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는 웅진그룹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룹이 한때 재계 30위권에 오를 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웅진코웨이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국내 렌탈시장을 처음으로 개척한 곳이 웅진코웨이입니다. 방문을 통한 차별화된 서비스, 렌탈기법을 적용한 사업모델은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웅진코웨이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웅진코웨이와 눈물의 이별을 한 웅진그룹의 덩치는 급속도로 줄어들었습니다. 한때 건설, 식품, 태양광, 저축은행까지 거느렸던 웅진그룹은 현재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웅진, 북센 등 기타 계열사 몇개를 보유한 '작은 그룹'입니다.
◇ 웅진, 버릴 수 없는 꿈 '렌탈'
웅진이 코웨이 인수에 관심을 갖는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MBK에 웅진코웨이를 매각할 당시 계약서에 향후 5년간 렌탈사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경업금지(競業禁止)'조항을 넣었습니다. 그 기한이 지난 2일 입니다. 웅진은 이제 어떤 식으로든 '렌탈 사업'에 대해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웅진은 이미 렌탈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습니다. 2016년 초 터키 정수기 렌탈시장에 진출한 것이 신호탄입니다. 국내에서는 MBK와의 계약 관계 때문에 진출할 수 없어 해외시장부터 시작한 겁니다. 국내시장 진출 준비는 작년 11월부터 구체적으로 진행됐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시작할 것이냐', '코웨이를 가져올 것이냐'의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코웨이 인수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자문사로 삼성증권과 법무법인 세종을 선정하고 검토중입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웅진이 코웨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데 대해 업계가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현재 웅진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최대 3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웅진이 매입하려는 MBK의 코웨이 지분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3조원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결국 웅진이 코웨이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재무적 투자자(FI)가 필요합니다. 업계에서는 웅진이 가진게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웅진은 과거 극동건설을 인수했다 유동성 위기를 불러온 '승자의 저주' 경험이 있습니다.
◇ 냉랭한 MBK…웅진의 배팅? 마케팅전?
코웨이 대주주인 MBK 입장은 어떨까요?
아직은 급할 것은 없어 보입니다. 코웨이 실적도 좋습니다. 작년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은 전년대비 5.72% 증가한 1조8631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0.9% 늘어난 365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웅진의 인수검토 의사에 대해 MBK 반응은 냉랭합니다. 한국거래소가 웅진의 코웨이 인수 추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자 코웨이는 "최대주주는 이러한 지분매각을 추진하거나 검토한 바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부인 공시입니다.
그럼에도 MBK는 코웨이를 매각해야 합니다. MBK는 렌탈사업을 하는 기업이 아니라 투자자금을 모아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코웨이를 인수한지 5년째입니다. 통상적으로 펀드가 기업에 투자한 뒤 매각차익을 거둬들여야 할 때입니다.
문제는 '흥행'입니다. 코웨이를 좀 더 비싼 값에 팔아야 합니다. 그런데 웅진이 나섰으니 달가울 리 없습니다. 웅진의 코웨이 인수 추진 선언으로 코웨이의 주가만 하락했습니다. 지난달 웅진의 코웨이 인수 추진 선언 이후 지난 2일까지 코웨이 주가는 7.08% 하락했습니다.
▲ 단위:원. |
웅진은 코웨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돈이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웅진이 코웨이 인수 의사를 밝힌데 대해 다른 해석도 나옵니다.
렌탈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코웨이를 활용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겁니다. 코웨이를 활용해 주목을 끌고 결국엔 자체적으로 렌탈사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입니다. 여전히 렌탈 소비자들에게 '코웨이=웅진'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때문에 웅진이 이런 상황을 충분히 활용해 '코웨이를 되찾기 위한 노력-인수 무산-자체 렌탈사업 진출'이라는 시나리오로 가는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코웨이가 없는 상황에서 웅진이라는 브랜드만으로 다시 렌탈시장에 진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 때문에 코웨이를 엮어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후 자체 브랜드로 정수기 렌탈시장에서 재기를 하겠다는 계산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웅진과 코웨이는 충분히 히스토리가 있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도 쉽다"고 평가했습니다.
웅진도 새로운 법인을 통해 렌탈시장에 진출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중입니다. 웅진 관계자는 "코웨이 인수와 새로운 법인 설립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중"이라며 "비용대비 효율성이 높은 쪽으로 선택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렌탈업계 신화로 통하는 윤석금 웅진 회장은 3일 렌탈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코웨이를 인수해 두마리 토끼를 잡을 것인지, 코웨이를 포기하고 새로운 신화를 쓸 것인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