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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온그룹, 미니스톱 안 팔았나? 못 팔았나?

  • 2019.02.01(금) 15:41

심관섭 대표 "브랜드 유지 이견"…업계 "어불성설"
경쟁자 롯데에 매각 부담…치열한 점포 쟁탈전 예고

한국미니스톱 매각이 불발로 돌아갔다. 생각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주겠다고 나선 곳도 있었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일본 이온그룹은 주저했다. '브랜드 유지'에서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업계에선 하필 최고 금액을 써낸 곳이 롯데였던 것이 거래 무산의 이유라는 분석이다.

◇ '브랜드 유지' 이견 탓?

심관섭 한국미니스톱 대표는 최근 한국미니스톱 매각 불발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온그룹은 가격을 포함해 브랜드 유지 등 여러 조건을 고려했는데 매수를 원한 한국 회사들은 가격만 맞으면 살 수 있다고 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인수자가 롯데라면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 두 브랜드를 가져간다는 가정도 할 수 있을 텐데 한국에서는 점포만 가져가서 자사 브랜드를 키우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의 말대로라면 이온그룹은 롯데가 미니스톱을 가져가더라도 '미니스톱' 브랜드를 계속 유지해줄 것을 원했다는 이야기다.

심관섭 미니스톱 대표이사가 지난 달 30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9년 봄, 여름 상품매장공부회’에서 '새로운 각오로 미니스톱의 지속성장'이란 주제로 경영주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심 대표의 이런 분석에 대해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통상적으로 편의점의 가치는 점포당 1억원 정도다. 미니스톱의 점포 수가 2500여 개라를 점을 고려하면 총 2500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붙이면 3000억원 가량이다. 애초 이온그룹이 한국미니스톱의 매각 가격을 약 3000억원 정도로 생각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는 이를 훨씬 넘어서는 4000억원 중반대를 써냈다.

게다가 한국미니스톱 인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진행한 인수건이다. 그만큼 롯데에선 심혈을 기울인 거래다. 롯데가 공격적인 베팅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러나 예상가격을 훨씬 넘어선 가격을 쓰고도 자사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다면 롯데로서는 이득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그 많은 돈을 들이고도 세븐일레븐 간판을 못 단다면 누가 딜에 참여하겠냐"며 "말도 안 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 이온그룹 내부 문제가 더 컸다

그렇다면 이온그룹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롯데에 한국미니스톱을 넘기지 않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애초 이온그룹이 한국미니스톱을 매물로 내놓을 당시부터 이온그룹 내부에서는 이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미니스톱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매각을 추진했지만 또 다른 일각에선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고려해 매각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국미니스톱의 매장 수는 일본미니스톱을 앞지른 상태다. 비록 수익성은 좋지 않지만 이온그룹의 편의점 사업에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전적으로 이온그룹의 입장에서는 매각 이후에도 미니스톱이라는 브랜드를 한국 시장 내에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매수자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조건이다. 그나마 이 조건을 받아들인 곳은 글랜우드PE뿐이었다.

글랜우드PE는 사모펀드다. 따라서 사모펀드의 특성상 기업가치를 올린 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온그룹 입장에서는 리스크다. 글랜우드PE가 탈락한 이유다.

게다가 신세계는 가격 조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남은 후보는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롯데뿐이었다. 이온그룹은 고민에 휩싸였다. 롯데는 일본에서 이온그룹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경쟁사다.

결국 이온그룹은 자신들의 핵심 자산을 경쟁사인 롯데에 넘기는 데 상당히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철회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롯데에만큼은 넘길 수 없다는 내부 기류가 강했고 결국 매각 철회카드를 빼 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매각 철회 직전 이온그룹 최고경영진이 한국을 방문해 신동빈 회장을 만난 것도 매각 철회에 대한 사과와 인사 차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 가맹만료 미니스톱 점주 잡아라 

심관섭 한국미니스톱 대표는 향후 ▲전문점 수준의 치킨메뉴 ▲소프트크림의 브랜드화 ▲신형 커피머신기기의 도입 ▲도시락 카테고리의 다양화 등 먹거리 상품 강화를 강조했다. 더불어 셀프 세탁 서비스와 배달 서비스 등을 도입해 차별화된 미니스톱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심 대표의 이런 계획에 대해 회의적이다. 현재로서는 자사 점포 지키기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많다.

작년 말 편의점 근접 출점 자율규약이 통과하면서 앞으론 기존 편의점 업체들의 신규 출점이 어렵게 됐다. 업계 1, 2위인 CU와 GS25는 점포 수 확대를 자제하고 점포별 수익성 제고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다르다. 어떻게든 점포 수를 늘려 선두권을 따라잡아야 한다. 이번 인수전에 롯데와 신세계가 적극적으로 뛰어든 이유다. 이들이 눈여겨보는 곳이 바로 가맹계약 만료가 임박한 점포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편의점은 가맹계약이 만료되면 점주의 의사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브랜드로 갈아탈 수 있다. 전적으로 점주의 의지다. 이런 점주의 마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롯데와 신세계는 미니스톱 인수를 위한 실탄을 마련해둔 상태다. 이를 십분 활용할 수 있다. CU나 GS25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이미 중요 점포들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본격적인 미니스톱 점포 빼앗기 경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미니스톱 매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업체별로 가맹계약 만료 미니스톱 점주들을 회유하기 위한 점포개발 작업이 한창이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특히 내년에는 대규모 가맹계약 종료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미 사전 작업에 돌입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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