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시청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던 주요 TV홈쇼핑업체들이 지난해 모처럼 큰 폭의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화장품, 패션과 같은 고수익 상품군의 비중을 늘리고 숏폼, 모바일 라이브 방송 등 신규 채널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 TV홈쇼핑업체들은 올해도 모바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며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이익 '쑥'
CJ ENM 커머스부문(CJ온스타일)은 지난해 매출 1조451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5% 성장한 수치다. CJ온스타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32억원으로 20.1% 늘었다. 현대홈쇼핑 역시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이 전년보다 1.7% 성장한 1조92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18억원으로 전년 대비 37.7% 성장했다.
롯데홈쇼핑도 큰 폭의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롯데홈쇼핑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1.8% 줄어든 9248억원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503.4% 증가한 498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새벽 시간 방송 송출 중단의 기저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긍정적인 수치라는 분석이다.

다만 GS리테일 홈쇼핑사업부(GS샵)만 부진했다. 지난해 GS샵의 매출액은 1조521억원, 영업이익은 1071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7.0%, 8.4%씩 감소했다. 다만 TV홈쇼핑업체 중 유일하게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TV홈쇼핑업체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은 지난해 저수익 상품군을 줄이고 고수익 상품군을 확대한 덕분이다. 대표적인 저수익 상품군으로는 대형가전, 보험 등이 꼽힌다. 이들 상품군은 판매금액이 높아 취급고(총매출액) 증가에는 기여하지만 수수료가 낮아 순매출에는 적게 잡힌다. TV홈쇼핑업체들은 최근 이 같은 상품군을 줄이는 대신 전통적인 '효자' 상품인 뷰티, 패션과 함께 건강기능식품 등의 고마진 상품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TV 대신 모바일로
특히 TV 채널 외에 모바일 채널 경쟁력을 강화한 점도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홈쇼핑업체들은 TV 시청 인구 감소로 TV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자 홈쇼핑으로 쌓은 방송 역량을 모바일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다. 홈쇼핑의 모바일 채널들이 인기를 끌면서 트렌디한 신규 브랜드들이 잇따라 입점하면서 홈쇼핑의 성장을 이끌었다.
실제로 CJ온스타일은 지난해를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확장의 원년'으로 삼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유명 연예인을 대거 기용한 대규모 신규 모바일 라이브쇼 프로그램도 잇따라 선보였다. 이를 통해 CJ온스타일의 지난해 라이브 커머스 거래액은 3232억원으로 전년보다 95.5% 성장했다. 취소·반품을 제외한 라이브 커머스 거래액은 약 2000억원, 매출액은 약 1000억원이다.

GS샵은 2023년 말 업계 최초로 숏폼 콘텐츠 '숏픽'을 선보인 후 꾸준히 모바일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GS샵의 연간 숏픽 콘텐츠 수는 약 1만2000개, 누적 조회수는 2억회에 달한다. 숏픽 주문액(숏픽으로 탐색한 후 구매한 상품 주문액)도 지난해 약 60억원을 달성했다. GS샵은 AI 기술로 모바일 앱 개인화 추천을 고도화 해 MAU(월간활성고객 수), 구매고객 수, 이용시간 등 주요 지표 증가하는 효과도 봤다.
현대홈쇼핑도 채널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기능을 도입하고 플랫폼간 시너지 확대에 나섰다. 지난해 6월 도입한 AI 숏폼 자동 제작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현대홈쇼핑은 이 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지난해 총 800여 개의 숏폼을 제작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스타일링 노하우나 조리 과정 등 상품별 핵심 정보만 간결하고 재미있게 담은 1분 짜리 영상을 빠르게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었다. 이들 숏폼에는 고객 선호도가 높은 주요 장면만 담아내면서 일반 숏폼보다 시청 지속 기간이 두 배 늘어나는 효과도 거뒀다.
탈TV 가속화
TV홈쇼핑업체들은 올해도 모바일 채널을 키우고 TV와 연계시켜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CJ온스타일은 올해 유튜브, 인스타, 틱톡 등 외부 채널 연결을 확장할 생각이다. 특히 배우 유인나의 '겟잇뷰티', 배우 안재현의 '잠시 실내합니다' 등과 같은 화제성 있는 IP를 확대할 예정이다. CJ ENM 엔터부문과 IP를 공동 개발하고 단독 상품을 개발하는 등 시너지를 통해 '콘텐츠 커머스'를 본격화 한다는 목표다.

현대홈쇼핑은 올해 AI 숏폼 자동 제작 시스템 활용도를 높여 매주 40건의 숏폼을 제작, 연간 2000건 이상의 숏폼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에서도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힘쓸 예정이다. 최근 정규 편성한 해외 직구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방송 '글로벌 쇼라 직구', 배우 오윤아가 이끄는 라이프스타일 쇼 '오윤아의 감각적인 쇼핑(오감쇼)'이 대표적이다. GS샵도 AI 기술을 고도화 하는 한편 숏픽 콘텐츠를 확대항다는 생각이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멀티채널 상품 프로바이더' 전략을 강화키로 했다. 단독 상품을 TV홈쇼핑, 라이브커머스, SNS 등 다양한 채널에서 선보이며 채널간 통합 시너지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해외 생중계, 인플루언서와 가상 쇼호스트가 등장하는 이색 방송 등으로 라이브 커머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해외 브랜드의 국내 유통 사업, 캐릭터 IP 등의 신사업도 계속해서 추진할 생각이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2022년 홈쇼핑업계 TV 매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밑돈 이후로 TV 외의 채널로 확대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며 "플랫폼을 다각화 하고 독자적인 차별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