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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한국 소주 없나요"…동남아발 '가짜 K소주' 러시

  • 2023.09.22(금) 06:50

대형마트·편의점 소주 매대, 현지 브랜드가 점령
국내 브랜드는 높은 가격·영업력 부족에 밀려
"차별화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강화해야"

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현지 브랜드 과일 소주/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동남아시아에서 과일 소주 열풍을 몰고 온 국내 소주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 현지 대형 주류업체들이 너나할 것 없이 한국식 이름을 달고 비슷한 '미투 소주'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제품은 태극기를 이용해 한국 제품인 것처럼 홍보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이 키운 과일소주 시장

10년 전만 해도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술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나 한국 식당에서 일부 소주 제품을 들여놓는 정도였다. 동남아 관광 시 필수 준비물로 '팩소주'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국내에서 과일 소주 열풍을 몰고 온 롯데칠성의 처음처럼 순하리와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 이후 동남아시아 주류 시장 판도도 크게 바뀌었다. 국내에서는 '반짝 인기'에 그쳤지만 동남아에선 한류에 관심이 많았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스테디셀러가 됐다.

롯데칠성의 처음처럼 순하리/사진제공=롯데칠성

기업들도 동남아시아의 과일소주 사랑에 화답했다. 하이트진로는 기존 자몽에이슬, 청포도에이슬에 이어 수출 전용 제품인 자두에이슬과 딸기에이슬을 내놨고 롯데칠성도 딸기와 블루베리, 요구르트, 애플망고 등 수출 전용 순하리 제품을 출시했다. 

매출도 꾸준히 늘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2016년 이후 동남아시아 시장 소주 수출량은 연평균 20~30%대를 유지했다. 2021년에는 수출액이 2688만 달러(약 36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롯데칠성 순하리 역시 2018년 이후 꾸준히 20~40%대 성장세를 이어갔다. 

K-소주인 줄 알았는데

하지만 최근 들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국산 소주의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현지 주류 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미투 K-소주' 때문이다. 고순도 주정에 과일 시럽을 섞는 과일 소주의 제조 과정이 그다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은 데다 현지 주류 유통망을 쥐고 있는 대형 업체들까지 과일 소주 시장에 뛰어들면서 '원조'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동남아시아에서 판매되는 '미투 K-소주'는 10여 종에 달한다. 이름부터 디자인, 마케팅까지 모두 한국 스타일이다. 한국 사람도 얼핏 보면 분간하기 어렵다.

태국 방콕의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과일소주. 현지 브랜드 제품인 '건배'에 태극기가 붙어 있다./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실제 이달 초 방문한 태국 방콕에서는 건배와 태양, 선물, 추가, 찾을수록 등 현지 과일소주가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주요 매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현지 기업인 만큼 수입산인 국산 과일소주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처음처럼 순하리는 1병에 130바트(약 4800원)인 반면 현지 과일 소주들은 87바트(약 3200원)에 불과했다. 

제품명이 한글인 것은 물론 제품의 맛도 한글로 설명해 놨다. 특히 건배 등 일부 제품은 한국산 제품인 것처럼 착각할 수 있게 매대에 태극기를 붙이고 'Product of Korea'라는 문구를 새겨놓기도 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일소주 수출은 2022년까지 매년 증가 추세였으나 최근 성장은 주춤한 상태"라며 "한국 기업 이외에서도 현지 기업 등의 유사 제품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소주 돌파구는

'가짜 K-소주' 확대의 영향은 이미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롯데칠성의 올해 상반기 동남아 소주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소주 수출을 시작한 이래 첫 역신장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수출량이 20% 넘게 줄었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현지 업체들의 '미투 소주' 범람을 막기는 어렵다고 본다. 현지에서 '수입 주류'로 분류되는 특성상 가격 수준을 맞추기도 어렵다. 세금 문제 때문이다. 결국 차별화된 맛과 브랜드 인지도 강화를 중심으로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3 KCON에 진로 부스를 연 하이트진로/사진제공=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경우 올해 태국 방콕에서 열린 'K콘 2023 타일랜드'의 공식 후원사로 참가해 참이슬 홍보 활동을 펼쳤다.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 '갓세븐'의 멤버 영재가 진로 부스에 직접 방문하는 등 'K-소주=참이슬' 공식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롯데칠성은 신규 시장 공략에 무게를 둔다는 방침이다. 기존 처음처럼, 순하리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연착륙에 성공한 처음처럼 새로, 별빛청하 등을 앞세워 교민과 현지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지 과일소주는 국산 제품과 비교하면 맛이나 향 등에서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높은 품질과 '진짜 한국산'이라는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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