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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법정구속…'뉴 롯데' 구상 흔들

  • 2018.02.13(화) 18:18

징역 2년 6개월 법정구속…창사 이래 첫 총수 부재
법원 "부정한 청탁있었다"…'삼성 대신 제물?' 평가도
호텔롯데 상장 비롯해 지배구조 개선 작업 '급제동'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해 말 경영비리 재판은 무사히 넘겼지만 국정농단 재판이란 허들은 넘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다. 애초 업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집행유예 판결 사례가 있었던 만큼 신 회장도 최소한 법정구속은 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삼성 대신 제물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추진하던 '뉴 롯데' 구상에도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 예상치 못한 결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또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롯데 측에 K스포츠재단 지원을 강요했고, 이에 신 회장이 롯데의 면세점 특허 재취득 등 부정한 청탁과 함께 재단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간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롯데의 면세 특허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안 전 수석에게서 여러 차례 보고를 받으며 지시를 내렸다"며 "신 회장 역시 대통령의 영향력이 롯데에 유리한 방향으로 행사될 것을 주된 고려 요소로 삼아 K스포츠재단 지원 결정을 했던 것으로 충분히 판단된다"고 밝혔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아울러 "면세점 탈락 후 특허 재취득이 절실했던 신 회장 입장에서는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유사한 상황에서 신 회장과 같은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롯데가 70억원을 제공한 것은) 면세점 특허를 얻으려는 롯데의 경쟁기업은 물론 정당하게 인허가를 받으려는 기업에 허탈감을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롯데는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를 맞아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각 BU장들이 그룹을 경영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예상 밖의 일이라 무척 당황스럽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경영방침이나 방향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논의를 통해 향후 방침을 정하는 것이 수순일 듯싶다"고 말했다.

◇ 삼성 대신 롯데?

업계에서는 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공판 당시 재판부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 내용에 대해 "증거 능력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롯데도 같은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이 부회장이 풀려난 만큼 비슷한 혐의를 받는 신 회장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였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의 방향으로 흘렀다.

법원의 판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안 전 수석의 수첩 내용에 대한 증거 능력 인정 여부였다. 신 회장의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재판부와 달리 안 전 수석의 수첩에 적힌 내용에 대해 "증거 능력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이 롯데면세점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이 존재한다”고 판결했다. 같은 증거를 두고 각각의 재판부가 서로 다른 판단을 한 셈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업계에서는 재판부가 여론과 국민들의 법감정을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재판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삼성 대신 롯데를 제물로 삼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결과를 두고 여론의 방향이 생각보다 좋지 않자 재판부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법원이 국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판결을 내리는 데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고,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신 회장의 법정구속이라는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뉴 롯데' 올스톱…산적한 현안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롯데는 무척 당황하고 있다. 현재 지주사를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들은 긴급 회의에 들어갔다. 향후 대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신 회장의 법정구속은 롯데에 큰 악재다. 우선 신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뉴 롯데'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더불어 호시탐탐 신 회장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다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신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롯데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경영현안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는 현재 10조원이 넘는 공격적인 해외투자와 더불어 호텔롯데 상장 등 지배구조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롯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화학 계열사들의 경우 아직 롯데지주에 편입되지 않은 상태다. 더불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영업정지를 당한 중국 롯데마트도 매각도 진행 중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반격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롯데는 아직 일본롯데와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한 상태다. 일본의 경우 경영진의 법적 처벌 여부에 대해 무척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번 신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일본롯데의 주주들이 신 회장에게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작년 말 경영비리 재판에서 원했던 결과를 얻은 이후 신 회장의 행보는 무척 빠르고 적극적이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법정구속으로 신 회장은 물론 롯데가 추진하던 각종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의 계획들이 모두 틀어지게 됐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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