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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하이트진로 이끈 진짜 힘은 '영업'

  • 2024.06.02(일) 12:30

주류시장 1위 비결은 탄탄한 영업 인프라
특판영업·현장 품질관리 등 최초로 시도

지역 상권과 해수욕장에서 쓰레기를 줍는 사람. 생일 축하 파티를 열어주고 기업의 송년회와 신년회 때로는 야유회에도 참가하는 사람. 번화가에서 인형탈을 쓰고 손을 흔드는 사람. 무더운 날 식당에 커피를 사들고 찾아가고 가끔은 점포 앞에서 함께 마늘을 까며 재료 손질을 돕는 사람 등등.

도무지 공통점이라고는 없어보이는 이 모든 일을 하는 사람은 바로 하이트진로의 영업사원들이다. 이들은 '영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는 생각 아래 전국 방방곡곡의 사람들을 만나며, 하이트진로의 100년 역사를 받쳐온 핵심 축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00년간 국내 주류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거래처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양한 영업 전략을 시도해왔다. 때로는 1등을 내주기도 하고, 때로는 규제의 벽에 가로막히면서도 하이트진로는 탄탄한 영업 조직을 기반으로 신제품의 성공을 이어왔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29일 열린 100주년 기념 미디어 행사에서 이같은 10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김현진 하이트진로 영업담당 상무는 "영업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해야 한다면 '경쟁'이라고 생각한다"며 "치열한 접점에서 서로 경쟁을 하고 결과를 이루어내는 것이 영업"이라고 말했다.

1위 주류기업 되기까지

하이트진로는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국내 상장사 9곳 중 유일한 주류전문기업이다. 1924년 설립된 평안남도 용강의 진천양조상회와 1933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맥주회사 '조선맥주 주식회사'가 2005년 합병하며 출범했다.

진천양조상회는 1924년 국내 최초로 유리병을 생산해 소주를 병입한 '진로 소주'를 선보였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가 1954년 서울 신길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진로를 대표하는 동물은 '원숭이'였다. 이후 복을 가져다주고 의리를 지킨다는 이미지의 '두꺼비'로 심볼을 변경했다. 1966년에는 사명을 '진로주조'로 변경했다.

조선맥주는 1952년 민간기업으로 전환했고 1998년 사명을 '하이트맥주'로 변경했다.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하면서 국내 최대 종합주류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진천양조상회와 조선맥주 로고. /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1990년대 맥주와 소주 시장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1993년 선보인 '하이트'는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을 상승시킨 공신이다. 당시 경쟁사에 밀려 만년 맥주시장 2위였던 하이트진로는 하이트의 인기에 힘입어 1996년 국내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했다.

1998년에는 초록색 병에 담은 23도의 '참이슬'을 선보였다. 참이슬은 당시 25도 소주가 9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국내 소주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1위를 수성했다.

경쟁사의 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두산(현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오비맥주의 '카스' 등 경쟁 제품들의 인기도 높아졌다. 하이트진로는 맥주시장에서 오비맥주에 1위 자리를 내주면서 맥주 사업 매각설이 불거지는 등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지난 2019년 반전을 이뤄냈다. 그 주인공이 바로 '테라'다. 테라는 국내 최초 녹색 맥주병과 '테슬라(테라+참이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공전의 히트를 쳤다. 실제로 테라는 최단 기간 100만 상자 돌파, 최단 기간 1억병을 돌파했다. 테라의 성공 덕에 하이트진로 맥주사업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해 출시된 '진로'도 '뉴트로' 열풍과 순한 소주 트렌드를 이끌며 하이트진로의 소주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최초 또 최초

하이트진로는 현재 국내 주류 시장 점유율 40%가 넘는 1위 주류 기업이다. 국내 주류 시장은 결코 녹록지 않은 시장이다. 제조면허를 가진 제조사만 해도 세계 최대 맥주 기업 AB인베브에 속한 오비맥주, 재계 6위 롯데의 계열사 롯데칠성음료를 포함해 2729개에 달한다. 정부의 규제도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하이트진로가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제품력과 마케팅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영업력'에 있다.

