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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고죽'의 재반격, '양반죽'이 보인다

  • 2020.05.04(월) 10:32

동원 '파우치죽' 맞대응에 1위 탈환 실패
1분기 점유율 급상승…동원과 격차 줄여

CJ제일제당의 '비비고죽'의 성장세가 무섭다. 현재 업계 1위는 동원F&B의 '양반죽'이다. 동원은 지난 20년간 국내 상온죽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해왔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상온죽 시장에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 2018년이다. CJ제일제당이 비비고죽을 출시하면서 상온죽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출시 첫 해 시장점유율 4.1%로 출발한 비비고죽은 무서운 속도로 양반죽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기존 2위였던 '오뚜기죽'을 제치더니 철옹성으로만 여겨졌던 양반죽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작년 5월에는 양반죽과 비비고죽의 시장 점유율이 1%포인트 차이까지 좁혀졌다.

비비고죽의 승승장구는 발상의 전환 덕분이다. 그동안 국내 상온죽 제품은 용기죽이 대부분이었다. 동원F&B가 1992년 용기죽을 출시하면서 굳어진 공식이다. CJ제일제당은 이 공식에 반기를 들었다. 그래서 선보인 것이 '파우치죽'이다.

CJ제일제당의 파우치죽은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리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파우치죽의 가장 큰 장점은 넉넉한 용량이다. 용기죽의 경우 용량을 늘리려면 용기의 크기를 키워야 하는 부담이 있다. 반면 파우치는 용기의 이런 단점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넉넉한 양을 원하는 1인 가구에 안성맞춤이다.

죽제품은 늘 꾸준한 니즈가 있다. 주식은 아니지만 간단하면서도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원 양반죽이 오랜 기간 국내 상온죽 시장에서 선두를 달릴 수 있었던 이유다. 용기죽으로 국내 상온죽 시장을 평정한 동원으로서는 파우치죽의 성장성을 간과했다.

CJ제일제당은 이런 점을 파고들었다. 기존과 같은 형태의 제품으로는 동원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했고 그 결과물이 파우치죽이었다. 간편한 조리로 죽전문점 수준의 죽을 쉽게 맛볼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비비고죽은 1인 가구뿐만 아니라 아이를 둔 가정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각 지역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비비고죽이 입소문이 나면서 비비고죽의 점유율은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여기에 국내 가정간편식(HMR) 1위인 CJ제일제당의 브랜드 네임에 마케팅 등이 더해지며 비비고죽은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섰다.

당시 업계에서는 비비고죽이 양반죽을 넘어설 수 있을지 여부에 큰 관심을 보였다. 만일 비비고죽이 양반죽을 제칠 경우 19년 만에 국내 상온죽 시장의 1위가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오랜 기간 상온죽을 개발·생산해왔던 노하우를 더해 동원도 파우치죽을 선보였다.

비비고죽이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했지만 19년이라는 세월 동안 '즉석죽=양반죽'이라는 공식을 각인시켰던 동원인 만큼 쉽게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결국 양반죽은 1위 자리를 수성했고 비비고죽의 추격은 한동안 소강상태에 빠졌다. CJ제일제당 내부에서도 무척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으로 간편식을 찾는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CJ제일제당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가정 내 취식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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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결과 비비고죽의 지난 1분기 시장점유율은 36.6%로 올라섰다. 영원한 맞수인 양반죽의 경우 작년 43.5%에서 1분기 41.6%로 점유율이 하락했다. 그러면서 비비고죽과 양반죽의 점유율 격차는 5%포인트로 줄었다. 비비고죽의 재반격이 시작된 셈이다.

CJ제일제당으로서는 양반죽을 넘어설 절호의 기회를 만났다. 이에 CJ제일제당은 비비고죽을 대표 상품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비비고죽은 이미 출시 1년 5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더불어 양반죽이 용기죽 시장을 이끌었듯, CJ제일제당은 비비고죽을 앞세워 파우치죽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이 파우치죽을 출시한 이후 국내 상품죽 시장에서 파우치죽 비중은 기존 5%대에서 지난 2월 48%까지 올라갔다. CJ제일제당의 입장에서는 파우치죽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실하게 확인했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비고죽과 양반죽의 맛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는 못한다. 두 제품 모두 죽 전문점 수준의 품질을 갖췄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비비고죽과 양반죽의 차이는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를 누가 얼마나 정확하게 읽었느냐에서 갈렸다"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비비고죽의 양반죽 추격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양반죽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느냐에 국내 상품죽 시장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의 마케팅 공세를 동원F&B가 어떻게 방어할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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