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는 국내 SPA 시장의 '대표 주자'였습니다. 시장 1위에서 내려온 적이 없죠. 스파오·탑텐 등 경쟁사를 압도했습니다. 2014년에는 매출 1조원 고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다수의 고가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그것도 마진이 낮은 '가성비 상품'만 팔아서 말이죠. 유니클로의 옷이 얼마나 많이 팔렸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유니클로의 아성은 2년 전부터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때문입니다. 2019년 유니클로의 매출은 9749억원으로 전년 대비 3000억원 이상 줄어듭니다. 2020년 매출은 5746억원으로 전성기 대비 반토막이 났죠. 그 사이 경쟁사들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탑텐은 지난해 4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위 자리를 굳힙니다. 3위 스파오 역시 견실하게 성장 중입니다.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습니다.
이에 유니클로는 사업 재편에 나섭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온라인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유니클로는 한때 190개에 달했던 매장을 현재 133개까지 줄였습니다. 올해는 '명동중앙점'과 1호점인 '잠실점'까지 철수했습니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입니다. 플러스제이(+J) 등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한정판을 선보인데 이어 일본 고가 브랜드 '화이트 마운티니어링'과도 협업했습니다.
이런 전략의 목표는 '수익성 제고'입니다. 유니클로가 폐점한 점포 상당수는 임대료 부담이 큰 서울의 '대규모 단독 점포'입니다. 반면 쇼핑몰 등에 위치한 점포는 최대한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광명 롯데몰, 안성 스타필드에는 신규 점포를 냈습니다. 일정 수준 고객 접점을 유지하면서도 고정비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판매는 상대적으로 불매운동의 영향을 덜 받는 온라인에서 활성화시키겠다는 거죠.
유니클로의 이런 전략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유니클로의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해 사업 실적 보고에서 한국 유니클로의 실적이 나아졌다고 발표했습니다.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흑자를 냈다고 밝혔습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앞으로도 한국 유니클로 사업을 온라인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더욱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이고, 재고 관리 등에서 효율성을 높여 흑자 구조를 완성하겠다는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온라인 전환'이 유니클로를 부활시킬 수 있을까요. 업계에서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패션 시장에서 온라인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SPA는 예외적 요소가 많다는 것이 업계의 생각입니다. 먼저 SPA에는 '충성 고객'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고객이 매장에 들렀다가 눈에 띄는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최대한 많은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곧 경쟁력입니다.
고객의 구매 패턴은 SPA의 운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다양한 제품으로 수요가 분산되면서 나타나는 여러 불만사항들은 데이터화됩니다. SPA는 이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한 회사가 기획·생산·유통을 담당하는 만큼 이런 수요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습니다. 열·냉감내의, 신축성 바지 등 SPA 브랜드들의 '베스트셀러'들이 탄생한 배경이죠. 이는 특정 상품을 정해 두고 구매하는 온라인에서는 얻기 어려운 성과입니다.
따라서 SPA는 온·오프라인의 '옴니채널화'를 시도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탑텐이 대표적입니다. 탑텐은 최근 2년간 오프라인 점포를 200개 가까이 늘렸습니다. 사업 규모가 커지며 언더웨어 등 타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죠.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온라인과 시너지도 내고 있습니다. 올해 탑텐몰의 매출은 전년 대비 70% 이상 늘었습니다. 월간 활성 사용자(MAU)도 30만명 선으로 패션앱 10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니클로는 온라인에서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무신사·지그재그·W컨셉 등 국내 주요 패션 플랫폼은 최근 다양한 브랜드를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탑텐도 온라인몰에서는 지오지아·폴햄 등 자사 브랜드를 함께 판매합니다. 다양한 니즈를 가진 고객을 더 많이 유인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반면 유니클로의 온라인몰에는 오직 유니클로 제품뿐입니다. 이 구조로는 온라인 시장에서 영향력을 끌어올리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유니클로의 변신은 당장의 적자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입니다. 물론 유니클로는 아직 SPA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품질면에서도 경쟁사보다 좀 더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이런 이유로 유니클로를 애용하는 소비자도 많습니다. 더불어 '글로벌 기업'인 만큼 고급 브랜드와의 콜라보 작업 등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단발적인 성과는 꾸준히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온라인 집중'은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다음달부터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됩니다. SPA는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겁니다. 주요 거점에서 매장을 철수시킨 유니클로가 이에 적절한 대응할 수 있을 지가 관건입니다. 자칫하다가는 남은 무기가 뚜렷한 차별점이 없는 온라인몰뿐인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유니클로가 너무 성급하게 움직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유니클로는 현재 새로운 출발점에 섰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전략으로 매출은 다소 적지만 견실한 사업 구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시선이 좀 더 많습니다. 10년 후 한국에서 유니클로는 어떤 이미지일까요. 패션 플랫폼 중 한 곳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 다른 일본 기업의 철수 사례로 남게 될까요.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