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뇌기능 개선제로 쓰이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는 의약품들을 지적하면서 대표적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를 꼽았는데요.
해당 성분 의약품은 국내에서 치매 환자들에게 처방‧제조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죠. 문제는 치매 치료에 대한 효과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는 이미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는 데요. 이후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거쳤지만 여전히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대표 의약품으로는 글리아티린을 꼽을 수 있는데요. 글리아티린의 국내 시장 규모만 연간 2000억~3000억원에 달합니다. 이탈리아 제약기업인 이탈파마코가 개발한 오리지널 글리아티린을 대웅제약이 지난 2000년 처음 도입했죠.
당시 대웅제약은 글리아티린의 기술‧임상‧상업적 노하우와 함께 상표 사용 권한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대웅제약은 15년간 글리아티린을 국내 뇌기능 개선제 시장에서 연간 600억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키웠는데요. 2016년 이탈파마코사가 대웅제약과의 계약을 끝내고 종근당으로 기술이전 계약을 넘기면서 시장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대웅제약이 글리아티린 시장을 키운 만큼 대체 의약품으로 자회사 대웅바이오를 통해 '글리아타민'을 출시했는데요. 종근당이 오리지널 의약품을 가져왔음에도 불구, 시장은 여전히 대웅제약이 1위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유한양행, 대원제약, 제일약품, 삼진제약, 셀트리온제약 등 다수 국내 제약기업들이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한 제네릭을 출시하면서 국내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의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는 양상이죠.
그런데 다수 선진국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글리아티린 의약품을 치매 치료에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유럽 다수 국가에서는 해당 성분을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하거나, 아예 의약품으로 허가하지 않은 국가도 있습니다. 유일하게 우리나라와 함께 글리아티린을 뇌기능 개선제로 허가했던 일본의 경우 1999년 약제 재평가를 통해 적응증을 삭제하기도 했죠.
2017년에 이어 올해 국정감사에서 또 다시 콜린알포세레이트 약효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면서 복지부는 즉시 재검토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건강보험 급여에서 퇴출되더라도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정부가 지난 4월 건강기능식품 원료범위를 일부 의약품 원료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물망에 오른 바 있죠.
만약 건강보험 급여에서 퇴출될 경우 제약기업들의 매출 타격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설령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과 비교했을 때 매출 비중의 10% 정도에 불과해 큰 의미가 없는 거죠.
국내 제약사들이 허가받은 콜린알포세레이트 품목만 230여개에 달하는데요. 특히 종근당과 대웅제약이 연간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습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매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만큼 제약업계는 급여가 유지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2012년 진행했던 아스코말바라는 임상데이터에 한 줄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 임상시험에서 허혈성 뇌손상과 알츠하이머병을 동반한 59세부터 93세의 환자를 대상으로 또 다른 뇌기능 개선제인 도네페질과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병용투여했는데요. 도네페질을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 보다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병용했을 때 인지기능이 더 잘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가 나온 바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 임상데이터를 통해 지난 2017년에도 위기를 넘겼습니다. 그러나 약사단체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가 허술한 임상설계 등을 지적하며 정부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급여 관리 직무유기로 복지부와 심평원을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정부도 이번만큼은 심각하게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 타당성 등을 살펴보는 분위깁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급여 삭제시 20여 년간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했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려워 결정이 쉽지는 않을 텐데요. 과연 이번에도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뇌기능 개선제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