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은 대부분 글로벌 제약기업 제품이 장악하고 있다. 다수 국내 기업들이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개발하려 했지만 치료효과 입증이 어려워 임상 단계에서 좌절됐다. 하지만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이 속속 진행되면서 첫 국산 안구건조증 치료제 탄생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에이치엘비테라퓨틱스는 지난 2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개발 중인 안구건조증 치료제 'RGN-259'에 대한 Pre-BLA 미팅(바이오의약품 허가신청 전 회의)을 제출했다. 에이치엘비테라퓨틱스는 에이치엘비그룹이 최근 인수한 지트리비앤티다. 지트리비앤티는 지난 1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에이치엘비테라퓨틱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RGN-259'는 미국 바이오 신약개발 기업 리제넥스(RegeneRx)와 글로벌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개발한 제품이다. 미국에서 안구건조증 치료제로 임상2b/3상*을 완료했고 신경영양성각막염 치료제에 대한 임상 3상은 현재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 Pre-BLA 미팅과 허가신청을 거쳐 최종 품목허가를 받을 경우 최초의 국산 안구건조증 신약이 탄생하게 된다.
임상2b/3상: 임상2b상과 임상3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2b상은 100~300명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를 입증하고 용법 및 용량을 확인하는 임상2상이다. 2a상은 수십~100명까지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2상을 뜻한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대웅제약과 미국에서 공동개발 중인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의 임상 3상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HL036은 안구 내 염증을 유발해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키는 종양괴사인자(TNF)를 억제한다.
또 대웅제약은 자회사를 통해 또 다른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대웅제약의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아이엔테라퓨틱스는 지난 8월 지엘팜텍과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안구 건조 및 통증 유발의 원인인 만성 염증을 치료하는 안구통증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양사는 오는 2022년까지 제형개발을 완료하고 비임상 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국제약품은 'HCS-001'과 'KSR-001' 2개의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HCS-001'은 안구건조증에 따른 각결막염 치료제다. 눈물 공급 및 안구건조 탓에 발생하는 염증 완화 효과가 특징이다. 지난해 7월부터 국내에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KSR-001'은 눈물 생성을 촉진하는 치료제다. 디쿠아스점안액의 개량신약으로 국내 임상2b/3상을 완료했다. 삼진제약, 일동제약 등도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에 한창이다.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다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미 좌절을 겪었던 분야다. 실제로 지난 5월 휴온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국내 임상2상을 신청했다가 자진 철수한 바 있다. 삼천당제약도 비임상에서 임상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수년간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이처럼 국산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이 진척이 없는 이유는 흐르는 점안제 특성상 안구 전반에 걸친 치료효과를 입증하기 어려워서다.
전 세계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은 약 5조원에 달한다. 국내 시장은 3000억원 규모다. 글로벌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8년 전 세계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12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거대한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은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제품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앨러간의 레스타시스와 일본 산텐제약의 디쿠아스 및 히아레인, 스위스 노바티스의 자이드라 등이다.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인공눈물의 경우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해주는 제품이다. 근본적으로 증상을 치료하는 '치료제'와는 다르다. 국내 기업들이 출시한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해당 오리지널 제품의 복제의약품(제네릭)뿐이다.
에이치엘비테라퓨틱스의 미국 허가 신청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는 최초의 국산 안구건조증 치료제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치료 효과를 입증하기가 어려워 다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실패한 분야"라며 "최초 국산 안구건조증 치료제가 미국 진출까지 성공할 경우 다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도 모범사례이자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