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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야놀자·슈퍼콘 대박광고 만든 비결

  • 2019.07.11(목) 17:22

박승헌 이노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인터뷰
"너무 많은 메시지는 광고 소비자에게 민폐"
"광고인에겐 다양한 경험과 소통 능력 중요"

지난해 여름, 혜성처럼 나타난 영상광고 한 편이 있었다. 숙박 앱 '야놀자' 광고다. 별다른 메시지는 없다. 가수 하니가 신나는 춤과 함께 '초특가 야놀자'란 가사만 반복되는 노래를 부른다.

단순한 광고지만 소비자들이 보인 반응은 단순하지 않았다. "자려고 누웠는데 귓가에 야놀자 멜로디가 맴돈다", "나도 모르게 야놀자 노래를 흥얼거린다"는 '야놀자 중독' 경험담이 이어졌다.

덕분에 소비자들이 광고 영상을 일부러 찾아서 보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야놀자 광고 영상 본편은 조회수 400만회가 넘는다. 한 소비자가 만들어 올린 1시간짜리 반복 재생 영상도 조회수가 80만에 육박한다.

"보고 있으면 화난다. 근데 자꾸 듣게 된다. 그래서 더 화난다. 뭔지 모르겠다"는 한 네티즌의 댓글이 야놀자 광고 영상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짧고 굵은' 광고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광고 제작을 진두지휘한 광고대행사 이노션의 박승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를 만나 대박 광고를 만든 비결을 들어봤다.

박 CD는 광고계 '미다스의 손'이다. 축구선수 손흥민이 흥겨운 안무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던 빙그레 슈퍼콘 광고,  배우 김혜수가 등장한 제주 삼다수 광고, '감기 시작했다, 판콜 마셨다'란 카피가 인상적인 동화약품 판콜 광고 등 수많은 인기 광고가 박 CD의 손을 거쳐 세상에 태어났다.

그런 박 CD에게 좋은 광고에 대해 물었더니 단번에 명료한 대답이 돌아왔다. "제품을 많이 판 광고가 좋은 광고"란다. 우문현답이다. 박 CD는 광고를 예술작품처럼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 또는 제품 판매 촉진이란 광고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게 만들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래서 박 CD는 광고 한 편에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지 않도록 조심한다.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건 소비자에게 민폐"다. 안 그래도 넘쳐나는 정보로 머리가 복잡한 소비자에게 많은 내용을 학습하도록 하면 좋은 반응을 얻기 힘들다는 뜻이다. 

많은 CM송이 이미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노래를 개사해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야놀자 CM송은 외국 유명 노래 '포니테일' 원작자와 계약을 맺고 멜로디를 차용했다. 소비자가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데 느끼는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기 위해서다.

광고 촬영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박승헌 CD./사진=송승현 기자 shsong@

그럼 좋은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비결에 대해 박 CD는 "힘들게 만든 광고는 (시청자도) 힘들다"고 힌트를 줬다. 좋은 광고는 곧 소비자들이 많이 보는 광고다. 

소비자들을 유혹하려면 노래든, 메시지든, 제품의 우수성이든 광고에 일종의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광고를 만들 때 고민을 너무 많이 하고 힘이 잔뜩 들어가면, 그 결과물은 힘들고 재미없다는 게 박 CD의 생각이다.

박 CD가 꼽은 또 다른 대박 광고 비결은 '타협'이다. 광고대행사 입장에선 실제 돈을 지불하는 구매자(광고주)와 만든 제품(광고)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다르다. 그렇다 보니 광고를 만들 때 애로사항이 꽃핀다(생긴다).

박 CD는 "광고주가 보여주고 싶은 브랜드 이미지와 소비자가 기대하는 이미지 사이에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둘 사이에서 타협하고 간격을 메우는 게 좋은 광고를 만드는 핵심인 셈이다.

광고주와 소비자 간의 차이를 메우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박 CD가 자주 구사하는 광고 전략은 '송(Song) 광고'다. 간결하고 중독성 있는 노래와 춤을 통해 아주 간단한 메시지만 소비자들에게 전달한다.

