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홍대에서 '혈전'을 벌이고 있다. 스파오·H&M 매장이 운영중인 상권에 탑텐·무신사 스탠다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공략을 위한 포석으로 보고있다. 후발 주자인 SPA가 주요 상권에서의 경쟁을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라는 설명이다.
SPA '홍대 대전'
홍대가 SPA의 새로운 경쟁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신성통상 '탑텐'은 최근 홍대에 도심형 복합매장을 오픈했다. 이 매장은 성인에서 키즈까지 전 라인업을 폭넓게 구성한 '메가숍'으로 기획됐다. 탑텐의 코어 아이템인 냉감의류 쿨에어를 비롯해 애슬레저룩, 캐시미어 등 다양한 전문 매대가 마련됐다.
앞서 무신사는 지난 5월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홍대에 열었다. 당초 무신사는 문화공간을 표방한 '무신사 테라스'를 통해 온라인의 일부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판매했다. 하지만 정식 오프라인 매장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신사는 홍대 매장에 온·오프라인 통합(O2O) 콘텐츠 등 차별화 요소를 지속 도입해 나갈 계획이다.
홍대는 '스파오(SPAO)', 'H&M', '자주(JAJU)' 등 SPA 브랜드들이 이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새로운 매장을 내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특히 SPA 브랜드들은 주로 중·저가 제품을 다룬다. 대체재가 많은 많큼 충성 고객 확보가 쉽지 않다. 이는 곧 홍대라는 상권에서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SPA 시장은 현재 침체 상태다. 지난해 주요 SPA 브랜드의 매출 총계는 1조9069억원 수준이었다. 전년 대비 17.7% 줄었다. 탑텐·스파오가 각각 28.7%, 3.1%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지만 나머지 브랜드의 매출은 모두 감소했다. 특히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을 받은 유니클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1% 줄어든 6298억원이었다.
그나마 매출이 증가한 탑텐과 스파오의 경우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탓에 유니클로가 잃은 부분을 가져온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만큼 현재 SPA 시장이 침체돼있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탑텐과 무신사는 치열한 경쟁 상권에 출점을 감행했다. 업계에서 탑텐과 무신사의 선택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미래는 온라인에 있다
업계에서는 SPA 브랜드들이 온라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출혈 경쟁도 불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SPA의 주력 시장인 중·저가 패션 시장의 온라인 쏠림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SPA 브랜드는 온라인 시장 인지도 측면에서 명백한 후발 주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 상권에서의 경쟁을 통해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판매 거래액 중 동대문 패션 중심의 중·저가 논브랜드 패션 상품 거래액은 1조500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동대문 기반의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이블리·브랜디 등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2배 가량 성장했다. 플랫폼의 강점을 활용해 셀러를 끌어들이고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한 결과다.
반면 SPA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시장에 집중해야 했다. 유니클로·자라 등 해외 SPA 브랜드의 시장 내 영향력은 컸다. 살아남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각자 온라인몰을 운영하기는 했지만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취급하는 상품군도 경쟁 플랫폼에 비해 적었다. 가격 경쟁력도 낮았다. 사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만큼 온라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기도 어려웠다.
상황을 바꾼 것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었다. 유니클로가 명동 등 주요 거점에서 매장을 철수시키며 시장에 '틈'이 생겼다. 탑텐·스파오는 애국 마케팅에 집중해 이 자리를 채우면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 적절한 매장 구조조정 및 출점 전략으로 고객 접점을 높이면서 인지도도 높였다.
인지도 상승은 온라인 사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탑텐의 '탑텐몰'은 올해 150만명의 누적 회원 수를 달성했다. 앱 설치 횟수도 75만건을 기록하며 인지도 상승 효과를 누렸다. 그 결과 매출이 전년 대비 120% 오르는 등 사업에 탄력을 받고 있다. 대형 상권에 매장을 낸다면 그 자체로 이슈가 된다. 이를 통해 인지도를 더욱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 나아가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토종 SPA가 온라인 시장에서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PA는 제조·마케팅·유통 전 과정을 제조사가 담당한다. 물류 시스템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이를 활용해 마진을 최소화한 '박리다매'가 가능하다. 온라인 중·저가 패션 시장의 핵심 경쟁력인 '가성비'를 이미 갖추고 있는 셈이다. 시장 내에서 존재감만 키울 수 있다면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주요 상권에 대형 매장을 지어 이슈를 불러오는 것은 매장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인지도 제고 측면에서 효율적인 전략"이라며 "만일 매장 사업까지 잘 된다면 온·오프라인 시너지까지 낼 수 있는 최적의 카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