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양식품이 급증하는 수출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세운 밀양 제2공장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삼양식품은 밀양공장에서 연간 15억개 이상의 라면을 생산해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로 수출할 예정이다. 수출 확대를 통해 '불닭'을 더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다.
연간 8억개 더 생산
삼양식품은 지난 10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밀양 제2공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삼양식품은 해외 수출 물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밀양 제2공장의 첫삽을 떴다. 최근 3주간 시험 가동을 마친 후 11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삼양식품은 밀양 제2공장 건설에 총 1838억원을 투자했다.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3만2989㎡(9979평) 규모다. 봉지면 3라인, 용기면 3라인 등 총 6개의 라인에서 연간 8억3000만개의 라면을 생산하게 된다. 밀양 제2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서 삼양식품의 연간 최대 불닭면류 생산량도 기존 20억8000만개(원주·익산·밀양 제1공장)에서 약 28억개로 확대된다.

특히 밀양 제2공장은 '수출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2022년 수출 전용 공장으로 설립된 밀양 제1공장과 같이 생산물량 전체를 수출한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밀양 제1공장과 제2공장을 합치면 총 10개 라인에서 연간 15억8000만개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며 "삼양식품 전체 수출 물량의 약 50%를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용 삼양식품 밀양공장장은 "봉지면의 경우 미국과 EU의 수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주로 생산한다"면서 "기타 아시아 국가 내 초과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불닭볶음면' 생산이 함께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밀양공장 생산이 늘어나면서 삼양식품은 수출 시 물류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삼양식품은 원주, 익산에서 생산된 제품을 인천, 군산, 광양, 진해, 부산 등의 항구로 운송해 수출해왔다. 하지만 밀양공장 생산 물량을 전량을 가까운 진해, 부산에서 수출하게 되면서 내륙운송비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삼양식품은 수출 내륙 운송료가 약 63.7%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양식품표 미래형 공장
삼양식품 밀양 제2공장에는 제1공장보다 진화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이 도입됐다. 김일출 삼양식품 밀양 제2공장 태스크포스(TF) 총괄 제조혁신본부장은 "제2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완전 무인 자동화 공정"이라며 "설비 설계부터 운영까지 사람이 직접 개입하지 않아도 제면부터 유탕, 냉각, 포장, 창고 적재까지 전 공정이 자동화 로봇과 시스템으로 운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삼양식품은 자동화 물류창고를 구축하고 자율주행 물류로봇(AMR)을 도입해 밀양 1~2공장간 물류 연계 프로세스를 최적화 했다. 또 QMS(품질 관리 시스템)와 연동해 전체 공정의 품질 지표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본부장은 "2공장은 설비, 인력, 환경 효율 면에서 삼양식품이 보유한 가장 진보된 공장"이라면서 "스마트팩토리를 넘어, 지속 가능성과 글로벌 스탠다드를 모두 갖춘 미래형 공장"이라고 소개했다. 또 삼양식품은 제2공장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친환경 에너지 사용도 확대했다. 이를 통해 연간 622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삼양식품의 설명이다.
삼양식품은 이 같은 밀양2공장을 생산 기술의 '마더 플랜트(Mother plant)'로 육성하기로 했다. 원주, 익산 등 국내 기존 공장을 포함해 향후 구축될 해외 생산거점에도 밀양 2공장과 같은 생산 기술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코카콜라'처럼
삼양식품이 수출 전용 공장을 확대하는 것은 해외에서 불닭 브랜드의 인기가 치솟으며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삼양식품은 현재 100여 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다. 삼양식품 해외부문은 해외에서의 불닭 인기에 힘입어 매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2016년 900억원 대였던 해외매출은 2020년 3000억원, 2022년 6000억원, 2023년 800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50%를 돌파한 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에는 77%에 달한다.
해외 수출은 급격히 늘고 있는데 생산이 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다. 이에 삼양식품은 당초 밀양 제2공장의 생산 라인 수를 5개로 계획했다가 6개로 늘렸다. 또 중국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자싱시(嘉兴市) 식품산업단지 내에 현지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수출 전용 공장을 확대하면서 불닭 브랜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삼양식품의 목표는 '불닭' 브랜드로 코카콜라의 아성을 따라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불닭 브랜드는 현재 정점에 섰다기보다 궤도에 오른 상황"이라며 "불닭 브랜드를 코카콜라와 같이 세계인이 즐기는 유명 브랜드로 더 키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넥스트 불닭'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맵탱', '탱글'과 같은 신제품을 지속 출시하고 '삼양라면'의 리뉴얼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변수다. 삼양식품의 지역별 수출 비중을 살펴보면 미국은 27%로 중국(28%)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삼양식품은 해외 공장 없이 전체 수출 물량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중국에서 짓고 있는 공장은 중국 현지 수요에만 대응할 예정이다.
국내 생산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관세 정책은 삼양식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아직 정해놓은 답은 없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시점에 맞춰 TF를 구성하고 해외 권역별 원가 구조 등을 파악, 계산해 대응 준비를 마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이날 열린 밀양 제2공장 준공식에서 "불닭 브랜드를 문화의 아이콘으로 만들겠다"며 "지금까지는 더 많이, 더 빨리, 더 맵게 먹는 컨텐츠가 지난 10년을 이끌어왔다면 앞으로는 더욱 유쾌하고 즐거운 콘텐츠를 만들어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되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