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 차액가맹금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피자헛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다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도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는데요.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서 열린 법무법인 설명회를 찾으며 혹시 모를 소송에 대응하는 방법 찾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뚝딱 승소한 게 아니다
지난 9월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가맹본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 2심에서 승소했습니다. 재판부는 가맹점주들에게 차액가맹금 210억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본사가 총수입의 6%를 고정수수료와 별개로 가맹점주들의 합의 없이 차액가맹금을 부과했다는 게 인정된 겁니다.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해당 한국피자헛 소송 중인 가맹점주 94명 중 한 명이라는 사람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글의 요지는 법무법인들이 이번 한국피자헛 승소를 두고 다른 프랜차이즈들의 소송을 부추기는 듯한 광고를 하고 있는데, 가맹점주들이 잘못된 정보로 소송을 진행해 불이익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이 글에 따르면 한국피자헛 차익가맹금 반환 소송은 꽤 긴 시간 진행돼 왔습니다. 2020년 12월부터 시작해 4년 간의 소송이 이어졌죠. 이번에 승소한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 외에 2, 3, 4차에 걸친 별도의 소송을 진행 중인 한국피자헛 가맹점들은 1심 판결조차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글쓴이는 아직 대법원 상고심을 앞둔 입장에서, 최근 여러 브랜드 가맹점주들의 소송 준비 소식이 들리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만큼 소송을 진행할 때는 신중히 진행하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각 브랜드마다 계약사항, 각종 합의사항, 정보공개의 범위 등 소송에서 다뤄지는 내용이 천차만별이라는 게 이유입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도 가맹점주들에게 본사와의 소송을 신중히 고려하길 당부하고 있습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본사가 있어야 가맹점도 존재할 수 있는 만큼 가맹점주들에게 신중하게 판단하시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적자를 지속해온 한국피자헛이 가맹점주들과의 차액가맹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결국 회생절차를 밟게 됐으니까요.
프랜차이즈 본사들로 구성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최근 법무법인을 통한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엔 많은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는데요.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혹여나 자신들도 한국피자헛처럼 가맹점주들과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업계에서는 한국피자헛의 2심 판결 이후 대법원 판결결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본사가 증빙이 가능해 승소가 되지 않을 만한 곳들까지 마구잡이로 부추기고 있는 모 법무법인 때문에 곳곳에서 분쟁과 불화가 양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차액가맹금 수취는 외식업계에서 보편화된 관행이며 2019년부터 정보공개서에 필수기재사항으로 들어가 있다"면서 "정률로열티 없이 차액가맹금만 수취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계약을 체결하는 점주들도 본사의 수취를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이 판결문에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정률로열티를 수취하지 않는 다른 업체들까지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져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차액가맹금이 뭐길래
그렇다면 차액가맹금은 무엇일까요. 차액가맹금은 본사가 가맹점에 제공하는 상품, 원부재료 등의 가격에서 도매가를 뺀 금액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본사가 남기는 '유통마진'인 셈입니다. 가맹본부는 필수품목을 가맹점주에게 구입하도록 해 차액가맹금을 가져갑니다. 그 중 자체생산품목을 통한 마진을 제외한 대가를 정보공개서에 기재해야 하는데요.
차액가맹금은 특히 외식업에서 흔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외식업종의 가맹점 평균 차액가맹금 지급액은 2800만원입니다. 전년(1100만원)에 비해 39.2% 상승했습니다.
또 외식업 가맹점 평균 매출액 대비 차액가맹금 비율은 4.4%로 전년(4.3%)보다 0.1%포인트 증가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치킨업종의 매출액 대비 차액가맹금 비율은 8.2%로 가장 높았고요. 그 다음으로 커피(6.8%), 제과제빵(5.5%), 피자(4.2%), 한식(2.7%)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가맹사업 당사자간 합리적 대화와 타협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가맹본부가 본사 고정비 충당에 더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과도하게 공급품목을 확대하고 공급가격을 높여 분쟁을 야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분쟁 해결할 방도는 없을까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지던 차액가맹금 제도를 로열티 부과제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차액가맹금 방식은 가맹금 규모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필수물품 가격 인상 시 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로열티 방식은 매출액에 비례해 배분합니다. 본부와 점주가 공동의 이해관계(매출 증대)를 갖는 겁니다. 이 때문에 로열티 방식의 수익 배분 구조가 차액가맹금 방식보다 투명하다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공정위는 지난 2019년 가맹분야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기준을 개정할 당시 가맹금 수취 방식을 로열티로 전환하거나 구입강제 품목의 개수나 비중이 낮을 수록 높은 배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혔었죠.
물론 본사들도 사정이 있습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차액가맹금이 본사의 영업이익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차액가맹금은 본사가 붙이는 마진에 가깝긴 하지만, 어쨌든 본사가 경영활동에 사용하는 재원이라는 겁니다. 코로나19 때도 어려운 가맹점들의 마케팅이나 점포관리를 지원하고 새로운 시스템도 만들어서 위기를 극복하는데 차액가맹금을 통해 투입하기도 했죠.
분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불공정한 거래관행에 의해 가맹점주의 경영 여건을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개선안은 마련됐습니다. 공정위는 오는 12월 5일부터 '필수품목 거래조건 변경 협의제'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필수품목 거래조건을 가맹점주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협의를 거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입니다. 앞서 지난 7월부터 필수품목의 내역과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계약서에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시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필수품목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필수품목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라는 게 이번 개정안의 취지"라며 "문제는 필수품목 자체가 아니라 본사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물품을 얼마나 비싸게 받느냐여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어느덧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은 전국 가맹점 수 35만개, 브랜드 1만2000여 개의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가맹점주의 상생·협력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요.