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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 한해 농사 달린 하반기…전망은 '우울'

  • 2021.08.27(금) 15:15

명품·아웃도어 인기에 2분기 '훨훨'
코로나 재확산 탓에 하반기 '불투명'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패션업계가 지난 2분기 부활을 알렸다. 명품·신명품 브랜드의 호조 속 전년 대비 두자릿 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애슬레저 트렌드가 자리잡으며 골프·원마일웨어 등 아웃도어 상품도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의 기저효과까지 작용하면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는 하반기 선제적 신제품 출시 및 온라인 강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나가곘다는 계획이다. 반면 불안감도 여전하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패션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글로벌 공급망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으면서 가을·겨울 시즌 신제품 수급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명품·아웃도어 입고 '턴어라운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분기 매출 4400억원, 영업이익 4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7.8% 올랐고, 영업이익은 2400%나 늘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의 2분기 매출은 각각 전년 대비 13.0%, 18.6% 증가한 3407억원과 3217억원이었다.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영업이익 26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들 기업은 '신명품' 등 고가 브랜드의 성장에 힘입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메종키츠네'·'아미' 등 브랜드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2~3배 늘었다. '타임'·'마인' 등 한섬의 고가 여성 브랜드의 성장세도 꾸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는 '메종마르지엘라'·'끌로에' 등 해외 패션 부문의 매출은 전년 대비 15.9% 증가했다.

주요 패션기업 실적 추이.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실적 호조를 이끈 다른 한 축은 '아웃도어'였다. MZ세대가 골프에 관심을 보이면서 골프웨어 기업의 실적이 급성장했다. 휠라홀딩스의 실적은 골프용품 자회사 아쿠쉬네트가 견인했다. 휠라홀딩스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63% 증가한 1조194억원, 영업이익은 245.5% 증가한 1738억원이었다. '닥스골프'·'해지스골프' 등을 보유하고 있는 LF, '지포어'·'왁' 등을 보유하고 있는 코오롱FnC도 견조한 실적을 보였다.

'원마일웨어' 브랜드도 호조를 보였다. 원마일웨어는 집으로부터 반경 1마일(1.6㎞) 안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일상복을 의미한다. 코로나19로 '집콕'문화가 활성화되며 각광받기 시작했다. MLB의 운영사 F&F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87%, 영업이익은 754% 늘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과 NFL 등을 전개하고 있는 더네이처홀딩스, 레깅스 브랜드 젝시믹스 운영사 브랜드엑스도 성장세를 보였다.

신제품·온라인 강화로 하반기 승부수

패션업계의 시선은 연매출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하반기로 향해 있다. 핵심 전략은 선제적인 신제품 출시와 온라인 강화다.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는 패션 시장 상황을 고려해 소수 신제품을 빠르게, 지속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당초 6개월 주기로 다량의 신제품을 선보이던 기존 패턴과 다른 전략이다. 또 라이브 커머스 등 온라인 사업을 강화해 MZ세대 소비자를 더욱 빠르게 유입시키겠다는 계획이다.

LF는 '드롭 전략'을 시도한다. 드롭은 특정일에 특정 상품을 판매해 고객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 반응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F는 '일꼬르소'를 통해 가을 컬렉션을 드롭 방식으로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코오롱FnC는 '펀딩'에 나섰다. 펀딩 플랫폼 와디즈와 손잡고 11개 브랜드의 신상품 15종을 선공개했다. 오는 31일부터 본 펀딩이 시작된다.

하반기 들어 백화점에서도 패션 카테고리의 실적은 위축되고 있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정기 컬렉션의 압축판인 '캡슐 컬렉션' 전략도 활성화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구호'는 최근 가을 컬렉션을 캡슐 컬렉션 방식으로 선보였다. '비이커'도 가수 악동뮤지션과 손잡고 브랜드 로고 등을 활용한 신규 캡슐 컬렉션을 내놨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아티스트 '커티스 쿨릭'과 협업한 '러브 바이 커티스쿨릭'을 통해 캡슐 컬렉션을 론칭했다. 모든 제품을 타 제품을 제작하고 남은 자투리 원단으로 제작해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겨냥했다.

온라인몰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LF는 최근 전문몰의 정체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LF몰을 리뉴얼했다. 가격 중심으로 구성됐던 UI(유저 인터페이스)를 카테고리 중심으로 재구성해 편의성을 높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MZ세대와의 소통 확대를 위해 온라인몰 SSF샵 리뉴얼을 진행했다. 한섬·신세계인터내셔날도 온라인몰에서 취급하는 제품군을 확대하는 등 '온라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도 하반기 전망은 '흐림'

그럼에도 패션업계는 하반기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패션업계의 실적 회복은 코로나19 사태 완화에 따른 소비심리 부활의 결과다. 야외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수요가 늘었다. 패션업계의 온라인몰 강화 등 '포스트 코로나' 전략과 맞물려 시너지를 냈다. 하지만 7월 들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며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하반기에 연매출의 대부분이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실제로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2.5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평균을 100으로 두고 이보다 높을 시 경기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지수다. 패션업계의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백화점 시장에서도 패션 카테고리의 실적은 부진하다. 롯데·신세계백화점의 하반기 패션 매출은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 소폭 성장을 기록한 현대백화점에서도 성장률은 상반기 대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반기 들어 주요 백화점에서 패션 카테고리의 매출은 부진하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게다가 글로벌 공급망도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전세계에 확산하면서 베트남·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공장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또 베트남 호찌민항이 봉쇄되는 등 물류도 위기다. 동남아시아는 국내 패션 기업의 생산 허브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다양한 신제품을 투입해 소비자 이목을 집중시켜야 하지만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며 업계가 전반적으로 실적 회복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하반기에는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백신 접종 활성화 등에도 불구 대체적으로 상반기만큼의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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