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위 교촌F&B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소진세 교촌F&B 회장이 키를 잡은 이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종전과 달리 본업에 집중하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직접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선 교촌F&B가 과연 직접 상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성장에는 비결이 있었다
교촌치킨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위다. 1991년 대구의 작은 치킨집에서 시작했다. 올해로 창립 29주년을 맞는다. 교촌치킨은 2016년 BBQ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교촌의 작년 매출은 3692억원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매출 3000억원 이상은 많지 않다. 교촌은 2017년부터 줄곧 매출 3000억원을 넘기며 치킨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냈다.
교촌이 수년간 치킨업계 1위를 수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른 브랜드의 성장 스토리와는 조금 다르다. 교촌은 경쟁 브랜드들과 달리 신메뉴 출시에 인색했다. 트렌드에 맞춰 재빨리 메뉴 구성에 변화를 줬던 다른 브랜드와 달리 교촌은 닭 다리와 닭 날개 등을 중심으로 구성한 ‘콤보 메뉴’에 집중했다. 소품종, 소메뉴로도 업계 1위를 지켜냈다는 것은 그만큼 제품에 자신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교촌을 전국 브랜드로 키운 것은 교촌의 '마늘 간장소스'다. 프라이드와 양념 일색이던 국내 치킨시장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켰다. 교촌은 현재도 간장 치킨 라인업인 '교촌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소스에 집중해 차별화를 꾀했던 전략이 통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가맹점 매출도 높다. 2018년 기준 교촌치킨 가맹점의 매장당 연 매출은 6억 1827만원에 달한다. 치킨 프랜차이즈 중 가장 높다.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교촌은 꾸준히 성장했다. 치열한 경쟁으로 유명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교촌의 실적은 독보적이다.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교촌이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직접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안정적인 실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 '소진세 효과' 제대로
교촌 창업주인 권원강 전 교촌F&B 회장은 지난해 '전문 경영인'체제 도입을 선언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선택이었다. 이때 영입된 인물이 소진세 회장이다. 소 회장은 롯데그룹에서만 40여 년을 일한 베테랑이다. 소 회장은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과 마케팅본부장, 롯데슈퍼 대표,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사회공헌단장 등을 역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소 회장 체제하에서 교촌은 큰 변신을 시도한다. 그동안 신메뉴 출시에 소극적이던 전략을 과감히 바꿨다. 교촌은 순살 라인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허니순살’, ‘교촌순살’ ‘레드순살’ ‘레허(레드+허니)반반 순살’ 등이 대표적이다. 교촌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소스를 활용해 메뉴 다변화를 시도했다. 기존 전략과는 정반대였다. 내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허니순살'을 필두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치킨과 관련이 없는 외식 브랜드들을 과감히 접었다. 비수익 사업도 정리했다. 대신 본업인 치킨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했다. 닭갈비 볶음밥 등 가정간편식(HMR)을 내놓은데 이어 최근에는 '교촌 리얼치킨버거'를 출시해 햄버거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낮에는 매출이 거의 없는 치킨 사업의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소 회장의 개혁 드라이브는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단적인 것이 실적이다. 지난해 소 회장 부임 후 교촌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1.1% 증가한 319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교촌이 소 회장을 영입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교촌의 입장에서 이런 변화는 매우 긍정적"이라며 "소 회장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라고 말했다.
◇ '직접 상장' 성공할까
교촌은 현재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이 목표다. 최근 거래소에 유가증권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면서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사실 교촌의 상장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18년 상장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교촌은 그동안 상장을 위한 준비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교촌F&B의 임원이던 권 전 회장의 친인척이 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잠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교촌은 지나해 소 회장을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상장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소 회장이 교촌에 영입된 이유 중 하나다. 만일 교촌이 상장에 성공하게 되면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직접 상장 기록을 갖게 된다. 현재 외식 프랜차이즈 상장사는 모두 기존 상장사를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 상장한 경우다. '맘스터치'의 해마로푸드서비스, '미스터피자'의 MP그룹, '연안식당'의 디딤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교촌F&B의 직접 상장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적이 탄탄한 데다 브랜드 인지도도 높다는 점이 그 근거로 꼽힌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이 얼어붙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따라서 교촌이 예상보다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재무상태가 튼튼한 만큼 상장을 연기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교촌이 직접 상장에 성공할지 여부에 대해 여타 브랜드들도 무척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교촌이 성공한다면 프랜차이즈 업계의 여타 선두권 브랜드들도 교촌을 롤모델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교촌의 상장 성사 여부가 무척 중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