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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다고 샀는데 비계만"…반값 마케팅의 '함정'

  • 2023.03.15(수) 07:20

가성비 소비 저격한 '반값 마케팅'
'비계 삼겹살' 저품질·미끼성 눈총

유통업계가 일제히 '반값' 마케팅을 꺼내들고 있다. 극심한 고물가에 한 푼이라도 지출을 줄이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는 반값 육류, 생필품 등을 내걸었고, 편의점에서는 4000원대 반값 도시락이 불티다. 일종의 가성비 심리를 노린 판매 전략이다. 집객과 거래액을 늘릴 수 있다. 다만 낮은 품질과 미끼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소비자의 눈총을 받고 있다. 

반값이요! 반값!

15일 업계에 따르면, 반값 마케팅이 가장 치열한 곳은 대형마트다. 한우 삼겹살 등 육류를 평소 절반 가격으로 내놓으며 이목을 끌었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한우데이, 삼겹살데이를 이용해 대대적인 반값 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앞으로 한우 등 반값 할인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사전 계약 등을 통해 가격을 낮췄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GS25 도시락을 검토 중인 배우 김혜자씨. /GS리테일 제공

편의점 업계도 반값 열풍이다. GS25는 최근 ‘김혜자 도시락’을 재출시했다. 4500원으로 일반 도시락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혜자 도시락'은 편의점 일반 상품(담배 등 제외) 3500여종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마트24는 아예 반찬 6개로 구성한 정찬 도시락을 3900원에 선보였다. 이외에도 업계는 1+1 행사를 통해 세제 샴푸 바디워시 등 생필품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커머스 업계도 반값을 내세우긴 마찬가지다. 쿠팡은 지난주 '스니커즈 할인식' 행사를 열고 최대 80% 할인가를 선보였다. 비슷한 시기 티몬과 위메프도 각각 '몬스터메가세일', '3월 위메프데이'를 열고 대대적인 특가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사실상 이커머스는 연중 할인 행사가 이어진다. 계절이 바뀌거나 이벤트가 있는 날 쿠폰 등을 대량 발급해 '반값'을 내세우는 식이다.

얼어붙은 지갑

반값은 업계의 오랜 마케팅 기법 중 하나다. 불황과 경기침체가 이어질 때마다 등장했다. 현재 내수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고물가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닫고 있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푸념이 나온다. 점심 값이 만원을 넘어서면서 점심값 급등을 의미하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2022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실제로 현재 소비심리는 팬데믹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민간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03.9로 2020년 12월(101.0) 이후 가장 낮았다. 이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 역시 90.2로 전월 대비 0.5포인트(p)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6월 96.7을 기록 후 현재까지 100을 밑돌고 있다. 

반값 상품은 마진이 제로에 가깝다. 앞서 등장한 반값 한우 삼겹살 등이 대표적 예다. 그럼에도 유통업계가 반값 상품을 내놓는 이유는 집객 때문이다. 볼황 속에서 어떻게든 소비자를 판매 채널로 이끌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다.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각 업태마다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한몫했다. 내수도 줄고 있다. 반값 마케팅은 업계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반값의 '함정' 

물론 반값 마케팅에는 함정이 있다. 낮은 품질과 과도한 미끼성이 입방아에 오른다. 최근에는 삼겹살 데이에 판매됐던 '반값 삼겹살'이 세간의 질타를 받았다. 대형마트나 온라인몰에서 산 삼겹살에 비계가 잔뜩 낀 제품이 많았다는 소비자 불만이 잇따랐다. 업계에서는 박리다매의 부작용으로 본다. 낮은 가격에 많은 제품을 팔다보니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반값 한우도 논란이 일었다. 물량이 많지 않아서 매장에서 허탕을 치는 소비자가 대다수였다. 일부 상품만 50%대로 할인해 놓고 나머지는 2~3%의 낮은 할인율로 파는 곳도 있었다. 반값 도시락도 사실은 미끼성 상품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편의점에 가서 도시락만 사지 않는다. 담배나 스낵 음료 등 상품을 부수적으로 구매하기 마련이다. 반값 도시락에 담긴 '노림수'다.

이커머스도 마찬가지다. 반값 등 상품을 통해 소비자의 회원가입을 유도하고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해당 업체의 고유 결제시스템 사용까지 노릴 수 있다. 반값은 사이트 트래픽과 결제액을 단번에 올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얘기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물가로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젠 반값 마케팅이 일상으로 자리잡는 추세"라며 "이를 이용한 미끼 상품 등 과도한 상술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극심해 정부 입장에서도 경기부양책을 꺼내기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며 "소비침체가 장기화로 당분간 어려운 경영 환경이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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