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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인천↔인천' 여행이 특별한 이유

  • 2020.09.29(화) 14:44

하나투어, 강릉‧포항‧김해‧제주 등 국내 상공 도는 상품 출시
코로나19로 휘청거리는 여행업계…여행족의 미충족 수요 겨냥

▲하나투어가 출시한 '스카이라인 여행' 상품이 판매 당일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하나투어 홈페이지]

과거 해외여행에 익숙지 않았던 시절 인터넷을 통해 일본 오사카의 한 가게에서 판매하는 참치회덮밥을 봤다. 그때까지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던 그 참치회덮밥이 매일 생각났다. 진지하게 회사 선배에게 말했다. 참치회덮밥 먹으러 꼭 오사카를 가고야 말겠다고. 그 선배는 코웃음을 치면서 비아냥거렸다."네가 무슨 갑부라도 되냐. 그거 하나 먹으러 오사카를 가게."

1년 후 회사를 그만두고 바로 오사카로 향했다. 참치회덮밥 가게로 가는 길을 출력해 준비해뒀다. 일본 오사카의 간사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참치회덮밥 가게로 향했다. 3박 4일간 관광지를 둘러보고 쇼핑도 하고 맛집 투어도 했다. 하지만 그 여행의 주 목적은 오직 참치회덮밥이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오사카를 5번 정도 더 다녀왔다. 몇 번 다녀오다 보니 오사카를 다시 가고 싶은 이유들이 하나둘 더 생겼지만 가장 큰 이유는 늘 참치회덮밥이었다. 그 선배는 이해하지 못했던 ‘참치회덮밥’은 이미 내 오사카 여행의 가치가 됐다.

사람들은 저마다 여행의 목적과 가치관이 다르다. 단적으로 많은 이들의 여행 가치관을 변하게 했던 건 ‘호캉스’였다. ‘호캉스’는 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로,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초기 ‘호캉스’라는 단어가 생겼을 땐 많은 이들이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이었다.

개인적으로도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집을 놔두고 몇 십 만원씩 내면서 호텔에 쉬러 간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요즘은 호텔 부대시설을 누리고 아늑한 침구류, 조식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예전에는 생소한 휴가방식이었다.

최근 제2의 호캉스처럼 기상천외한 여행상품이 등장했다. 하나투어가 내놓은 가상 해외여행상품 '스카이라인 여행'이다. 스카이라인 여행은 오는 10월 24일과 25일 오전 11시에 인천공항을 출발한다. 아시아나항공 A380 항공기를 타고 강릉, 포항, 김해, 제주 상공을 비행한 후 오후 1시 20분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코스다.

항공권만 판매하는 상품과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 네스트호텔 등 숙박을 포함하는 두 종류 상품으로 구성됐다. 해외여행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콘셉트도 설정돼있다. 24일에는 싱가포르, 25일은 사이판 여행이다. 각 나라의 특색에 맞춘 기내식이 제공되고 유명 관광지 포토스팟 사진촬영과 여행 책자를 제공한다.

그냥 비행기 안에 앉아 하늘을 떠돌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뿐이지만 이 여행상품은 총 320석 중 응급환자용 좌석을 제외한 284석 모두 판매 당일 완판을 기록했다. 비즈니스 좌석과 숙박을 합한 상품은 1분 만에 마감됐고 예약 가능한 인원의 4배에 달하는 대기예약이 줄을 섰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앞서 대만과 호주, 일본 등 외국 항공사들이 상공을 돌다 출발한 자국 공항으로 되돌아오는 항공권을 먼저 출시한 바 있다. 이들 항공권 역시 순식간에 매진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여행지에 대한 설렘이 없는 여행 상품의 호응이 이처럼 뜨거운 이유는 뭘까. 여행이 주는 설렘은 단순히 관광에서 오는 것만이 아니다. 공항이주는 설렘이 있고 면세점에서의 쇼핑도 즐겁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공중으로 떠오르는 순간은 떨리면서 긴장감이 맴돈다. 기내식도 즐거움을 더한다. 먹을 땐 늘 별로라고 생각하면서도 비행기에 타는 순간부터 기내식으로 뭐가 나올까 기대한다.

일각에서는 이 여행상품을 어이없어 하기도 한다. 관광은 빠져있지만 떠난다는 의미에서 이 또한 ‘여행’이다. 앞서 언급했듯 여행의 가치관은 저마다 다르다. 지금은 어색하지 않은 ‘호캉스’ 상품을 호텔업계가 처음 내놨을 때도 호불호가 갈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여행업계는 휘청거리고 있다. 중소여행사들은 대거 줄도산을 맞았다. 대형여행사들도 지속되는 경영난에 면세점과 호텔 사업 등을 접으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항공사 역시 해외 노선이 대부분 중단되면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 국내 여행 관련 기업들은 존폐 기로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단순히 국내 여행만으로는 이 시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 해외 여행에 목마른 고객들을 위한 ‘스카이라인 여행’ 같은 아이디어 상품이 필요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미충족 수요를 겨냥한 특색있는 여행 상품으로 여행사와 항공, 호텔 등 여행업종이 함께 코로나19를 버텨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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