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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의 '아마존' 승부수, 판 바꿀까

  • 2021.08.25(수) 14:27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론칭…세계 첫 협업
해외직구, 이커머스 격전지로 급부상
'콘텐츠 협업' 제외…‘찻잔 속 태풍’ 전망도

이상호 11번가 사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커머스 시장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됐다. 거래액 기준 시장 4위 11번가가 '해외직구'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11번가는 글로벌 1위 이커머스 아마존과 손잡고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서비스를 론칭했다. 해외직구 시장에서 지배력을 끌어올려 자신만의 독자 영역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11번가는 이번 협업으로 수천만 개의 미국 아마존 상품을 플랫폼 내로 끌어들였다. 유저 인터페이스(UI)를 그대로 유지해 소비자 편의성도 높였다. SK텔레콤의 구독 서비스 가입자는 무료 배송 혜택까지 받도록 해 가격 경쟁력까지 높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외직구만으로 이커머스 경쟁력을 높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11번가와 아마존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판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마존  글로벌 서비스, 국내에서 그대로

11번가는 오는 31일부터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국내 오픈한다고 25일 밝혔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현재 미국·캐나다·독일·일본·프랑스 등 12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아마존 직영이 아니라 현지 사업자와 제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번가는 지난해 11월부터 아마존과의 협업을 진행하며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론칭을 준비해 왔다.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상품 규모와 편의성에 집중했다. 디지털·리빙 등 전통적 해외직구 카테고리에서 리빙·도서까지 아마존의 상품을 그대로 판매한다. 특히 11번가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11번가 앱의 한 카테고리로 흡수했다. 모든 항목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이를 통해 구매·결제·사후관리(AS) 등 전 과정에서 11번가 서비스와 동일한 이용 경험을 구현했다. 한국 해외직구 고객들이 선호하는 16만개 이상의 상품을 엄선한 '특별 셀렉션'을 마련하는 등 현지화에도 만전을 기울였다.

이상호 11번가 사장이 아마존과의 협업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11번가

핵심 경쟁력은 '가격'이다. 11번가 운영사 SK텔레콤의 신규 구독 서비스 '우주패스' 가입 고객은 구매 금액과 수량에 관계 없이 무료 배송을 받을 수 있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이용할 수 있는 1만원 상당의 할인 쿠폰도 매달 제공한다. 아마존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핫딜' 등 프로모션도 그대로 적용된다. 나아가 국내 고객을 위한 '11번가 단독 딜' 등 자체 프로모션도 진행키로 했다.

이상호 11번가 사장은 "아마존만의 특별한 상품과 혜택, 편리한 쇼핑 경험을 그대로 제공하도록 해 11번가 고객이 국가·언어 장벽 없이 아마존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며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국내 해외직구 시장의 혁신적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커머스 해외직구, 경쟁 본격화

아마존의 국내 상륙으로 이커머스 업계의 해외직구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의 해외직구 서비스는 미국·중국 등 일부 지역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규모도 기존 플랫폼의 소규모 카테고리에 불과했다. 이베이코리아 G9, 코리아센터 몰테일 등 일부 전문 플랫폼만이 해외직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 비해 사업 운영 노하우 등에서 절대적으로 열세다.

게다가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배송 속도에서도 우위를 가지고 있다. 아마존은 11번가와의 협업에 따라 국내 해외직구족이 선호하는 상품을 미국 서부 물류센터에 집중 배치했다. 이를 통해 배송 기간을 4일 안팎으로 단축시켰다. 현재 국내에서 이와 비교할 수 있는 배송 속도를 가진 해외직구 서비스는 쿠팡 '로켓직구'가 유일하다. 하지만 로켓직구 상품 수는 아직 700만개 수준이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취급 상품 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 해외직구 서비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한 업계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쿠팡은 지난 6월 관세청과 '전자상거래 통관물류체계 효율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강점인 배송 속도를 더욱 높여 경쟁우위를 가져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유럽 주요 백화점과 아울렛의 상품을 소싱하며 라인업을 늘렸다. 롯데ON은 오픈마켓을 통해 우수 해외직구 셀러 유입에 집중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1위 네이버는 '신뢰도' 제고에 나섰다. 네이버는 오픈마켓 특성상 전 세계 다양한 판매자들의 해외직구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 미국·영국·독일·중국·호주 등 판매 국가도 다양해 규모 면에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 밀리지 않는다. 최근 네이버는 해외 현지 사업자 등록증 보유 판매자만 해외직구 판매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판매자가 직접 촬영한 상품 사진 업로드도 의무화했다. 규모 경쟁력에 신뢰도를 보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폭풍'인가, '찻잔 속 태풍'인가

11번가와 아마존의 협업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커머스 해외직구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2조9717억원이었던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원까지 커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2조5336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전체 이커머스 시장의 2% 안팎에 불과한 수치다. 해외직구 경쟁력이 곧 이커머스 경쟁력은 아니다.

게다가 아마존의 전자책 서비스 '킨들', OTT(동영상) 서비스 '프라임 비디오' 등 콘텐츠 서비스는 이번 협약 대상에서 제외됐다. 콘텐츠 서비스는 최근 이커머스 플랫폼의 새로운 고객 '록인(Lock-in)'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콘텐츠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타 플랫폼에 비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은 성장중이지만 이커머스 시장 전체에 비하면 미미한 규모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올해 쿠팡 '로켓와우'의 이커머스 유료 멤버십 시장 점유율은 51%였다. 2위인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21.6%포인트 증가한 27.2%였다. 이들은 각각 '쿠팡플레이', '티빙' 등 OTT서비스와 연계돼 있다. 반면 쇼핑 혜택만 제공하는 이베이코리아 스마일클럽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6.4%포인트 줄어든 17.9%에 그쳤다. 규모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해외직구 협업만으로는 판도를 바꾸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1번가는 아마존과의 제휴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라이브커머스 등에서는 독자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아마존과 시너지를 충분히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콘텐츠 서비스 등 분야에서의 제휴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보고있다. 장기적으로는 아마존과의 협업이 상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아마존과의 협업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성과가 좋다면 콘텐츠 서비스나 클라우드 등 분야에서의 협업 논의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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