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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다 왔는데"…롯데 '재계 4위' 꿈 멀어지나

  • 2018.02.23(금) 09:31

<어닝 2017> 5대그룹 리그테이블⑤
사드 직격탄...롯데쇼핑 등 줄줄이 부진
신동빈 회장 구속으로 올해도 '먹구름'

롯데그룹은 지난 20여 년 동안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90년대 후반 재계 순위 10위권에 머물렀던 롯데는 2000년대 들어 10위권 내로 확실히 안착했다.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최근에는 재계 5위 자리를 굳혔다. 재계 4위인 LG와의 격차도 꾸준히 좁혔다. 

그러자 한때 재계에선 롯데가 재계 4위로 올라서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롯데가 4대 그룹에 이름을 올리는 날이 머지않아 보였다. 하지만 암초를 만났다. 우선 작년엔 중국의 사드 보복 후폭풍을 고스란히 맞았다. 올해는 신동빈 회장이 구속됐다. 그러다 보니 롯데의 재계 4위 등극이 당분간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LG 턱밑까지 추격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7년 롯데그룹의 재계 순위는 10위였다. 당시만 해도 현대그룹이 독보적인 재계 1위 자리를 지켰던 시절이었다. 롯데 위로는 쌍용과 한진, 한화그룹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랬던 롯데가 지난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롯데는 재계 순위 6위로 올라서며 고성장에 시동을 걸었다.

현재 롯데의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는 5위다.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변동은 없다. 국내 상위 5개 대기업 순위는 2006년부터 '삼성-현대차-SK-LG-롯데'의 순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97년 10위였던 롯데가 불과 10여 년만에 5위에 오른 후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롯데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신동빈 회장의 역할이 컸다. 신 회장은 지난 2004년 롯데의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후 지난 2016년까지 총 36건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덕분에 롯데는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덩치를 키우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변화했다.

롯데가 비약적으로 성장하자 재계의 관심은 롯데가 과연 LG를 넘어설 수 있을지로 모였다. 공정위가 재계 순위를 매기는 기준인 자산총액 격차가 매년 줄고 있어서다. 지난 2012년 LG와 롯데의 자산총액 차이는 17조5000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작년 5월엔 1조5000억원까지 줄었다. 불과 5년 만의 일이다.

◇ 사드 보복 후폭풍에 '휘청'

롯데와 LG의 자산총액 규모가 현저히 줄어들자 재계 일각에서는 올해 재계 순위 변동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롯데의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순항하던 롯데는 지난해 큰 암초를 만났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다. 롯데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유통업을 근간으로 식음료와 호텔·서비스, 화학 등으로 나뉜다. 이중 핵심인 유통이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4.6% 감소한 18조1800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30.5%나 줄어든 530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실적이 크게 부진했던 이유는 내수 부진과 더불어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급감한 탓이 컸다. 특히 중국 롯데마트의 영업정지가 계속되면서 손실은 더 커졌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중국시장 영업손실은 2690억원에 달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여타 주요 계열사 실적도 좋지 않았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8% 감소한 760억원에 그쳤다. 롯데푸드 영업이익도 18.3% 줄어든 652억원을 기록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진 데다 중국 관련 사업을 진행하던 계열사들이 일제히 부진의 늪에 빠졌다. 그나마 롯데케미칼이 전년보다 15.1% 늘어난 2조927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게 위안거리였다.

업계에선 롯데 주요 계열사들의 부진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탓에 롯데의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LG와의 격차도 더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작년 롯데가 뜻하지 않게 사드 보복의 후폭풍을 직접 맞으면서 전반적으로 위축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 사드 보복의 여파가 상당부분 남아있어 유통 등 핵심 사업군의 실적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 신동빈 회장 구속…성장동력 저하

작년에 이어 올해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신동빈 회장의 구속이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롯데의 가파른 성장 배경엔 신 회장의 강력한 추진력이 있었다. 한때 롯데는 각종 M&A의 단골손님으로 불릴 만큼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올해는 지주사 전환 등을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내실을 다지기 위한 첫걸음을 떼는 해였다.

하지만 신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법정구속되면서 롯데의 올해 계획은 전면 '올스톱'됐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지만 오너가 부재한 상황에서 성장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CJ그룹이 이재현 회장 부재 시 오랜 기간 성장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아울러 올해는 롯데가 향후 50년을 바라보며 제시한 '뉴 롯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첫해였던 만큼 신 회장의 구속은 롯데그룹 전반에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당장 약 10조원에 달하는 해외투자 계획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또 신 회장의 구속으로 다시 롯데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롯데 입장에선 안팎으로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산재해있는 셈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사드 보복의 경우 상황이 좋아지면 회복이 가능한 반면 오너의 구속은 기업에 주는 타격이 생각보다 무척 크다"면서 "롯데가 지금까지는 폭발적으로 성장해왔지만 앞으로 몇 년간은 어려운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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