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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면 키우는 농심…관망하는 오뚜기

  • 2022.12.20(화) 07:50

건면 시장 성장...농심 올해 1000억 전망
라면업 1·2위 엇갈린 건면 전략...승자는?

건면 열풍을 불러 온 농심의 신라면 건면./사진제공=농심

라면업계가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 시장을 두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농심과 삼양식품, 하림 등은 칼로리가 낮은 건면이 건강을 중요시하는 트렌드와 맞물려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오뚜기와 팔도는 건면 시장에 섣불리 나서지 않고 기름에 튀긴 유탕면에 집중하고 있다. 건면 생산 라인 구축에 대한 투자 부담에서다. 반짝 인기에 그쳤던 2000년대 처럼 건면의 지속가능한 성장성에도 물음표를 붙이고 있다.

기름기 쫙 빼니 팔리네

농심에 따르면 농심의 올해 10월까지 건면 매출은 전년 대비 40% 늘어난 780억원에 달했다. 연말까지 누적 매출은 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농심의 건면 매출 성장을 이끈 건 신라면 건면이다. 신라면 건면은 올해 1~10월 155억원어치 팔렸다. 지난 8월 출시한 신제품 건면 '라면왕 김통깨'도 2달여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엔 파스타 라면 '파스타랑'도 선보이면서 건면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2019년 불닭볶음면 건면을 통해 건면 시장을 가늠했던 삼양식품은 최근 프리미엄 건면 브랜드 '쿠티크'를 론칭하고 첫 제품으로 '쿠티크 에센셜짜장'을 출시했다. 면을 스팀으로 쪄서 고온으로 말리는 다른 건면과 달리 물에 삶아 장시간 저온으로 건조하는 삶은 건면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자연은 맛있다'로 꾸준히 건면 라면을 선보여 왔던 풀무원은 2020년 '자연은 맛있다 정백홍' 3종을 선보여 꾸준히 건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라면 시장에 진출한 하림이 선보인 '더미식 장인라면'도 건면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건면의 인기 비결은 '부담없이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건면은 튀기는 과정에서 면이 기름을 흡수한 유탕면에 비해 칼로리가 낮다. 실제 신라면 건면의 칼로리는 350㎉로, 일반 신라면(500㎉) 대비 30% 낮다. 다른 건면류도 대체로 칼로리가 유탕면을 쓴 라면보다 낮은 편이다. 건강을 중요시하는 최근의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오뚜기·팔도 "글쎄…"

건면이 성장하고 있지만 업계 2위 오뚜기와 4위 팔도는 아직 건면 시장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오뚜기의 경우 잡채를 라면 형식으로 만든 '옛날 잡채', 컵누들 등 당면으로 만든 건면 제품만 일부 내놓고 있을 뿐이다. 기존 유탕면을 건면으로 내놓거나 신제품 건면을 선보이지는 않고 있다. 팔도 역시 건면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 없다.

아직 건면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전체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건면은 면 생산 라인을 아예 따로 만들어야 해 부담도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국내 건면 시장은 1500억원 규모로, 2조원 초반인 전체 라면 시장의 6% 남짓에 불과하다. 

건면이 라면 외 다른 면 시장에서 이미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어 라면 시장에서 세력을 확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건면을 먹고 싶다면 잔치국수·파스타·당면 등 대안이 많이 있어 굳이 라면에서까지 건면을 찾는 소비자는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탕면의 맛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가격이나 맛 등에서 특별히 메리트가 없는 건면을 선호할 지 모르겠다"며 "칼로리가 낮다는 장점은 있지만 나트륨·탄수화물 등 다른 영양 성분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엔 다를까

건면 열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농심은 신라면이 출시되기도 한참 전인 1977년 첫 건면 제품 '길면'을 내놨다. 1984년에는 이름 그대로 건면을 사용한 '건면'을, 1990년에는 쌀을 넣은 건면 '쌀탕면'을 출시하며 꾸준히 건면 시장을 두드렸다.

2000년대 말 '웰빙 열풍'이 불면서 건면이 반짝 인기를 얻기도 했다. 당시 농심은 '건면세대'를 선보였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단종됐다. 국물 맛이 연한 편인 국수류에서는 건면이 잘 어울렸지만 맵고 짠 국물이 대부분인 라면에는 건면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인기는 이전의 '반짝 인기'와는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신라면 건면부터는 튀기지 않은 면 때문에 기름기가 부족한 단점을 추가 유성스프로 보완, 일반 라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저칼로리 제품이나 건강식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늘어나면서 건면에 대한 인기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양한 라면제조사들이 건면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면 제품이 증가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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