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건당국이 점안제(인공눈물) 등에 대한 의약품 재평가를 실시한다. 이번 재평가에서 효능효과와 급여 적정성 등을 인정받지 못하면 급여 축소 및 퇴출이나 품목허가가 취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점안제를 출시한 다수 중소 제약기업들의 매출 타격 등이 우려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내년도 의약품 재평가 대상 품목과 기한을 공고했다. 대상 품목은 △점안제 207개 △점이제 7개 △폐에 적용하는 흡입제 18개 △외용제제 147개 등으로 총 379개 품목이다.
관련 제품을 보유 중인 기업은 재평가 신청서와 의약품 동등성 시험계획서를 오는 12월 31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동등성 시험은 크게 생물학적·이화학적 두 가지 평가로 나뉜다. 생물학적 동등성 평가는 생체이용률에 있어 통계학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실시하는 시험이다. 이화학적 동등성 평가는 물리·화학적 특성이 동등한 수준임을 입증하는 생체 외 시험이다.
중소 제약기업들에게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점안제는 이화학적 동등성 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시험결과 보고는 2022년 9월 30일까지다. 기한 내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1차 행정처분은 해당 품목 판매업무 정지 2개월, 2차는 해당 품목 판매업무 정지 6개월, 3차는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는다. 의약품 동등성시험에서 동등성을 입증하지 못한 품목은 허가취소 및 회수 등이 이뤄진다.
국내 처방이 필요한 점안제는 대부분 '히알루론산'이 주성분이다. 전체 점안제 치료제 시장 규모는 3000억원 규모다. 이 중 히알루론산 점안제가 2000억원으로, 점안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점안제는 종근당, 한미약품, 휴온스, 일동제약 등 대형 제약기업 외에도 삼천당제약, 디에이치피코리아, 국제약품, 한림제약, 바이넥스 등 중소‧중견 제약기업들의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지난 2018년 점안제 약가인하로 가슴앓이를 해왔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약제 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고시를 일부 개정했다. 일회용 점안제 307개 품목의 약가를 최대 55% 인하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일회용 점안제의 총 용량과 관계없이 농도(㎖ 당 함량)가 동일하면 같은 약가를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농도가 같을 경우 대용량 제품과 소용량 제품의 가격이 같아진다.
이에 제약사 20여 곳이 약가 인하 취소소송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보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점안제 약가 인하에 따른 매출 타격을 감당해야 했다. 그러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스마트폰과 PC 사용이 늘면서 점안제 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숨통도 트이면서 점안제 생산공장 확대에 나섰다.
휴온스는 충북 제천에 점안제 전용 제2공장, 국제약품은 경기도 안산에 안약 전용 생산라인을 건설 중이다. 삼일제약은 올해 12월 완공을 목표로 베트남에 다회용 점안제와 일회용 점안제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밖에 삼천당제약은 지난해 점안제 제네릭 상용화를 위해 미국 자회사 'SCD US'를 설립했다.
그러나 점안제가 올해 의약품 재평가 대상에 오르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해당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점안제 생산공장이 의약품 재평가 결과에 따라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어서다. 동등성시험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전문의약품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안구건조증을 포함한 안구 질환과 관련해 대부분의 처방이 이뤄지는 만큼 시장은 대폭 주저앉게 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매출 하위권 제품들은 자진 취하 등 시장 철수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수 시장에서 선전하고 수출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인데, 의약품 재평가에 따라 국산 점안제들의 시장성도 불확실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