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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업계 숨은 강자 '대학우유', 탄생의 비밀

  • 2024.03.24(일) 13:00

[생활의 발견]자체 상품 만드는 대학들
학생 실습과 연계해 사업 본격화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유명 대학교의 마크를 달고 나오는 우유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우유들을 볼 때면 어렸을 적 들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서울우유를 마시면 서울대에 간다"든가 "연세우유를 마시면 연세대에 간다" 하는 이야기였죠. 더 나아가 "서울대에는 우유배달학과가 있다"는 농담도 있었습니다. 물론 전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요. 그럼 이런 우유들은 정말 대학교와 관련이 있는 걸까요? 관련이 있다면, 학교가 왜 우유를 파는 걸까요?

외국 도움 받은 연세대

캠퍼스 우유 중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연세우유'일 겁니다. 연세우유를 생산하는 곳은 연세대학교가 운영하는 비영리·사회공헌 기업 연세유업입니다. 연세유업의 역사는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미국의 헤퍼프로젝트(Heifer Project, 현 헤퍼인터내셔널)의 지원금으로 젖소 10두를 기증 받은 것이 사업의 시초입니다.

당시 연세대는 서울 연희동에 약 1만4000평의 목초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 목초지는 연세대 박병호 박사가 낙농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꿈을 갖고 미국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1958년부터 조성한 곳이었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였기 때문에 국가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꿈이 있었을 겁니다.

연세대가 연희동 목초지에 조성했던 목장의 모습 / 사진=연세유업 홈페이지 캡처

연세대가 목초지를 일군 후 본격적으로 낙농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젖소가 필요했는데요. 수년간 여러 곳에 도움을 요청한 끝에 연세대는 헤퍼프로젝트로부터 젖소 10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헤퍼프로젝트는 빈곤 국가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1944년 설립된 국제개발 비영리기관입니다.

연세대는 1967년 부설 농업개발원을 만들었고, 이곳 학생들이 실습할 우유시설이 갖춰지면서 처음으로 약간의 우유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1972년는 연세우유 상표를 단 우유가 본격적으로 출시됐죠. 1962년 한 곳이었던 연세유업의 목장 수는 현재 100여 곳에 달합니다.

학교 실습으로 사업 시작

건국대학교의 건국유업이 만드는 '건국우유'도 있습니다. 건국유업이 설립된 것은 건국대가 우리나라 최초로 축산대학을 설립했기 때문입니다. 건국대는 1954년 축산대학(현 상허생명과학대학)을 설립하고 1964년 9월 작은 우유실습장을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여기에서 실습을 하며 만든 우유를 주변의 동네에 배달한 것이 건국우유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수익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출연하고 있다고 하네요.

우유는 아니지만, '삼육두유' 역시 삼육대학교의 삼육식품에서 만드는 대표적인 대학 상품입니다. 1970년대 삼육대 실업부는 다른 대학식품들처럼 삼육우유 등 유제품을 생산했는데요. 당시 실업부에 생산 시설이 미비했기 때문에, 본격적인 식품회사로 성장할 필요성을 느겼습니다.

/사진=건국우유몰 홈페이지 캡처

이에 삼육대는 1974년 농산물 가공 기계를 설치하고 1979년 천안에 1공장을 설립했습니다. 1975년에는 '맛두유'라는 두유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1982년 삼육식품을 창립했고, 지금까지 이 회사는 두유를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삼육대 캠퍼스 안의 편의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삼육두유 제품도 있다고 하네요.

아쉽게도(?) 서울우유는 서울대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다만 서울대도 두유 회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약콩두유'로 유명한 '밥스누'인데요. 밥스누는 서울대학교 식품생명공학전공 교수인 이기원 대표가 2012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서울대 연구실에서 창업을 한 셈이죠. 학계의 연구 개발을 산업에 접목시키는 '산학연'의 한 예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밥스누의 최대주주는 서울대학교 홀딩스와 서울대학교기술지주입니다.

대학 상품의 영토 확장

대학상품의 영역은 더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우유를 소비하는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시장의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국대는 우유 외에 '건국햄'이라는 회사도 운영 중입니다. 건국유업과 마찬가지로 1966년 축산대에서 출발한 곳입니다. 2006년에는 교내 카페를 오픈해 국내 학교법인 최초로 외식사업 브랜드도 내놨습니다. 최근에는 건강식품사업도 벌이고 있습니다.

연세대도 2020년 건강기능식품 전문 브랜드 '세브란스케어'를 선보였고요. 2022년에는 식물성 음료를 내놓고 대체유 시장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CU의 '연세우유 크림빵'도 연세유업이 참여한 주요 제품 중 하나입니다.

/사진=BGF리테일

최근에는 고려대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에서 만든 빵 브랜드 '고대빵'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2016년 고려대 대학사업단 대학사업팀으로 편제가 조정되며 본격적인 식품사업에 돌입했습니다. 판매수익금은 교육 및 장학사업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동안은 학내 베이커리와 케이터링 사업 위주였는데 최근 CU와 협업해 편의점 판매도 시작했습니다.

이런 대학 사업들은 대부분 학교법인에서 운영하다보니 큰 이윤보다 장학금, 교육 등 사회적 책임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상품을 먹는다고 그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사먹은 빵이 미래의 인재 양성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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