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값 인상을 두고 정부와 낙농가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원유(原乳) 가격 인상이 현실화하자 "현재의 원유 가격 결정 체계가 합리적이지 않다"며 제도 개편을 추진키로 했다. 반면 낙농가는 "시장의 우윳값 인상은 원유가격 문제가 아니라 지나친 유통 마진 때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연말까지 새로운 체계를 내놓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낙농가와의 갈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원유가격 연동제' 뜯어고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말 '낙농산업 발전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했다. 정부는 발전위원회를 통해 국산 원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현재 적용하고 있는 '원유가격 연동제'를 현실에 맞게 뜯어고치겠다는 생각이다. 발전위원회는 관계부처와 원유 생산자, 수요자, 학계, 소비자 등이 참여한다.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과 축산정책국장이 총괄하는 제도 개선 실무 추진단도 함께 운영한다.
현재 국내 원유 가격은 정부와 소비자, 낙농업계 등이 참여하는 낙농진흥회에서 결정한다. 지난 2013년에 도입한 '원유가격 연동제'를 적용한다. 낙농가의 생산비와 소비자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해 가격을 정한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지난 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 원유 수급 안정과 낙농가 지원을 위해 도입했다. 낙농가가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정부는 이 방식이 국내 낙농가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라고 보고있다. 낙농가를 지나치게 보호해주는 방식이라는 생각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지난해 26.3㎏으로 지난 1999년 24.6㎏을 기록한 이후 가장 적었다. 하지만 낙농진흥회는 원유가격을 지난달부터 리터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올렸다.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내려가야 함에도 되레 올라갔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원유가격이 소비패턴·수요감소 등과 관계없이 지속해서 인상되는 구조"라며 "더 싼 가격으로 원유를 생산하면 보상받을 수 있는 아무런 유인이 없는 불합리한 가격 결정 체계"라고 지적했다.
낙농업계 반발 "대기업 유통 마진이 문제"
반면 낙농업계는 시중 우유 가격이 인상이 원유 가격 인상 때문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 가격 결정 체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원유 가격 인상으로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 과도한 대기업의 유통 마진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년간 원유 가격은 리터당 454원 상승한 반면, 시중 우윳값은 1228원 올랐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원유 가격이 오른 것보다 유통 업체들의 마진이 늘어난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발족한 낙농산업발전 위원회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협회는 "농식품부는 편향적인 언론 플레이를 통해 국산 우유와 낙농산업에 대한 대소비자 이미지 실추를 초래하는 한편, 추진 과정에서 낙농육우협회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에도 원유 가격 결정 제도를 손보려다 실패한 바 있다. 정부는 낙농진흥회를 통해 제도를 개편하려 했던 게 실패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낙농진흥회는 15명의 이사 가운데 7명이 생산자 측이어서 이사회를 열기조차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발전위원회를 발족한 이유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원유 가격 결정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런만큼 낙농가와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원유 가격 체계에서는 시장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국내 낙농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최근 유제품 수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내부가 아닌 외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