최근 유튜브에 공개된 현대해상의 새로운 광고가 그 사례다. 가수 태연이 출연해 "편해 편해~ 마음 편해"라는 단순한 가사와 율동을 반복해 '마음 편한 보험'이라는 광고주의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각인한다.

가수 하니가 출연한 초특가 야놀자 광고.

야놀자 광고도 같은 맥락에서 전략을 세웠다. 박 CD는 "야놀자는 모텔 앱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 모델을 섭외하는 과정도 힘들었다"며 "광고주가 말하고 싶은 브랜드 장점에 소비자가 관심이 없을 땐, 소비자들이 더는 고민하지 않도록 중독성 있는 노래와 춤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놀자 광고는 제작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최초 기획안에서 야놀자 CM송 문구는 '최저가 야놀자'였다. 문제는 광고 심의 규정이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18조 3항에 따르면 광고에서 최상급 표현을 사용할 땐 합리적인 근거나 객관적인 자료를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이 때문에 최저가란 표현을 바꿔야 했다. 고심하던 박 CD는 야놀자 앱에서 개사 힌트를 얻었다. 그는 "야놀자 앱에서 '초특가 품목'이란 문구를 보고 개사했다"며 "광고 촬영 현장에 가는 차 안에서 부랴부랴 기획안을 수정했다"고 진땀을 뺐던 기억을 떠올렸다.

초특가란 표현에는 최저가 이상의, '특별히 준비한 가격'이란 의미를 담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 개사 결과는 모두가 알듯 대성공이었다. 박 CD의 순발력이 빛을 발한 초특가 야놀자 개사는 심의 규정 위반을 피하는 동시에 CM송이 귀에 쏙쏙 들리도록 한 '신의 한 수'였다.

박 CD는 광고가 공개되기 전 '이번 광고는 대박 나겠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을까.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광고를 본 유아들의 반응이 좋으면 성공 가능성이 높더라"는 것.

광고 의미도 잘 모르는 갓난아기들의 반응과 광고 성공 여부가 어떻게 관련이 있을까. 박 CD는 자신이 생각한 두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첫 번째 가설은 유아가 소리를 듣는 능력이 어른의 그것과 달라 대박 CM송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이론이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없다.

두 번째 가설은 전자보다 조금 더 직관적이다. 아기가 특정 광고를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등 온 가족이 함께 광고를 보게 되니 파급력이 커진다는 것. 꽤 설득력 있는 이론이다.

가수 육성재가 출연한 초특가 야놀자 광고.

모든 광고가 다 슈퍼콘이나 야놀자 광고처럼 큰 인기를 얻을 순 없다. 대박 광고 뒤에는 수없이 많은 실패사례가 있다. 박 CD 역시 작업에 참여한 모든 광고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만큼 소비자는 냉정하다. 이런 광고업계에서는 어떤 인재를 원할까.

박 CD는 우선 '다양한 경험'을 광고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꼽았다. 그는 "자리에 앉아 짜낸다고 좋은 결과물이 나오진 않는다"며 "인풋(Input)이 있어야 아웃풋(Output)이 있다. 풍부한 경험이 있어야 광고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박 CD는 평소 동료들에게 '놀 수 있을때 놀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경험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광고에 그대로 녹아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험이 광고인의 덕목이라면, 의사소통 능력은 광고인이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다. 박 CD는 "광고는 결국 커뮤니케이션"이라고 강조했다. 기획부서와 제작부서가 사내에서 소통하고, 광고대행사와 광고주가 소통하고, 완성된 광고물과 소비자가 소통하는 등 광고의 시작과 끝이 전부 의사소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박 CD는 광고인에게 '센스', 즉 의사소통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의사소통이 안되는, 센스가 부족한 사람들은 일하면서 맥락을 모르고 일하게 된다. 이러면 본인도 힘들고 업무상 놓치는 부분도 많아진다"며 "어렵다는 건 알지만, 광고인을 준비하는 분들이 (의사소통 능력을 키울) 각오를 하고 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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