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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셀러 '자릿세' 도입…M&A 대비 포석일까

  • 2024.01.04(목) 16:04

2월부터 셀러 '서버 이용료' 7.7만원 부과
수익성 강화 포석…'강제 매각' 영향 분석도 

11번가가 판매자 '서버 이용료'제도를 도입한다. 창사 이래 처음이다. 서버 이용료는 플랫폼이 서버 환경을 조성한 것에 대한 수수료다. 쉽게 말해 '자릿세'를 부과하겠다는 이야기다. 목적은 수익성 개선이다. 현재 11번가는 모회사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로 강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11번가의 이런 움직임은 수익성을 높여 향후 M&A 시장에서 몸값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11번가도 '서버 이용료' 생긴다

11번가는 지난달 28일 오픈마켓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다음달 1일부터 판매수수료와는 별도로 서버 이용료 정책을 도입한다고 공지했다. 공지에 따르면 11번가는 월 500만원 이상 판매자를 대상으로 매달 서버 이용료 7만7000원을 받는다. 적용되는 거래액은 이달 1일부터 31일까지 구매가 확정된 금액으로, 다음달부터 이용료가 부과된다.

11번가 실적 / 그래픽=비즈워치

이 같은 서버 이용료 도입은 수익성 개선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재 11번가는 3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2020년 98억원이던 영업손실이 지난 2022년 1515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 규모 역시 910억원에 달한다. 향후 SK스퀘어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자체적으로 수익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조급해진 11번가

11번가의 사업 구조는 크게 오픈마켓 사업과 직매입 사업으로 나뉜다. 오픈마켓 사업은 11번가에 입점한 판매자의 상품을 중개하는 사업이다. 11번가 거래액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11번가는 네이버, 쿠팡에 이은 국내 오픈마켓 3위 사업자다. 따라서 판매자들에게 월 요금을 부과하면 상당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 이용료는 11번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쿠팡, 위메프, 티몬은 '소셜 커머스' 시절부터 서버 이용료를 부과해 왔다. 현재 쿠팡은 월 100만원 이상 판매자에게 5만5000원을 부과하고 있다. 싱가포르 이커머스 큐텐에 인수된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커머스는 지난해 6월 서버 이용료 적용 구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사실상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2022년 국내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 / 그래픽=비즈워치

대표적으로 티몬은 기존에 매출 20만원 이상 판매자에게 일괄적으로 9만9000원을 부과했다. 변경 후에는 20만원 미만은 무료, 20만~2000만원까지는 9만9000원, 2000만~1억원은 99만원, 1억~5억원은 299만원, 5억원 이상은 499만원 등으로 로 바뀌었다. 월 매출 5억원 이상의 판매자는 이용료가 약 50배 가량 인상됐다. 큐텐그룹 역시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만큼 서버 이용료를 인상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문제는 이런 수수료 정책은 판매자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만이 커질 경우 판매자들은 다른 플랫폼으로 판매처를 옮길 수 있다. 오픈마켓의 힘은 많은 판매자에서 나온다. 그동안 11번가가 많은 판매자들을 유입시킬 수 있었던 것 서버 이용료 등 제도가 없었던 이유도 컸다. 하지만 11번가는 이런 강점을 포기하면서까지 수익성 강화에 나섰다. 그만큼 실적 개선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강제 매각' 영향 관측도

일각에서는 현재 11번가가 처해있는 강제 매각 상황이 서버 이용료 부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앞서 11번가는 지난해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국민연금·새마을금고·사모펀드 등으로 구성된 재무적 투자자(FI)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하지만 기한을 지키지 못했고 이후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강제 매각 수순에 놓였다. 

FI들이 돈을 회수하기 위해선 하루빨리 매수자를 찾아야 한다. 앞서 SK스퀘어는 큐텐을 대상으로 11번가 매각을 시도했다. 하지만 낮은 지분 가치 책정 등 양측의 의견차이로 협상이 중단됐다. 그런만큼 향후 다른 인수자에게 더 높은 몸값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이 필수다. 서버 이용료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1번가는 지난해 11월 창사 이래 첫 희망 퇴직을 진행하기도 했다.

물론 매각과 별개로 흑자전환은 11번가의 주요 과제이기도 하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지난해 7월 타운홀 미팅에서 "수익성에 기반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2025년 흑자 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플랫폼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직매입 기반의 익일 배송 '슈팅배송', 명품 전문몰인 '우아럭스' 등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서버 이용료 도입은) 판매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며 "대신 서버 이용료 대상 판매자에게 다음달 유료서비스로 선보일 예정인 'AI셀링코치 스탠다드' 등 상품이 무료로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매자들의 매출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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