김 상무는 "하이트진로는 많은 신제품을 냈지만 실패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좋은 제품을 만들어 좋은 마케팅을 했고 우리 영업도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업하는 사람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면서 고객을 상대하고 최접점에서 고객과 관계를 갖고 마음을 얻기 위해 최상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류 영업은 크게 도매영업(1차 거래처)와 특판영업(2차 거래처)으로 나뉜다. 국내 소비자는 직접 주류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 대신 식당과 주점,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간접적으로 구매한다. 식당과 주점에 납품하는 도매상과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벤더가 바로 1차 거래처다. 2차 거래처는 식당, 주점 등 일반업소와 대형마트 등 소비자와의 접점을 포함한다.

지난달 29일 하이트진로 미디어 프렌드십 데이에서 김현진 하이트진로 상무가 발표하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하이트진로는 주류업계에서 최초로 '영업'을 시작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기만 하는 영업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한 끈끈한 거래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으로 목표로 한다. 그래서 영업은 주문과 출고, 대금 회수 등뿐만 아니라 거래처와의 파트너십 관리, 소비자 관리 등까지 모두 포함한다. 하이트진로의 영업사원들은 1차 거래처와의 관계를 위해 거래처의 다양한 행사들에 참여한다. 실제로 거래처를 초청해 야유회를 연 것은 1958년의 하이트진로가 최초였다.

2차 거래처를 상대로 한 영업, 즉 특판영업 역시 하이트진로가 최초다. 1990년대 중반 직접 업소에 들어가 포스터를 붙인 것이 시초였다. 현재는 종업원과의 관계 관리를 위해 홍보물 제작, 기념일 챙기기 등 다양한 일도 한다. 소비자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한 시음회, 대학축제와 지역축제 참여 등도 영업의 역할이다. 번화가에서 소주병 형태의 옷을 입은 '병돌이'도 하이트진로가 최초로 도입했다.

영업 현장에서 품질관리도 하이트진로가 최초로 시도한 전략이다. 1995년 하이트 맥주 라벨 온도계 부착, 2006년 오래된 맥주를 신선한 맥주로 교환해주는 '프레시(FRESH)365' 캠페인, 최초의 알루미늄 생맥주통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유망한 프랜차이즈를 선제적으로 발굴, 계약해 동반 성장하는 전략도 취했다. 깐부치킨은 하이트진로가 초기부터 성공 가능성을 알아본 대표적인 브랜드다. 2006년 경기도 용인에서 깐부치킨이 4평 규모의 컨테이너로 첫 매장을 열었을 당시부터 맥주를 공급하며 18년째 동행을 이어오고 있다. '크림 생맥주'로 유명한 부산의 '봉구비어'도 하이트진로가 1호점 당시부터 함께한 곳이다.

앞으로의 100년 준비

하이트진로는 마지막 '퍼즐'이었던 부산 소주시장에서 최근 1위를 달성하면서 국내 영업 면에서 사실상 전 지역을 제패하는 데 성공했다. 부산은 현지 제조사 강세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지역이다. 부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하이트진로의 소주를 마시지만 부산은 유독 부산을 대표하는 소주들이 강세를 보여왔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지역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 부산 월드 엑스포 유치 홍보, 지역 사회공헌 활동, 임직원 집단 판촉활동, 전담조직 운영 등 10년간 꾸준히 소비자 대상 영업을 펼쳤다. 그 결과 하이트진로는 최근 부산 소주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하이트진로 내부 추정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약 6%대였던 하이트진로의 부산 소주시장 점유율은 현재 40% 이상이다.

지난달 29일 하이트진로 미디어 프렌드십 데이에서 정세영 하이트진로 상무가 발표하고 있다. / 사진=하이트진로

남은 과제는 재한 외국인과 해외 시장이다. 서울 대림동, 가리봉동 등 재한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는 아직 현지 주류를 즐겨 마시는 외국인이 다수다. 이 지역에는 중국인, 베트남인, 태국인들이 다수 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이들이 우리 소주를 즐기도록 영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외국인들이 나중에 본국으로 돌아가 하이트진로의 주류를 알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해외의 경우 하이트진로는 그동안 교민과 한국인 관광객을 위주로 제품을 알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현지에서 소주를 즐기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현지화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다.

정세영 하이트진로 홍보담당 상무는 "하이트진로는 '1등 DNA'를 가지고 있다"면서 "수많은 최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위기의 순간들을 넘겨왔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과 품질 향상을 위해 통합연구소 및 증류소를 건립할 계획"이라며 "진심을 다하는 고객 중심의 활동을 더해 다음의 100년을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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