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 잘 하셨나요? 출근길에 다들 적어도 한 번은 이 분들을 만났을 거예요. 작업복을 입고 아파트, 지하철, 우리 회사 건물 등 이곳저곳을 순찰하는 분. 바로 경비 아저씨죠. 빗자루를 들고 사무실을 열심히 청소하고 계신 아주머니도 보셨겠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50~60대, 아니 그 이상 나이가 드신 우리 주변의 어르신들이죠.
우리 사회는 요즘 그분들을 이렇게 불러요. '임계장'. 바로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에요. 많은 50대 이상 시니어들이 안정적인 고용형태를 유지할 수 없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어요. 임시로, 계약직으로 언제든 나 아니어도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널려있다는 뜻이죠.
오늘 우리 회사 사무실을 청소하고 있던 아주머니가 어느새 다른 아주머니로 바뀌어 있는 세상. 하도 사람이 자주 바뀌니 일일이 이름을 외우기 어려워 그들을 통칭해서 부르는 단어. 바로 임계장이에요.
상당수 고령층, 서비스업 종사
실제로 통계청이 공개하는 2018년 기준 고령자고용현황 통계를 보면 상당수의 고령층이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어요. 2018년 기준 374만2423명의 고령층(55세 이상) 근로자들의 45%가 도소매, 숙박 및 음식점,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보건업 및 사회복지 등 서비스업(300인 이상 사업장 기준)에 종사하고 있어요.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 종사하는 고령층 근로자들을 포함하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어르신들은 더 많을 것으로 보여요. 여기에 폐지와 고물을 주우며 근근이 생활하는 어르신들까지 포함하면 고령층의 일자리 상당수가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아시다시피 코로나19 여파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분야는 서비스업이에요. 그만큼 대체 가능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고용안정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업종이죠.
공기업 정규직에서 시급노동자로...
다수의 서비스업 직종에서 일했던 조정진 씨는 지난 3월 '임계장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 한 권을 냈어요. 260페이지 분량인 이 책에 조정진 씨는 아파트, 빌딩, 버스터미널 등에서 경비원, 주차관리원, 청소부, 배차원으로 살면서 겪은 3년간의 노동일지를 책에 담았는데요.
안정적이던 공기업 정규직으로 38년간 일했던 조정진 씨는 퇴직 후 버스 회사 배차 계장, 아파트 경비원, 빌딩 주차관리원 겸 경비원을 거쳐 버스터미널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쓰러져 해고됐다고 해요. 임시 계약직으로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직종에서 제대로 된 근무환경, 노동조건을 보장받지 못하며 근무하는 고령층 일자리의 실태를 온몸으로 겪었죠.
탁송 작업을 하다 허리를 다치고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주민들의 갑질을 겪고 터미널 보안요원으로 일하며 지하 숙소에서 공용 침구를 덮고 16명의 경비원과 공동생활을 해야만 했던 조정진 씨는 우리 사회 노인 일자리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꼬집었어요.
언제나 든든하기만 했던 우리 아빠, 엄마들이 정규직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퇴직을 한 이후 할 수 있는 경제적 활동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요. 그 한정적인 일자리마저 너무나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입주민의 폭행, 극단적 선택한 경비원
최근 불거진 故 최희석 경비원 폭행 사건은 겉으로 보기엔 항상 밝게 인사하시는 경비원 아저씨, 청소부 아주머니의 모습 이면에 짙은 어둠이 깔려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지난달 21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차 문제로 최희석 경비원과 다툰 후 그에게 지속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해자는 바로 아파트 입주민 심 씨. 심 씨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억울하다'는 유서와 함께 최희석 경비원은 숨진 채 발견됐어요.
해당 사건은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온 상태예요. 성실히 한 사회의 일원으로 일하다 퇴직하고 인생의 말년을 알차게 보내려 다시 일자리로 뛰어든 우리 아빠, 엄마에게 우리 사회는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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