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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호텔롯데에 '뭉칫돈' 몰린 이유

  • 2020.01.31(금) 08:29

회사채 수요 예측에 1.9조원 몰려…발행 규모 늘려
실적 향상에 상장 기대감…업계 "올해가 상장 적기"

호텔롯데가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섰습니다.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자금조달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몰려서입니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하기 전 수요예측을 합니다. 얼마나 많은 자금을 끌어올 수 있을지를 타진해보는 작업입니다.

호텔롯데의 경우 최근 2000억원의 자금 확보를 위한 회사채 수요 예측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무려 1조 1900억원이 몰렸습니다. 호텔롯데에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곳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동안도 호텔롯데는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신용등급이 AA로 우량합니다. 그 덕분에 필요한 자금을 제때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수요 예측 결과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요를 확인했습니다. 호텔롯데 내부에서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입니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는 당초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바꿔 4000억원까지 발행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자금을 대겠다는 곳이 많은 만큼 넉넉히 자금을 확보해 두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호텔롯데 회사채에 왜 이렇게 많은 수요가 몰린 것일까요. 우선 업계에서는 점점 나아지고 있는 실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호텔롯데는 843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면세점 사업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면서 리스크를 줄인 결과 작년 3분기 20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단위 : 억원.

호텔롯데는 호텔사업부, 면세사업부, 월드사업부, 리조트사업부 등 4개 사업 부문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중 면세사업부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호텔롯데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면세사업부에서 나옵니다. 면세사업부가 호텔롯데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최근 몇 년간 변화가 좀 있습니다. 면세사업부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2016년엔 84%에 달했지만 작년 3분기에는 82.9%까지 낮아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면세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면세사업의 비중이 줄면서 전체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호텔롯데의 면세사업은 그동안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폭발적인 증가에 힘입어 승승장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유커의 발길이 끊기면서 호텔롯데의 면세사업은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면세점 매출의 80% 이상을 의존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사라지자 호텔롯데의 면세사업은 휘청거리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843억원의 영업손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는 면세사업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섭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대신 주타깃을 중국인 대리상 즉 따이공에 맞춥니다. 여기에 높은 임대료 탓에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꼽혔던 인천공항 면세점에서도 일부 철수했습니다. 더불어 해외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빈자리를 타깃 다양화로 대체하기 시작한 겁니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그 결과 호텔롯데의 전체 실적은 다시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호텔롯데가 면세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면세사업은 여전히 호텔롯데를 지탱하는 기둥입니다. 다만 사드 후폭풍 이후 수익성 확보 채널을 다변화한 겁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만 의존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셈이죠.

시장은 호텔롯데의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본 듯합니다. 최근 회사채 수요 예측에 뭉칫돈이 몰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면세사업이 그동안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만 집중됐던 건 양날의 검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사드 사태 이후 수익성 개선 노력을 펼쳤고, 일정 부분 성과를 내면서 실적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호텔롯데에 뭉칫돈이 몰린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바로 호텔롯데의 상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이기도 합니다. 롯데그룹은 2017년 롯데지주를 세우면서 대대적인 지주사 체체 만들기에 돌입했습니다. 그동안 반도체 회로보다 복잡하다는 롯데그룹 내 지분구조를 롯데지주 중심으로 개편했습니다.

호텔롯데 상장도 롯데그룹의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과 궤를 같이 합니다. 호텔롯데는 이제 마지막 남은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끈입니다. 신동빈 회장은 이 끈을 끊고 싶어 합니다.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호텔롯데는 여전히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언제든 일본 롯데가 치고 들어올 불씨가 남아있는 셈입니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입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에는 신 전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윤사가 있습니다. 즉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 중 일부가 이탈해 신 전 부회장 측을 지원하고 나서면 신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를 통해 언제든 한국 롯데를 뒤흔들 수 있습니다. 신 회장이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측 지분을 희석시키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일본 롯데의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리스크는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호텔롯데 문제는 '휴(休)화산'일 뿐 완전히 불씨가 꺼진 것이 아닙니다. 신 회장에게 호텔롯데 상장은 '원톱 체제'를 공고히 하는 마지막 마침표가 됩니다. 호텔롯데를 상장해야만 그가 꿈꿔왔던 '뉴 롯데'를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집니다.

최근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별세했습니다. 그룹의 경영권은 신동빈 회장이 쥐고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신 명예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올해 롯데그룹이 호텔롯데 상장에 속도를 내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호텔롯데의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호텔롯데가 상장에 성공하게 되면 신 회장은 명실상부한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게 됩니다. 더불어 호텔롯데도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작년 3분기 기준 호텔롯데의 연결기준 총 차입금은 8조 1000억원에 달합니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게 되면 차입금 규모도 줄이고 재무구조도 개선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런 기대감 덕분에 호텔롯데 회사채 수요 예측에 뭉칫돈이 몰린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시장의 기대가 언제나 들어맞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유 없이 돈이 움직이는 법은 없습니다. 호텔롯데에 대규모 자금이 몰렸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방증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시장의 기대처럼, 시장의 전망처럼 호텔롯데는 올해 상장에 나설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제 신 회장과 롯데그룹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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