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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참시]"배달만 한다고?"…'배민'사장님페스타의 '빅 픽처'

  • 2023.12.13(수) 15:26

배민, 외식업주 대상 첫 '오프' 행사
컨설팅부터 강연까지…성공사례 공유
'외식업주 플랫폼' 차별화 강화 분석 

참견(參見), 풀이하면 '어떤 자리에 직접 나아가서 보다'입니다. '전진적 참견 시점'은 직접 발로 뛰며 생활 속 유통 현장들을 '참견'하는 르포입니다. 한걸음 더 전진해 생생한 현장과 사람들, 뒷이야기를 취재합니다. 현상 속 숨겨진 '뷰'도 놓치지 않습니다. 한전진 기자의 '전진적 참견 시점', [전참시] 이제 시작합니다. [편집자]

'배민아카데미 베스트클래스'에서 일식집 멘야미코를 운영 중인 신동민 셰프가 방어 손실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방어가 크다 보니 중앙의 뼈가 참 울퉁불퉁해요. 이 뼈를 타고 칼집을 물결 모양으로 내줘야 합니다. 너무 미끄러우면 밑에 종이를 깔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20여 명의 식당 사장들은 신동민 셰프의 칼끝을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날카롭게 방어의 속살을 갈라내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일식집 '멘야미코'를 운영 중인 신 셰프는 "잘 구운 방어 근막은 훌륭한 술안주가 된다"며 "갈빗대를 조림·구이로 내놔도 손님들의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명 셰프의 방어 손질 노하우가 전수된 이곳은 요리 교실이 아니다. 배달의민족(배민)이 개최한 '배민사장님페스타'다. 외식업 종사자·예비 창업자를 위한 정보 공유의 장이라는 것이 배민 측의 설명이다. 셰프들의 식당 음식 비법, 전문가 컨설팅, 트렌드 콘퍼런스 등 콘텐츠가 마련됐다. 행사는 이달 12일부터 13일까지 코엑스에서 진행된다. 
 
장사도 '배워'야지요 

배민이 외식업 종사자를 위해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장은 일찍부터 청년·중장년 등 여러 연령층의 외식업 종사자로 붐볐다. 인기 디저트와 음료를 맛볼 수 있는 '미식연구존'은 금세 사람들이 늘어섰다. 서빙 등 로봇 제품이 시연되는 '배민로봇존'도 마찬가지였다. 배민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약 3000여 명이 몰렸다.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 입점 외식업주를 위한 '배민사장님페스타 2023'에 참석한 참관객들이 다양한 장사 노하우를 관람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배민마스터클래스'와 '배민아카데미 베스트클래스'였다. 배민마스터 클래스는 배민 실무자들이 배민앱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배달팁 설정 방법, 고객 리뷰 관리, 효율적 광고법 등이 소개됐다. 베스트클래스에서는 앞서 신 셰프처럼 외식업 전문가들의 노하우가 전수됐다. 최근 입소문을 타는 카페 '마이보틀'을 운영하는 정준희 사장 등이 나서 가게 리브랜딩법에 대해 설명했다.

백미는 외식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할 수 있는 '배민외식업콘퍼런스'다. 이날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2024년 외식업트렌드' 강연을 진행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배민이 공동 연구한 7가지 키워드로 △식사격차 △식(食)별력 △푸드게이지 △이슈 푸드 △지구마블 한입여행 △식스틸러 △오너덴티티 등을 제시했다. 

사장님들의 '찐' 반응은

행사에서 만난 '사장님'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외식업은 유독 폐쇄성이 큰 분야다. 경쟁이 치열해 정보가 쉽게 공유되지 않는다. 아직 배달앱의 사용이 어색한 이들도 많다. 지난해 강원도 춘천에서 카페를 창업했다는 A씨는 "특히 지방은 정보의 접근이 제한적"이라며 "과연 배달앱을 잘 쓰고 있는지 궁금해 방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대1 컨설팅 공간에서 전문가 상담을 받고 있는 한 참관객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1대1 컨설팅 공간도 참관객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이곳에서는 노무, 세무, 법률, 창업, 배민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서 상담을 진행한다. 은행 창구처럼 번호표를 뽑으면 1대1 상담을 받는 방식이다. 아르바이트생과의 근로계약, 신규 창업 아이템 등 현실적인 고민이 오갔다. 최근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는 예비 창업자 B씨는 "퇴직 후 식당 운영을 고민 중"이라면서 "여러 사례들을 토대로 상담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밝혔다. 

물론 배민에 쓴소리를 하는 점주도 있었다. 최근 배달 수수료 증가 등으로 가게 부담이 커진 탓이다. 된장찌개 전문점을 운영하는 C씨는 "클릭광고 등 마케팅 경쟁은 더 심해지는데 배민1 수수료까지 올라 어려움이 크다"며 "행사 취지는 좋지만 정말 외식업주를 위한다면 이런 부분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외식업주 플랫폼' 포석 

배민은 배민사장님페스타 등 오프라인 행사를 지속해서 여는 것을 고려 중이다. 소비자뿐 아니라 외식업 점주들도 배민의 중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특히 엔데믹으로 배달앱들은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재 배달앱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식당을 입점시키고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다. 외식업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다. 

배민은 향후 배달앱을 넘어서 외식업주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실제로 배민은 현재 온라인에서 '배민외식업광장', '배민아카데미' 등 외식업 포털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식당 창업, SNS 마케팅, 운영 컨설팅 등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외식업의 창업과 운영을 좀 더 수월하게 해 시장 파이를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최근 각광 받는 산업이기도 하다. 백종원 더본 코리아의 '창업컨설팅'이 대표적인 사례다.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 입점 외식업주를 위한 '배민사장님페스타 2023'에 참석한 참관객들이 다양한 장사 노하우를 관람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런 외식업 포털은 배민의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다. 경쟁 배달앱인 쿠팡이츠, 요기요와 비교해 더 체계적이고 고도화돼있다. 배민에 따르면 배민외식업광장은 현재 월 평균 500개 이상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데일리 외식업 뉴스, 장사 노하우, 전문가 Q&A 등이 활발하게 운영된다. 월평균 70만명 이상이 콘텐츠를 소비 중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정보 교류 등에 대한 사장님들의 수요가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며 "앞으로도 관련 행사 개최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배민만이 할 수 있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외식업주의 성장을 지원하고 도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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