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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스톱 눈독' 이마트24의 고민

  • 2018.11.13(화) 16:25

계속되는 실적 부진…규모 확대 절실
미니스톱 인수에 사활…롯데와 경쟁


편의점 미니스톱 인수전에 뛰어든 이마트24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마트24는 신세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편의점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의 의욕과 달리 이마트24의 실적은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니스톱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가 뛰어들어서다.

◇ 신성장동력?…무색한 실적

신세계가 이마트24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뜻이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마트 경영전략회의에서 "고객의 라이프셰어 확대를 위해 대형마트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며 "도시화, 만혼, 비혼 등에 따른 1~2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으로 인구구조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정 부회장의 이 발언이 편의점 사업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의 이런 지침(?) 이후 신세계는 공격적으로 이마트24 지원에 나섰다. 2014년 편의점 위드미를 인수한 신세계는 2017년 이마트24로 사명을 변경하고, 3년간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더불어 점포 수를 6000개로 늘려 만성적자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도 밝힌 바 있다.

▲ 단위 : 억원.

하지만 이마트24는 신세계의 지원과 관심에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위드미를 인수했던 지난 2014년 14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후 계속 적자 폭이 커지면서 작년엔 517억원으로 불어났다. 반면 점포 수는 지난 10월 기준 3564개로 작년 말 대비 34.4% 증가했다. 국내 상위 5개 편의점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점포 수는 늘었지만 수익성은 계속 악화하는 구조다. 

이마트24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는 편의점 후발주자인 데다 편의점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이는 
이마트24도 알고 있는 부분이다. 다만 올해부터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조만간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신성장동력으로서 출점, 이익 측면에서 나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규모의 경제가 다소 미흡해 지속적으로 사세를 늘려가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 미니스톱 인수가 중요한 까닭

이마트24가 미니스톱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신세계는 미니스톱이 매물로 나오기 전부터 인수를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신성장 동력의 하나인 이마트24를 단숨에 키우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선발주자인 CU와 GS25, 세븐일레븐과 경쟁하려면 일단 규모를 그만큼 키워야 한다.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이마트24의 점포 수는 6000개를 넘어선다.

이마트24는 손익분기점 기준 점포 수를 6000개로 잡아둔 상태다. 미니스톱 인수 없이 자력으로 점포 수를 확장할 경우 감내해야 할 비용이 더 크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편의점 근접출점제한 등의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후발주자인 이마트24가 입을 타격은 더 크다. 따라서 이마트24의 입장에선 하루빨리 미니스톱을 가져오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생각이다.

▲ 단위 : 개.

업계에선 미니스톱의 매각 가격을 3000억~4000억원 가량으로 보고 있다. 매년 적자인 이마트24가 자력으로는 이 대금을 감당할 순 없다. 결국 신세계그룹이나 이마트가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마트24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이마트는 이미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투자 예정금액 3000억원 중 1900억원을 투입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미니스톱까지 인수하면 이마트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그러면 결국 그룹이 나서는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니스톱 인수를 그룹 차원에서 검토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만일 이마트24가 미니스톱 인수에 실패할 경우 이마트24가 입을 유무형의 타격은 크다. 자칫 미니스톱이 롯데로 넘어간다면 이마트24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마트24가 미니스톱 인수를 간절히 원하는 또 다른 이유다.

◇ 롯데의 참전이 변수

현재 미니스톱 인수전은 3파전 양상이다. 롯데의 세븐일레븐, 신세계의 이마트24, 사모펀드인 글랜우드PE다. 업계에선 롯데와 신세계 중 한 곳이 가져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많다. 변수는 롯데다. 롯데가 운영하는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은 점포 수 기준으로 국내 편의점 업계 3위인데 1위 CU, 2위 GS25와는 점포 수 격차가 있다. 하지만 미니스톱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그들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롯데 입장에서도 미니스톱에 눈독을 들일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국내 유통 1위 기업이지만 유독 편의점 사업만큼은 부진했다. 미니스톱을 인수한다면 자체 유통망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더욱 넓어진다. 이런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는 이마트24의 추격 의지를 단숨에 꺾어버릴 수 있다. 이마트24를 '고사(枯死)'시킬 수 있는 확실한 전략인 셈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일각에선 롯데가 미니스톱 인수에 정말로 관심이 있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단순히 이마트24 견제용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롯데도 신세계 못지않게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 신동빈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은 터라 미니스톱 인수전에 전력투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 신세계가 롯데보다 훨씬 더 절박하다"며 "미니스톱을 놓치게 되면 향후 이마트24의 확장 전략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반면 "롯데의 경우 전략적으로 이번 인수전에 참여하는 성격이 짙다"면서 "CU와 GS25를 위협함과 동시에 이마트24를 철저히 고립시킬 수 있는 만큼 매력적인 한 수로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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