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음료(F&B) 브랜드들의 매각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적정 가치를 받을 수 있을 때 서둘러 처분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값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금이 조금이라도 남기고 팔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이 '매각 러시'를 점점 더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팔고 보자
현재 인수·합병(M&A)이 가장 활발한 F&B 업종은 패스트푸드다. KFC, 버거킹에 이어 파이브가이즈까지 새 주인을 찾아 나섰다. 그동안 패스트푸드는 안정적인 수요와 규모의 경제를 동시에 꾀하는 원매자에게 매력적인 매물 중 하나였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PE)는 지난 4월 삼일회계법인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KFC 매각을 추진 중이다. 적절한 시기에 인수를 원하는 매수자와 매각을 논의하겠다는 생각이다. 매각가는 40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이는 지난 2023년 오케스트라PE가 KG그룹으로부터 KFC를 사들인 금액보다 약 4배 높다.
'미국 3대 수제 버거' 중 하나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는 한국 진출 2년 반 만에 매물로 등장했다. 파이브가이즈는 한화그룹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야심차게 들여온 브랜드다. 1호점(강남점)을 낼 당시만 하더라도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다만 현재는 과열됐던 수요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버거킹도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2021년부터 버거킹 운영사 비케이알(BKR)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당시 업계가 예상한 버거킹의 매각가는 8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외식 시장이 위축된 탓에 매각은 실패했고 이후 3년 넘게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매각 움직임은 패스트푸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랜드는 최근 이랜드이츠가 보유한 비주력 F&B 브랜드를 대거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리미니', '테루', '반궁', '스테이크어스' 등 다이닝 브랜드 6개와 카페·베이커리 브랜드 3개가 대상이다. '애슐리퀸즈', '로운', '피자몰'과 같은 핵심 브랜드에 더 집중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쌓이는 매물, 얼어붙은 M&A
물론 F&B 업체들이 매각에 성공한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노랑통닭은 현재 필리핀 식품 기업인 졸리비와 M&A 관련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확장 가능성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노랑통닭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F&B를 고가에 매입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유행 주기가 짧다는 F&B 특성과 매도자와 원매자 간의 가격을 둘러싼 눈높이가 다르다는 점도 매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당장 매각으로 이어질 F&B 브랜드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구 절벽에 따른 F&B 산업의 성장 한계 역시 부담이다. 한때 외식 사업은 소비 확대와 트렌드 등에 힘입어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1인 가구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데다, 배달 플랫폼 확산과 건강식 선호 현상 등 소비 패턴이 달라진 탓에 이들 브랜드들에 대한 충성도도 약화하고 있다.
특히 해외 프랜차이즈를 매수하는 건 위험 요인이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목표 출점 수와 매출 달성 등 본사와의 협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본사와 체결한 계약을 불이행할 경우 발생하는 패널티나 로열티 인상 등에 대한 부분도 감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를 방어하려는 매도자와 조금이라도 싼 값에 사려는 매수자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처럼 한 브랜드에 대한 꾸준한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F&B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만큼 협상 기간이 길어질수록 메리트가 사라지기 때문에 M&A가 성사될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