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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막나가는 전자담배 마케팅

  • 2019.08.26(월) 17:33

정부 법 개정 앞두고 규제 공백 악용
BAT코리아·JTI코리아 등 편법 마케팅

사진=BAT코리아 홈페이지.

"전자담배 흡연 시 사용하는 '흡연 전용기구'도 광고 및 판촉행위 금지, 경고 그림 및 문구 부착 의무화 등을 2020년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는 금연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이런 정책 기조를 밝혔습니다.

담배는 관련법에 따라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만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돼 있는데요.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그동안 방송이나 SNS 등에서는 제품 광고를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SNS는 물론 길거리에서도 쉽게 '담배' 광고나 마케팅을 접할 수 있습니다. 왜 갑자기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걸까요?

관심 있게 지켜본 이라면 흔히 말하는 '궐련담배'는 여전히 광고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이건 엄연히 불법이니까 당연한 일입니다. 대신 흡연을 할 수 있는 도구인 '전자담배 기기' 광고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현재 법체계에서는 아무 데서나 담배 자체를 광고할 수는 없지만 전자담배 기기를 홍보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전자담배 기기 역시 아무 데서나 광고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5월에 이런 내용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니 적어도 6개월간은 규제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공교롭게도 정부의 발표가 있은 뒤부터 전자담배 업체들이 곳곳에서 공격적으로 마케팅 경쟁에 나서고 있는 듯합니다. 마치 정부가 규제를 만들기 전 '마지막 기회'라는 듯이 말입니다.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BAT코리아입니다. 이 업체는 과거 던힐이라는 제품으로 유명했던 담배 제조기업인데요. 얼마 전부터 '글로'라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판매해왔고, 최근엔 '글로 센스'라는 액상 전자담배 신제품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이 신제품을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공격적으로 광고하고 있습니다. 루피와 나플라 등 유명 힙합 가수를 동원해 관련 뮤직비디오를 만들 정도로 적극적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 밖에 최근 플룸테크라는 신제품으로 국내에 진출한 JTI코리아나 담배 기기 판매 업체 죠즈 등의 홍보 영상 역시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JTI의 경우 담뱃잎이 들어 있는 캡슐 등을 포함한 영상을 성인인증 없이 볼 수 있게 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JTI는 부랴부랴 해당 영상을 성인들만 볼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해당업체들의 공통된 입장은 "우리는 국내법과 규정을 준수한다"라는 겁니다. 앞서 BAT코리아는 지난 13일 글로센스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알퍼 유스 BAT코리아 마케팅 총괄 전무는 "BAT는 각 국가에서 법규와 규정을 엄격하게 따르고 있다"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담배 마케팅은 절대 하지 않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광고 모델의 경우) 성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기기만을 홍보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기기는 '아직'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니니 광고를 하고 있지만, 담배 자체를 홍보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 업체들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지금은 '규제 공백' 상태이니까요.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업체들의 기기 홍보 행위에 대해 구두 등의 방식으로 자제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러나 아무리 현행법상 '합법'이라 해도 정부가 규제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광고에 나서는 건 아무래도 과해 보입니다. 특히 BAT코리아의 경우 유명 힙합 가수들을 동원했다는 점이 더욱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글로 센스'와 같은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청소년 흡연을 조장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최근 국내에도 진출한 '쥴'이라는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의 경우 미국 청소년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규제 당국과 의회가 전자담배 제품 규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와중에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가수를 모델로 기용해 홍보용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었으니 논란이 되는 건 당연합니다.

아무튼 보건복지부 등 규제 당국이 관련 규제를 만들기 전까지는 이런 마케팅이 성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환경 속에서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테니까요.

일각에서는 담배 소매점 즉 편의점 가판대 등에 있는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SNS나 길거리에서의 홍보를 규제한다고 하더라도 청소년들이 편의점에서 쉽게 광고를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소매점 내 담배 광고 금지 방안을 담은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도 청소년 흡연 문제가 더욱 커지기 전에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이런 규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해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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