모은 '수상한 그녀'다. 이 영화는 중국과 베트남 일본에서 현지 문화를 반영해 새롭게 영화로 제작됐다. 베트남판 수상한 그녀는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현재 '수상한 그녀' 영화를 제작 중이다. tvN의 간판 예능 '꽃보다 할배'는 미국 NBC에 판권이 팔렸고, 중국에서는 '슈퍼스타차이나' 시청률이 고공행진했다.
이상길 CJ그룹 부사장(전략실장)은 "하나의 소스로 여러 국가에서 다양하게 유통되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CJ CGV는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서 원활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CGV는 2006년 중국 상하이 1호점을 연 뒤 현재 7개 국가에서 347개 극장, 2672개 스크린을 운영하는 세계 5대 극장 사업자로 성장했다.
최병환 CJ CGV 상무는 "지난해 해외 사업이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며 "지난 10년간 고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극장은 129개 수준으로, 현재 포화 상태"라며 "전체 이익을 해외에서 창출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