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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 신격호]④"절대 국민에 폐 끼치지 말라"

  • 2020.01.21(화) 15:09

신격호 명예회장, 평소에 '정열·신뢰·내실' 강조
'관광보국' 일념 롯데월드타워 완성…숙원 이뤄

국내 대기업 마지막 창업 1세대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했다. 문학청년이던 그는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갖은 고생 끝에 재계 5위의 롯데그룹을 일궜다. 껌으로 시작해 식품, 유통, 화학, 건설, 제조, 금융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일본 양국 경제에 큰 이정표를 세웠다. 하지만 그는 늘 경계인이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큰 업적을 이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어느 곳에도 깊게 뿌리박지 못했다. 비즈니스워치는 약 한 세기에 가까웠던 경계인 신격호의 삶을 시기별로 재조명하고 그가 남긴 업적과 숙제 등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은 '정열'과 '신뢰', '내실'로 요약할 수 있다. 일평생 이 신조로 재계 5위의 롯데그룹을 일궈냈다. 그의 경영 철학은 생전 발언들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신 명예회장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서운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철학이 확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선 '정열'은 평생 그를 지탱한 힘이었다. 롯데라는 사명(社名)이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인 샤롯데에서 나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샤롯데는 만인에게 사랑받는 사랑과 정열의 상징이다. 신 명예회장은 경영에 있어서도 경영자의 정열과 종업원 모두의 정열이 하나로 발현될 때 보다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의 능력이란 그렇게 극단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정열과 의욕을 가지면 상황도 유리해지고 올바른 해결책도 나오기 마련이다.

신 명예회장은 일을 할 때 정열이 솟는 사람은 일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신 명예회장이 직원들에게 항상 뜨거운 정열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 줄 것을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청년 신격호가 짧은 시간 내에 롯데를 키우고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도 모든 일에 늘 정열적으로 임했기에 가능했다.

고객과 약속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야 한다.

신 명예회장이 강조했던 또 다른 덕목 중 하나는 '신뢰'다. 그는 평소 약속을 중시했다.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빌린 사업자금으로 세운 공장이 폭격으로 전소됐을 때 일본에 남았던 이유도 사업자금을 빌려준 일본인 사업가와의 신뢰 때문이었다. 우유 배달 시간을 단 한 번도 어기지 않았던 것도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업인은 회사가 성공할 때나 실패할 때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야 한다.

신 명예회장은 평소 기업이 정부와 국민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업인은 회사가 성공할 때나 실패할 때를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야 하며, 자신의 책임인 만큼 신중하고 최선을 다해 기업을 경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모한 투자는 종업원들이나 협력업체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국가적인 상처로 남을 수 있어서다. 롯데가 지금까지 신중한 투자 기조를 이어오는 것도 신 명예회장의 이런 지침 때문이다.

거화취실(去華取實)

이와 함께 신 명예회장은 늘 '내실'을 강조했다. 롯데그룹이 신 명예회장 장례식에 절대 조화와 조의금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도 신 명예회장이 평소 강조한 '거화취실(去華取實)' 때문이다. 거화취실은  신 명예회장의 집무실에 걸려있는 문구다.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해왔던 그의 신념이다. 실제로 그는 한국과 일본을 오갈 때도 혼자서 직접 서류가방을 들고 비행기를 탔다. 집무실도 아주 소박했다.

몸에서 열이 나면 병이 나고 심하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기업에 있어서 차입금은 우리 몸의 열과 같다.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이다.

내실을 중시하는 신 명예회장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은 또 있다. 신 명예회장은 '무차입 경영 원칙'을 지켜왔다. 특히 IMF 사태를 겪으면서 이런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IMF 사태 당시 하나둘씩 쓰러져갈 때도 롯데만큼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이런 원칙 덕분이었다. 롯데는 그의 무차입 경영 원칙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IMF 사태를 이겨냈고 오히려 그룹의 역량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었다.

한국의 장래를 깊이 생각했다. 부존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었다.

아울러 신 명예회장은 관광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누구보다도 강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길은 관광산업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가 일생동안 투자회수율이 낮고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관광산업에 사활을 걸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최초 독자 브랜드의 호텔을 지은 것도,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테마파크를 연 것도 모두 그의 '관광보국(觀光報國)' 일념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를 세계 최대의 관광 명물로 만드는 것이 내 일생의 소원이다.

신 명예회장은 모두가 안된다고 했던 잠실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성해냈다. 그는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갈수록 준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부터 그들이 우리나라를 다시 찾도록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외국 관광객들에게 언제까지나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다는 그의 고민은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지어 새로운 한국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꿈으로 이어졌다. 잠실 개발 당시 배후 상권 부재를 염려하던 임직원들에겐 "상권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상품과 서비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잠실 개발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리고 그 꿈은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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