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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신격호 롯데 회장, 생전 2000억 담보대출 왜?

  • 2020.01.29(수) 15:14

오산·인천·서초 토지 담보로 최대 960억
롯데지주·롯데칠성 주식담보로도 1100억
거액 필요한 상황 아냐…신동빈 회장의 뜻?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지난해 본인 소유의 부동산과 주식을 담보로 거액의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시 치매를 앓으면서 한정후견인을 두고 있던 신 명예회장은 거액의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어서 후견을 신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 명예회장의 부동산과 주식담보대출은 모두 지난해 6월 28일 설정이 이뤄졌다. 이 시기는 신 명예회장이 거처를 롯데월드타워에서 소공동 롯데호텔로 옮긴 뒤 급격하게 건강이 나빠지면서 다시 병원에 입원(7월2일~12일)하기 직전이다.

확인 결과 부동산 담보대출은 신 명예회장이 생전 보유하던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과 인천시 계양구 목상동·둑실동·다남동, 서울시 서초구 신원동 등에서 총 58필지를 담보로 잡혔다.

인천의 토지는 신 명예회장의 부동산으로 알려진 골프장 부지다. 지난 2008년 롯데상사가 골프장 조성을 위해 504억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가, 10년이 지난 지난해 계약을 해지하면서 다시 신 명예회장의 소유가 된 토지다.

오산시 토지는 롯데오산물류센터를 둘러싼 땅들이다. 롯데그룹은 이 지역에 쇼핑몰과 아울렛, 시네마, 문화센터, 키즈 테마파크 등을 갖춘 '오산 펜타빌리지' 조성을 계획했지만, 검찰이 롯데그룹과 신 명예회장 사이 부동산 거래에 대한 조사에 나서자 이런저런 이유로 백지화한 바 있다.

이 지역에는 신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둘 사이에서 태어난 신유미 씨 소유의 부동산도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모녀의 부동산은 대출 시행 이력이 없다.

서울 서초구 일원의 토지는 양재IC 인근 토지로 그린벨트로 묶여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진입하다 보면 양재IC 근처 우측에 보이는 화훼시장 지역이다.

이곳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지만 서울 강남 3구에 속해있으면서 면적이 넓고 입지가 우수해 서울의 택지지구 개발이 거론될 때마다 제한구역 해제가 유력한 지역으로 꼽힌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해당 토지를 담보로 각각 600억원씩 총 1200억원의 채권최고액을 설정해 대출을 시행했다. 채권최고액은 실제 대출보다 20~30%가량 높게 설정하는 만큼 약 840억~960억원가량의 대출이 시행된 것으로 짐작된다.

같은 시기에 시행된 주식담보대출도 거액이다. 당시 신 명예회장은 롯데지주의 주식 324만5425주와 롯데칠성음료의 주식 10만4080주를 가지고 있었다. 대출은 신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지주와 롯데칠성음료의 지분 전부를 담보로 제공했다.

당시 롯데지주의 주가는 4만4000원 선으로 신 명예회장의 지분가치는 약 1428억원, 롯데칠성의 경우 주가가 17만3500원 선으로 지분가치는 약 180억원으로 이 둘을 더하면 약 1608억원 규모였다.

주식담보대출은 대용가격의 최대 70%까지 이뤄지는 만큼 신 명예회장의 대출 규모는 약 1125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결국 신 명예회장은 부동산과 주식을 담보로 최대 2000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에선 당시 신 명예회장의 상황을 놓고 볼 때 거액의 현금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신 명예회장의 뜻과 상관없이 대출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당시 신 명예회장은 치매를 앓고 있었고, 신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 신정숙 씨와 신동빈 회장의 청구로 법무법인 선을 한정후견인으로 두고 있었다.

한정후견인은 피한정후견인을 대리해 후견감독인의 동의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피한정후견인의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해당 대출 역시 한정후견인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거쳐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신 명예회장과 장남 신동주 회장은 법원의 후견 개시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기각됐다. 추가로 신동주 회장은 법원이 신 명예회장의 후견 개시를 결정할 당시 후견감독인이 되겠다고 신청했지만 함께 기각됐다.

따라서 신 명예회장의 대출은 후견을 신청한 신동빈 회장 측의 뜻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회장도 신 명예회장과 마찬가지로 롯데지주 주식 일부를 담보로 대출을 가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신 명예회장의 주식담보대출 이후 본인의 대출은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꾸준히 갚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 관계자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재산권 행사는 후견인 측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그룹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대출의 이유와 사용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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