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이 기존의 정형화된 틀을 깨고 이색적인 콘텐츠를 대거 쏟아내고 있다. 전통적인 판매 품목이 아닌, 뮤지컬, 아트 여행, 모빌리티 서비스 등 '올드한 TV 쇼핑'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단순히 상품군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젊은 층을 TV 앞으로 끌어들여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게 왜 홈쇼핑에서 나와?"
최근 현대홈쇼핑은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들의 취향을 공략하기 위해 이색 콘텐츠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대중적으로 친숙한 뮤지컬과 영화 티켓 판매는 물론, 갈라쇼 관람권과 같은 프리미엄 문화 상품까지 편성했다. 국가유산진흥원과 협업해 선보인 40여 종의 굿즈도 화제를 모았다. 일부 상품은 이른바 '오픈런'과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주목받았다.
모빌리티 영역으로의 확장에도 나섰다. 현대홈쇼핑은 모빌리티 플랫폼 '차봇'과 손잡고 차량 비교 견적과 컨시어지 서비스를 방송으로 선보였다. 자동차 구매라는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홈쇼핑 특유의 편리한 상담 시스템과 결합해 고객 접근성을 높인 셈이다.
이런 시도는 특정 수요층을 겨냥한 단독 여행 상품으로도 이어졌다. 예술 테마의 '나오시마 패키지여행'이 대표적이다. 이는 홈쇼핑이 단순한 상품 판매 채널을 넘어 하나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홈쇼핑의 이런 실험은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현대홈쇼핑이 지난해 5월 진행한 '뮤지컬 맘마미아' 방송은 매출 목표 대비 4배 이상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나오시마 여행 상품 역시 목표치를 400% 웃도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홈쇼핑에 따르면 문화 예술이나 이색 여행 등 신규 콘텐츠 방송의 경우 기존 평균 대비 3040대 고객 비중이 10% 이상 높게 나타났다. 차별화된 콘텐츠가 있다면 젊은 세대도 기꺼이 홈쇼핑 채널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3분기 매출 2643억원, 영업이익 1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3.3%, 79.9% 증가한 수치다. 현대홈쇼핑은 이런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더욱 공격적인 상품 기획에 나설 계획이다. 단순한 판매 채널을 넘어 고객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매개체로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 취향과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상품들을 선보여 신규 고객 확보는 물론 기존 고객에 대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홈쇼핑의 안티에이징
전통적으로 홈쇼핑의 주 타깃은 '안방의 지갑'을 쥔 4060세대였다. TV 매체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구매력도 뒷받침되는 계층이다. 이에 따라 건강기능식품, 패션, 뷰티, 주방 관련 제품이 홈쇼핑의 주력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가족이 모이는 주말 저녁이나 주부들이 비교적 여유를 갖는 평일 오전 시간대는 매출이 집중되는 '골든 타임'으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홈쇼핑 업계는 구조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TV 시청 인구 감소와 송출 수수료 부담 증가가 가장 큰 이유다. 스마트폰 기반 이커머스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도 빠르게 이동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OTT 서비스 확산으로 TV 본방 시청 자체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가 '탈TV'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개 TV홈쇼핑사의 방송 매출은 2조6428억원으로,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해마다 상승하는 송출 수수료는 수익성을 압박하며 기존 사업 모델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현대홈쇼핑을 비롯한 업계는 2030세대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아이돌 앨범과 굿즈, 한정판 레고 등 상품 구성도 한층 다양해졌다. 트렌드와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여 고객 연령대를 낮추고, 모바일 앱과의 연계를 강화해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젊은 콘텐츠 도입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적인 판매 방식만으로는 온라인 유통 채널과의 경쟁에서 차별화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업체들은 앞으로도 2030세대의 니즈에 맞춘 디지털 전환과 콘텐츠 기획을 강화해 TV 홈쇼핑이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젊은 세대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이느냐가 향후 홈쇼핑의 경쟁력을 가를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 경쟁만으로는 이커머스와 차별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험과 스토리가 있는 상품, 그리고 방송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