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위장약으로 쓰이고 있는 '레바미피드' 성분을 안구건조증 치료제로 탈바꿈을 통해 시장 도전에 속속 나서고 있다. '레바미피드'는 국내에서 안구건조증 치료제로 사용된 적이 없는 성분이다.
삼일제약과 국제약품이 선발주자로 뛰어들었고 삼진제약과 대우제약이 후발주자로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업계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만큼 차세대 치료제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일제약과 국제약품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레바미피드' 성분의 안구건조증 치료제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번에 허가 받은 '레바미피드' 성분의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삼일제약의 '레바케이점안액'과 국제약품의 '레바아이점안액2%'다. 삼일제약과 국제약품은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2020년부터 국내 15개 대학병원에서 다기관 임상을 마쳤고 '성인 안구건조증 환자의 각결막 상피 장애의 개선' 적응증으로 국내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다.
레바미피드는 1981년 일본의 오츠카제약에서 합성한 퀴놀리논 유도체로, 위 점막, 장 점막, 구강, 결막 등 점막에서 분비되는 점액 일종인 '뮤신'의 분비를 촉진시켜 점막을 보호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는 위궤양 및 위점막병변 개선 등 위장 치료제로 사용돼 왔다. 레바미피드가 국내에서 안구건조증 치료제로 허가받은 건 삼일제약과 국제약품이 처음이다.
앞서 오츠카제약이 일본에서 2012년 레바미피드 성분의 소화성 궤양 치료제 '무코스타'를 안구건조증 치료제 점안액으로 출시한 게 시초다. 오츠카제약 연구결과에 따르면 레바미피드를 점안제로 사용할 경우 안구 점막에서 분비되는 '뮤신' 분비가 증가하고 각막 및 결막 상피 장애가 개선됐으며 치료효과도 더 빨리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 국내에서는 주로 히알루론산이나 디쿠아포솔 성분의 점안제가 안구건조증 치료에 적용돼 왔다. 이들 치료제는 치료효과가 3개월 이후부터 나타나는 등 치료에 오랜 기간이 걸려 치료가 쉽지 않았다.
레바미피드 성분은 기존 안구건조증 치료제와 달리 2~4주 만에 치료효과를 보이는 등 효과가 더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 장점이다. 또 일반적인 인공눈물이 1일 5회 내지 6회를 투여해야 효과를 보이는 것에 비해 '레바미피드' 성분은 1일 4회 점안으로도 안구건조증이 개선되는 효과를 입증 받았다.
레바미피드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개발 중인 후발주자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안과의약품에 특화된 대우제약은 지난해 11월 레바미피드 성분의 안구건조증 치료제 'DWP-DN11'의 2b/3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삼진제약은 레바미피드 성분을 점안제와 경구제로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안구건조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먹는 치료제 'SA001'의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안구건조와 구강건조를 동반하는 자가면역질환 쇼그렌증후군 환자의 안구건조, 구강 건조 개선에 대해서도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점안제로 개발 중인 'SJP002'은 가용화 및 안정화 기술을 적용한 개량신약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은 약 3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시장 대부분을 미국 앨러간의 '레스타시스'와 일본 산텐제약의 '디쿠아스' 및 '히아레인', 스위스 노바티스의 '자이드라' 등 오리지널 의약품들이 잡고 있다. 그러나 매년 안구건조증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안구건조증 환자는 지난 2020년 약 245만 명으로 매년 5% 가량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레바미피드 성분이 신약은 아니지만 그동안 국내에서 안구건조증 치료제로 사용된 적이 없다"면서 "기존에 글로벌 제약사들의 안구건조증 치료제들이 시장을 잡고 있는 만큼 시장에 안착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시장 전체가 계속 커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은 분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