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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미니스톱 매각 '엎어진' 이유

  • 2019.01.28(월) 15:36

밥상 걷어찬 이온그룹…미니스톱 매각 백지화
상황 변하자 가격 조정 요구…롯데 등은 거부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시간만 끌더니 결국 판 자체가 어그러졌습니다. 한국미니스톱 매각 이야기입니다. 사실 징조는 있었습니다. 롯데가 예상을 깨고 공격적인 베팅을 하면서 한국미니스톱 인수전은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 우선협상자 발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고, 결국 한국미니스톱 매각은 없던 일이 됐습니다. 그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요?

한국미니스톱의 최대 주주인 일본 이온그룹은 한국미니스톱의 매각 가격을 약 3000억원선으로 봤습니다. 한국미니스톱은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작지만 강한 편의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매장에서 직접 튀겨 판매하는 치킨과 도시락, 원두커피, 벨기에 생초콜릿이 들어간 소프트 아이스크림 등을 앞세워 기존 편의점과의 차별화에 성공했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편의점별 점포당 평균 매출 2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미니스톱은 덩치 키우기엔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편의점 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전체 매출을 좌우하는 사업임에도 이를 역행한 겁니다. 그사이 다른 업체들은 계속 점포 수를 늘렸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습니다. 여기에 신세계까지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면서 국내 편의점 시장은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됩니다.

한국미니스톱의 몰락은 이때부터입니다. 지난 2015년 132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7년(2016년부터 2월 결산법인으로 전환) 26억원으로 급락하게 됩니다. 한국미니스톱의 수익성 악화는 편의점 업계의 치열한 경쟁을 버틸만한 힘이 없었다는 게 주된 분석입니다. 한때 강소 편의점이던 한국미니스톱은 수익성이 급전직하했고, 결국 일본 이온그룹은 한국미니스톱을 매물로 내놨습니다.

▲ 단위 : 억원. *2016년부터 2월 결산법인으로 전환.

이 때문에 애초 일본 이온그룹이 원하는 한국미니스톱 매각 가격이 3000억원선으로 알려지자 당시 업계에선 "과도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2500여 개 점포 수를 가진 국내 5위 규모 편의점을 3000억원이나 들여 인수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묘하게 돌아갑니다.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유통 대기업에 이어 사모펀드인 글랜우드PE까지 인수에 나섰습니다.

일본 이온그룹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애초 예상을 깨고 한국미니스톱 인수전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점포 수 때문이었습니다.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하면 롯데가 운영하는 세븐일레븐은 업계 1, 2위인 CU와 GS25를, 신세계가 운영하는 이마트24는 세븐일레븐을 위협할 수 있는 점포 수를 갖출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부각됐습니다.

이 때문이었을까요? 인수전에 참여한 롯데와 신세계, 글랜우드PE는 일본 이온그룹이 제시한 매각 가격 3000억원을 훌쩍 넘어선 금액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롯데의 경우 4000억원 중반대를 써내면서 한국미니스톱 인수전의 최종 승자가 되는 듯 보였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대흥행이었습니다. 업계에선 일본 이온그룹이 애초 3000억원을 원했던 만큼 거래가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변수가 생깁니다. 지난해 말 편의점 근접 출점 자율규약이 통과하면서 앞으론 기존 편의점 업체들의 신규 출점이 어렵게 된 겁니다. 일본 이온그룹으로서는 이런 호재가 없었습니다. 반면 기존 업체들 입장에서는 한국미니스톱 인수가 더욱 절실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 이온그룹은 이 상황을 십분 활용키로 합니다. 인수 후보자들에게 "상황이 바뀌었으니 더 받아야겠다"는 의사를 피력합니다.


일본 이온그룹은 이미 인수 가격을 써낸 인수 후보자들에게 '가격 조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수 후보자들 입장에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공격적인 베팅에 나섰던 롯데로서는 더욱 고민이었습니다. 다른 후보들보다 약 1000억원 가량을 더 써냈음에도 더 달라는 일본 이온그룹의 요구에 난감했을 겁니다. 신세계는 이온그룹의 가격 조정 요청에 아예 협상 테이블을 떠났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업계에선 이온그룹의 가격 조정 요청은 사실 신세계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롯데는 일본에서 이온그룹과 경쟁하는 기업입니다. 이온그룹의 입장에선 비록 롯데가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기는 했지만 한국미니스톱을 롯데에 넘겨주기엔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따라서 가격 조정 카드를 통해 신세계에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가격도 더 높여 받을 수 있는 일종의 '꼼수'를 쓴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상황은 이온그룹의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신세계는 이온그룹의 가격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협상 테이블을 접어버렸습니다. 이온그룹은 신세계가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롯데와 신세계의 한국 내 경쟁 구도를 고려할 때 더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글랜우드PE는 처음 써낸 금액부터 롯데와 현저하게 차이가 났기에 고려 대상은 아니었을 겁니다.

신세계가 협상테이블을 접으면서 결국 이온그룹이 그나마 가격을 높여 받을 수 있는 곳은 롯데뿐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협상력은 롯데가 더 우위에 있게 됩니다. 문제는 롯데 역시 이온그룹이 가격 조정을 요구하자 내부적으로 반발이 더 커졌다는 겁니다. 이미 오버 베팅을 한 상황에 금액을 더 높이라고 하니 롯데도 굳이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롯데가 반발했던 이유는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한다고 해도 한국미니스톱이 보유한 점포들을 오롯이 가져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편의점은 본사와 가맹계약을 맺고 운영합니다. 가맹계약은 통상 5년입니다. 따라서 5년이 지나면 가맹점주가 현 브랜드를 유지할지 아니면 다른 브랜드로 갈아탈지를 결정합니다. 롯데가 미니스톱을 인수해도 계약기간이 만료된 가맹점주가 다른 브랜드로 가겠다면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롯데로선 4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고도 정작 자신들이 계획했던 점포 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셈입니다. 또 떠나려는 가맹점주를 잡기 위해선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합니다. 이미 가맹계약 만료가 임박한 미니스톱 점주들에게는 여러 편의점 브랜드의 사전 작업이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따라서 이온그룹의 추가적인 가격 조정 요구를 롯데가 받아들이기는 무리였던 셈입니다.

그동안 이온그룹과 롯데는 이 문제를 두고 여러 차례 협상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이온그룹 최고위층이 한국을 방문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난 것도 이런 과정의 일부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최종 담판을 지으려는 자리에서 결국 양측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결렬을 선언할 수밖에는 없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결국 이번 한국미니스톱 매각 불발은 이온그룹의 뜨뜻미지근한 태도와 과도한 욕심이 불러온 참사였던 셈입니다. 이온그룹이 한국미니스톱을 다시 매물로 내놓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만 분명한 건 이제 이온그룹에 대한 국내 편의점 업계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설혹 이온그룹이 한국미니스톱을 다시 시장에 내놓는다고 해도 이번과 같은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올해 초 한국미니스톱 인수전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롯데 고위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 말미에 어찌됐건 롯데는 한국미니스톱 인수에 확실한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글쎄요.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 왜 그런 대답이 나왔는지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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