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미니스톱의 최대주주인 일본 이온(AEON)그룹이 한국미니스톱 매각에 나섰다. 그동안 한국미니스톱 매각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이온그룹이 정리를 결정하면서 매물로 나왔다. 현재 인수 희망자들에 투자설명서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한국미니스톱 인수에 가장 관심이 큰 곳으로 신세계를 꼽고 있다. 편의점 이마트24를 가지고 있는 신세계는 편의점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본격적으로 기존 편의점 업체와 질적·양적으로 경쟁이 가능해진다.
◇ '영업환경 악화·실적 부진'에 매각 결정
일본 이온그룹이 한국미니스톱을 매각하려 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실적 악화다. 한국미니스톱은 지난 2015년 1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월 결산법인으로 전환한 2016년에는 32억원의 영업손실을 입기도 했다. 이후 다시 회복세에 접어드는 듯했지만 여전히 부진하다.
한국미니스톱은 한때 '알짜 편의점'이었다. 다른 편의점 업체들이 출점 경쟁을 벌일 때에도 내실 경영으로 기반을 다져왔다. 매장 규모를 전체 편의점 평균 매장 규모보다 넓혀 편의점 내에서 직접 조리해 판매하는 상품을 늘리면서 인기를 끌었다. 매장에서 직접 튀겨 판매하는 치킨과 도시락, 원두커피, 벨기에 생초콜릿이 들어간 소프트 아이스크림 등이 대표 인기메뉴다.
▲ 단위 : 억원. *2016년부터 2월 겨란법인으로 전환. |
하지만 편의점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니스톱의 강점들이 점차 희석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편의점 경영 환경이 계속 나빠지면서 덩치 키우기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한국미니스톱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다. 결국 더는 한국에서 편의점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일본 이온그룹은 한국미니스톱 매각을 결정했다.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미니스톱은 업계 내에서도 강소 편의점으로 유명했다"며 "하지만 경기침체 장기화와 편의점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하면서 이를 버텨낼 만한 힘이 없었던 게 매각의 주된 이유로 보인다. 결국 경쟁사들의 덩치 싸움에서 밀려난 셈"이라고 평가했다.
◇ 신세계, 왜 유력 후보로 거론되나
현재 미니스톱 인수 희망자로는 여러 곳이 거론되고 있다. 기존 편의점 업계 3강인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이 꼽힌다. 더불어 편의점 업계 4위인 신세계의 이마트24도 인수를 강력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업체가 됐건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단숨에 점포수를 크게 늘릴 수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훨씬 덜하지만 편의점 업계에서 점포수는 여전히 시장 지배력을 가늠하는 잣대다.
지난 8월 기준 CU 점포수는 1만3004개, GS25는 1만2913개, 세븐일레븐은 9533개다. 반면 후발주자인 이마트24의 경우 3413개에 불과하다. 2528개(6월 말 기준)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 미니스톱을 인수할 경우 점포수가 순식간에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마트24가 점포수 확대가 가장 절실하며, 그래서 업계에서도 신세계를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는다.
▲ 8월말 기준(미니스톱은 6월말 기준). |
이마트24는 애초 점포수를 올해 안에 4000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목표는 6000개다. 점포수가 6000개가 되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오는 2020년까지 3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밝혀둔 상태다. 상당히 공격적이다. 하지만 최근 복병을 만났다. 정부가 편의점 출점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마트24로서는 점포수 확대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숨에 목표했던 6000여 개의 점포를 확보할 수 있다. 기존 편의점 톱 3업체들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의지가 크진 않지만 이마트24가 인수할 경우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점을 꺼리는 분위기다.
◇ 편의점 시장 성숙기…눈치싸움 치열
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 이온그룹의 한국미니스톱 매각 희망가는 약 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애초 업계에서는 한국미니스톱의 가격을 3000억원 정도로 예상했다. 업계의 예상가격보다 높은 수준인 셈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번 한국미니스톱 매각 작업이 생각보다 장기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편의점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매우 좋지 않다.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을 가장 직접적으로 맞고 있어서다. 수익성도 낮다. 이 때문에 최근 편의점 업체들은 출점 경쟁보다는 덩치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CU가 올해부터 점포 개점 기준을 강화키로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일본 이온그룹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인수전이 경쟁 구도로 전개되기를 바라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금액을 받기 위해서다. 표면적으로 가장 큰 인수 요인을 가지고 있는 신세계가 전면에 나서고 이를 견제하려는 편의점 업체가 인수전에 뛰어들거나, 인수에 관심이 있는 국내외 사모펀드(PEF) 등이 나와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국내 편의점 산업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인수에 성공해도 더 수익이 날지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만큼 누가 총대를 멜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섣불리 나섰다가 자칫 부메랑을 맞을 수 있어 인수 희망자들도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