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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감자?금자!①감자전 한장 1만5000원 된 사연

  • 2018.05.09(수) 09:39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 20.7% 감소
올해도 한파로 생산 줄어…6월쯤 안정 전망

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최근 천정부지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감자 이야기입니다. 가뜩이나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는 요즘 든든한 백이었던 감자마저 가격이 치솟는 바람에 서민들의 마음이 더욱 헛헛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감자가 金자가 된 이유부터 우리가 몰랐던 감자의 종류, 이번 감잣값 급등이 스낵업체들에 미치는 영향 등을 꼼꼼히 살펴볼 생각입니다. [편집자]


감자는 오래전부터 대표적인 구황작물(救荒作物)이었습니다. 구황작물은 가뭄이나 장마에 영향을 받지 않고 척박한 땅에서도 가꿀 수 있어 흉년으로 기근이 심할 때 주식으로 대용할 수 있는 작물을 말합니다. 가격도 저렴합니다. 하지만 요즘 감자를 보면 구황작물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듯합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가격 때문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20㎏ 상품(上品) 감자 한 상자의 평균 가격은 9만1400원입니다. 전년대비 86.2%나 올랐습니다. 이마저도 전월대비로는 소폭 내린 가격입니다. 지난 4월 평균가격은 20㎏ 한 상자에 10만7705원이나 했습니다. 그아말로 감자가 아니라 '金자'입니다.

감자 가격 폭등으로 서민들의 타격도 컸습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감자탕에서 감자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얼마 전 저녁 약속이 있어 들렀던 식당에서는 감자전 한 장에 1만5000원이나 하더군요. 심지어 메뉴판에도 아예 '金자전'으로 표기돼있었습니다. 그만큼 요즘 감자를 만나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구황작물인 감자가 왜 이처럼 귀하신 몸이 됐을까요? 사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서입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공급이 달리는 상황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감자 출하 시기는 일 년에 총 4번입니다. 3월부터 5월 사이에는 ‘시설봄감자’, 5월 말부터 7월까지는 ‘노지봄감자’, 8월부터 11월까지 출하하는 ‘고랭지감자’, 10월부터 1월까지 출하하는 ‘가을감자’입니다.


이 중 노지봄감자가 국내 감자 생산량의 약 70%가량 차지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작황 부진으로 지난해 감자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는 점입니다. 노지봄감자도 재배지가 줄면서 생산량이 감소했습니다. 고랭지감자 역시 예년보다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생산량이 줄었습니다. 가을감자의 경우 한파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탓에 지난해 국내 감자 생산량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겁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감자 생산량은 전년보다 20.7% 감소한 44만4000톤에 그쳤습니다. 여기에 3월부터 출하됐어야 할 시설봄감자가 올해 초 한파 등 기상 이변으로 생육이 부진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시설봄감자의 생산량이 평년보다 12.3% 감소한 30만2000톤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난해 감자 생산량 감소로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 올해 한파로 또다시 감자 생산량이 줄면서 전체적으로 감자 품귀현상이 생겨난 겁니다. 감자는 꾸준히 수요가 있는 작물입니다. 특히 학교 급식 등에 많이 사용됩니다. 따라서 공급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현재까지 수요는 여전한 데 공급이 달리면서 가격이 급등한 겁니다.

감자 가격이 급등하자 그동안 뒷짐만 지고 있었던 정부도 나섰습니다. 애초 정부는 감자의 경우 연중 계속 생산되는 데다 저장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비축사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감자 가격 급등에 일조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정부도 농협 등이 보유하고 있던 물량을 시장에 풀었습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하지만 농협 물량만으로 고공행진 중인 감자 가격을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말부터 미국, 호주 등에서 감자 1325톤을 수입해 시장에 풀었습니다. 아울러 이달까지 총 3085톤을 추가로 수입해 시장에 출하할 계획입니다. 정부의 이런 노력 덕분일까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감자 가격은 이달 들어 조금 주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저장 고랭지감자 물량이 대부분 소진됐고 1월과 2월의 한파, 3월의 고온 현상으로 비닐하우스 등의 봄 감자 작황이 부진해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노지봄감자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오는 6월이 돼야 감자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현재 가격 안정화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주부들 사이에서는 요즘 마트에서 본 감자 가격이 화제입니다. 감자 한 알에 약 2000원 정도 한다더군요. 이런 현상이 앞으로 계속된다면 한동안 우리 식탁에서 감자를 찾아보기는 어려울 듯싶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감자볶음, 감자탕, 감자전 등 감자 음식들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요? 어서 감자가 다시 우리 식탁으로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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