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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감자?금자!③감자칩은 무풍지대

  • 2018.05.11(금) 14:18

제과업체, 계약재배·대형 저장 시스템 갖춰
가격변동서 자유로워…업체·농가 모두 윈윈

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최근 천정부지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감자 이야기입니다. 가뜩이나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는 요즘 든든한 백이었던 감자마저 가격이 치솟는 바람에 서민들의 마음이 더욱 헛헛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감자가 金자가 된 이유부터 우리가 몰랐던 감자의 종류, 이번 감잣값 급등이 스낵업체들에 미치는 영향 등을 꼼꼼히 살펴볼 생각입니다. [편집자]


평소에 접하는 감자요리를 제외하고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감자 가공식품은 아마 감자칩일 겁니다.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제과업체들이 대부분 감자칩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감자칩은 간식은 물론 술안주로도 인기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기는 간식거리입니다.

감자칩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합니다. 영국에서 먼저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있고 미국이 원조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감자칩의 유래는 1850년대 미국의 한 작은 레스토랑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시만해도 감자튀김을 먹었습니다. 감자를 두껍게 썰어 기름에 튀긴 음식이었죠.

감자칩은 이 감자튀김에서 출발합니다. 뉴욕 부근의 사라토가 스프링스(Saratoga Springs)에 위치한 한 작은 식당이 감자칩의 시작입니다. 이 식당의 주인은 조지 크럼(George Crum)이라는 할아버지였는데 이 분 성격이 좀 괴짜였던 모양입니다. 자신의 음식에 대해 손님이 불평을 하면 다음번 음식은 최악으로 만들어서 골탕을 먹이는 악취미가 있었습니다.

한 번은 단골손님이 감자튀김을 시켜서 먹다가 너무 두껍고 덜 익었다며 불평을 했습니다. 화가난 조지 크럼은 '골탕 먹어봐라'는 심정으로 감자를 아주 얇게 썰어 튀겨냈습니다. 여기에 소금까지 마구 뿌려 다시 가져다줬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손님의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너무 맛있다면서 추가 주문을 하더랍니다. 손님을 골탕 먹이려던 괴짜 할아버지의 기행이 감자칩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낸 겁니다. 

▲ 조지 크럼이 만든 최초의 감자칩으로 알려진 '사라토가 칩스(Saratoga Chips)'.

그 후로 약 170여 년이 흐른 지금 감자칩은 이제 전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간식이 됐습니다. 감자칩의 유래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감자칩의 핵심은 감자입니다. 별다른 조리가 필요 없습니다. 이는 곧 감자칩의 가격은 감자 가격이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튀기는 기름값의 변동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재료인 감자의 가격입니다.

식품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올릴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바로 "원재료값 상승 탓"입니다. 재료값이 올라서 부득이하게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식품업체들이 자주 사용하는 논리입니다. 그렇다면 최근 감자값이 급등하고 있으니 감자칩의 가격도 오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니다"입니다. 이유는 계약재배와 대규모 저장에 있습니다.

오리온의 경우 1988년 국내 최초로 강원도 평창에 감자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이곳에서는 감자칩 전용 품종을 개발했는데요. 그것이 '두백'과 '대서' 입니다. 감자는 수분 함량이 많은 작물입니다. 따라서 기름에 튀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리온이 개발한 품종은 수분 함량을 낮추고 대신 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전분 함량을 높인 품종입니다.

오리온은 감자연구소에서 개발한 품종들의 씨감자를 계약재배 농가들에 공급합니다. 오리온과 계약을 맺은 농가들은 오리온의 감자칩을 위한 감자를 생산합니다. 오리온은 1989년부터 국내 약 200여 농가와 계약을 맺고 여기서 생산된 감자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습니다. 더불어 여기서 생산된 감자들은 대형 전용 저장고에 보관합니다. 따라서 시중의 감자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구조입니다.

▲ 오리온 감자연구소의 감자저장고(출처 : 오리온 공식 블로그).

'허니버터칩'으로 감자칩 시장에 돌풍을 불러일으켰던 크라운-해태제과도 계약재배와 대량 저장을 합니다. 이를 통해 감자가격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감자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감자칩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감자는 시중에 판매되는 감자와는 다른 품종인 데다 업체별로 국내에서 수량이 모자랄 경우에는 수입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농심의 경우는 살짝 다릅니다. 농심은 다른 업체들과 달리 일반 시중에서 판매되는 수미 감자를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최근의 감자 가격 급등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하지만 농심의 대답도 "아니다"였습니다. 농심은 1995년부터 농가와 계약을 통해 감자를 공급받고 있습니다. 또 대형 저장고 시스템을 오래전부터 갖추고 있어 시중 감자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수미 감자의 경우 주로 가정에서 쪄먹는 용도에 적합한 감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미 감자는 일반 감자보다 당분이 약 11배나 많아 단맛이 풍부하지만 수분이 함량이 높아 으깨지기 쉽고 갈색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감자칩 용도로는 사용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농심은 맛과 품질이 뛰어난 수미 감자를 감자칩으로 개발하기 위해 진공저온공법을 개발, 수미감자를 감자칩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재배와 대형 전용 저장고 시스템이 없었다면 제과업체들도 감자가격 폭등의 직격탄을 맞았을 것"이라며 "워낙 많은 양의 감자가 들어가다 보니 계약재배와 대형 저장고가 필수였고, 이는 곧 농가들 입장에서도 가격 변동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공급처가 생겨 업체와 농가 모두 윈윈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인의 인기 간식인 감자칩. 감자가격이 아무리 오르더라도 큰 걱정 없이 계속 드셔도 될 것 같습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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