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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무리수' 웅진, 무엇을 간과했나

  • 2018.09.03(월) 16:37

FI로 스틱인베트스먼트 유치…실탄 마련 새 국면
MBK 매각 의지가 중요…업계 "굳이 팔 이유 없어"

 
웅진그룹이 또다시 코웨이 인수를 위한 준비에 나섰습니다. 올해 초에도 비슷한 시도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실탄'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웅진의 코웨이 재인수 이야기는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릅니다. 약점으로 꼽혔던 실탄 마련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웅진은 지난해 코웨이 인수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이후 실탄 마련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재무적 투자자(FI)로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웅진 스스론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코웨이의 인수 자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가세하면서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아직 스틱인베스트먼트도 어떤 구조로 웅진의 코웨이 인수에 투자할지 구체적으로 확정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도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을 겁니다. 그만큼 웅진의 코웨이 재인수 시도는 규모도, 의미도 큰 딜임이 확실합니다. 

먼저 움직인 곳은 웅진입니다. 웅진은 최근 계열사인 웅진씽크빅을 앞세워 유상증자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규모는 약 1700억원 정도입니다. 여기에 내부 자금을 더하고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투자와 인수 금융 등을 일으켜 2조원에 달하는 실탄을 만들겠다는 생각입니다. 웅진씽크빅의 유상증자 결정은 그 첫걸음인 셈입니다.

웅진이 코웨이에 이토록 애착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웅진그룹이 해체되기 전까지 코웨이는 웅진코웨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렌탈업계를 주름잡던 알짜회사였습니다. 과거 웅진그룹을 지탱하던 대들보였습니다. 하지만 웅진그룹이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에 나서면서 대들보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2013년 MBK파트너스에게 1조2000억원에 팔 수밖에 없었습니다.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웅진코웨이를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사명에서 '웅진'을 지웠고, 현재는 '코웨이'로 남아있습니다. 주요 계열사를 대부분 잃은 웅진은 수년간 절치부심했습니다. 어느 정도 다시 기력을 회복하자 과거의 영광 재현에 나섰고, 그 시작이 코웨이 재인수였습니다. 다시 대들보를 찾아와 예전의 웅진그룹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생각입니다.

웅진이 MBK파트너스와 웅진코웨이 매각 계약 당시 맺었던 '경업금지(競業禁止)' 시한은 올해 초 끝났습니다. 경업금지는 '웅진이 향후 5년간 렌탈사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그 시한이 끝나자 웅진은 바로 코웨이를 인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순간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실탄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결국 웅진은 자체적으로 렌탈사업에 진출했습니다.

웅진은 웅진렌탈을 통해 다시 렌탈사업에서 성공을 꿈꿨습니다. 그러나 이미 국내 렌탈시장은 코웨이를 비롯해 LG와 SK매직 등의 입지가 공고했습니다. 웅진렌탈의 실적은 부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웅진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업계 일각에서 웅진이 웅진렌탈을 만든 궁극적인 이유가 코웨이 인수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 아니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웅진의 코웨이 재인수 시도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무척 부정적입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코웨이 재인수를 선언했을 때와 비교해 사정이 나아진 게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틱인베스트먼트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기는 했지만 인수합병(M&A) 자체가 워낙 변수가 많은 만큼 스틱인베스트먼트 유치만으로는 전체 판도를 뒤집기에는 어렵다는 시각이 팽배합니다.

무엇보다도 코웨이의 주인인 MBK파트너스의 매각 의지가 중요합니다.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굳이 코웨이를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코웨이의 실적이 무척 좋기 때문입니다. 코웨이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7.9% 늘어난 2606억원에 달했습니다. 국내 렌탈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도 여전합니다. 
▲ 코웨이 사옥(사진=이명근 기자/qwe123@).


게다가 웅진과 MBK파트너스는 최근 소송전도 벌였습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5월 블록딜을 통해 코웨이 지분 5%를 매각했습니다. 그러자 웅진은 우선매수권 계약 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웅진은 코웨이 매각 당시 향후 MBK파트너스가 엑시트할 경우를 대비해 이를 웅진이 되살 수 있도록 장치를 해뒀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블록딜이 특정 매수인을 염두에 둔 매각이 아니었다고 판단하면서 MBK파트너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웅진그룹은 이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2심도 MBK파트너스가 승소했습니다. 웅진과 MBK파트너스의 사이가 좋을 리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웅진을 바라보는 MBK파트너스의 시선이 불안합니다. MBK파트너스는 웅진이 코웨이 인수 여력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웅진의 인수 선언을 바라보는 시각도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겠냐는 시각이 많습니다. 투자 펀드의 만기가 도래해 정리를 해야 한다고 해도 굳이 불안한 매수자에게 넘길 이유는 없습니다. 코웨이의 실적이 나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사실 MBK파트너스의 입장에서 봐도 코웨이를 이렇게 팔 이유가 없습니다. MBK파트너스는 이미 지난 5년간 코웨이에 투자한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서두를 필요가 없고, 가장 좋은 시기에 최대한 많은 금액을 받고 팔면 됩니다. 더 많은 이득을 위해선 경쟁입찰이 최선입니다. 웅진 혼자 나서는 구도는 MBK파트너스가 바라는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경험이 풍부한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가세한 만큼 MBK파트너스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한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웅진의 상황을 보면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인수 자금의 상당부분을 의지해야 하는 만큼 MBK파트너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웅진이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우군으로 끌어들인 것은 웅진 입장에서는 무척 고무적인 일일겁니다. 하지만 웅진이 진짜 코웨이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지, 인수 후에도 현재 코웨이의 기업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MBK파트너스가 팔 마음이 없는데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생각만으로 무분별하게 인수를 추진한다면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없습니다. 자칫 김칫국부터 들이키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럽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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