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조정 문제가 일단 대화의 물꼬를 텄다. 롯데면세점의 임대료 인하 요구에 "헙상은 없다"며 완강하던 인천공항공사가 "대화를 하겠다"고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여기에 정부도 면세점 업계 지원과 면세점제도 개선방안을 내놓기로 하면서 롯데면세점이나 면세점업계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양측이 만족할 임대료 조정안이 나오기까지 협상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 인천공항공사, 왜 태도를 바꿨나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조정의 키(Key)는 인천공항공사가 쥐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제시한 입찰가격이고 이미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사안이라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를 조정해줘야 하는 의무는 없다.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 조정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던 이유다.
하지만 면세점업계 상황은 인천공항공사가 마냥 외면할 수 없게 만들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라는 정치적인 이유로 롯데면세점과 면세점업계가 어려움에 처했고 중소면세점도 인천공항공사를 대상으로 임대료 인하 소송에 나섰다. 여기에 인천공항 최대 면세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이 임대료 조정이 되지 않으면 철수할 경우 이를 대체할 사업자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인천공항공사의 고민이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 검토를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인천공항공사는 그동안 롯데면세점의 요구에 대해 "국가계약법상 임대료 인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임대료 인하를 용인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한 만큼 인천공항공사로서도 버틸 명분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인천공항공사측에 롯데면세점의 요구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 내부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정치적인 문제로 롯데를 비롯한 민간기업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는 것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한숨 돌린 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은 "협상은 없다"던 인천공항공사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반기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난 일요일까지도 완강하던 인천공항공사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놀랐다"며 "이제 협상을 잘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해왔다. 3기 면세점 입찰 당시 면세점 업황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해 임대료를 과도하게 써낸 것은 잘못이지만 현재 상황이 더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악화됐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계약대로라면 올해는 2000억원, 계약기간인 5년간 총 1조4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에 공식적으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일주일 안에 협의 일정을 달라고 요청했고 지난 18일 인천공항공사가 극적으로 롯데면세점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인천공항공사와 롯데면세점은 이달중 임원급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면세점업계도 롯데면세점의 인천공항 철수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게된 것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1위 면세점인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철수하게 되면 인천공항의 타격도 크다"며 "공간 활용 측면 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의 브랜드 이미지도 실추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면세점업계, 정부 지원 의지에 '기대'
업계에서는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진 것은 다행스럽지만 협상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인천공항공사가 여론이나 정부를 감안해 대화에는 나서겠지만 롯데면세점이나 업계가 원하는만큼 임대료를 조정해주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명분을 쌓기 위한 제스처에만 그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기대감은 높다. 정부가 직접 나서 면세점 제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을 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면세점 업체 대표들과 만나 "면세점 업계 경영안정 등을 위한 건의사항과 관련해 정부가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우리 면세점산업이 앞으로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가 급히 태도를 바꾼 점이나 곧이어 정부가 면세점업계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나선 것은 정부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직접 컨트롤하겠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며 "인천공항공사와 롯데면세점이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